제 지인 중 하나가,
2년 넘게 연애를 하고서 결혼한 뒤,
채 1년도 못 넘기고 성격차이를 사유로 이혼을 했더랬습니다.
그 때 제가 가진 의문이 뭐였냐면.
'뭐야. 2년 넘게 사귀고서도 그 사람의 성격 하나 파악 못 했었단 말야?'였었죠.
그 때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 했었는데,이제 조금 그 내막을 알겠더랍니다.
제 지인은 성격 파악에 실패한 게 아니었단 걸. 다만,상대방의 성격이 한 개가 아니었었다는 게 함정.이미지와 실체
흔한 말로는 『페르소나』, 심리학 용어로는 『역할 성격』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쉽게 말해, 각 상황에 맞춰 사람들이 만들어 쓰는 일종의 가면 같은 겁니다.
자, 세상에서 가장 알기 쉬운 사람이 어떤 유형이냐 하면,
저 가면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른바,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들이죠.
근데 이런 사람들은 소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각의 상황에서 타인들이 자신을 이렇게 봐 주었음 좋겠다 싶은
캐릭터들을 구현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썸녀가 있다 칩시다.
당연히 난, 썸녀에게 자상남, 매너남처럼 비춰지고 싶어 합니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이죠.
이런 걸, "인상관리동기"라 하는데,
이 동기가 살아있는한, 난 그녀에게 얼마든지 자상남, 매너남처럼 행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난 별로 자상하지도, 매너있지도 않지만,
그녀를 내 걸로 만드려는 강력한 동기가 한시적으로 날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
썸녀는 생각하겠죠.
'와, 이 오빠 대개 자상하다.'
친구들에게 썸남에 대해 얘기할 때, 내 성격을 자상하다거나, 매너있다고 표현할 겁니다.
그런데 개뿔, 실제의 난, 자상하지도 별반 매너있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남자인 겁니다.
썸녀가 본 나는,
실체가 아닌 만들어진 이미지란 거죠.
이런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람은 위기에 처할 때 그 본성이 드러난다."
근데 사실 위기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사람은,
인상관리동기만 사라져도 그 본성이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
각 상황별로, 남들에게 이렇게 비춰지고 싶다하는 욕망이 있고,
그 동기가 우리로 하여금 그 상황에 맞는 맞춤형 가면을 만들어 쓰게끔 합니다.
연애를 하고 싶을 땐 '매너남'이란 가면,
면접관들 앞에선 '열정남'이란 가면,
회사 상사들 앞에선 '예의남'이란 가면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각각의 가면들을 돌려쓰다가,
맨 얼굴(본성)을 드러내게 될 때가 보통은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에요.
가족들은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없는 피로 맺은 혈족이니까,
인상관리동기 자체가 필요 없는 겁니다. 본성 그대로 있어도 된다는 얘기죠.
연애과 결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겁니다.
연애할 땐 남이지만, 결혼하면 가족이 된다는 것.
이는 즉, 연애할 땐, 인상관리동기 때문에 그에 맞는 가면(ex.자상남,천상여자녀,,,)을 쓰게 되지만,
결혼 후에는, 점차로 인상관리동기가 사라지면서 각자의 본성이 나오게 된다는 얘깁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나리오입니다.
더 이상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될 존재로 상대방을 인정/인식하게 되는 과정인 거니까요.
연애할 땐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니 딴 사람이 되었네
까진 안 가더라도,
대개의 커플은 어느정도까진 (서로의 모습에 대한) 변화를 경험하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연애할 때 썼던 가면과 본성 간의 괴리가 너무 큰 경우인데,
이 경우엔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연애할 땐 도저히 알아챌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사람이 대놓고 가면을 쓰고자 한다면, 타인은 좀처럼 알아챌 수가 없습니다.
내가 본 모습은 가면 쓴 모습밖에 없는데 그 안의 모습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근데 연애할 땐
썸녀에게, 썸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더 좋아 보이는, 더 훌륭해 보이는 가면을 너도나도 쓰게 된다는 겁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그 모습이, 가면일 가능성이 무척이나 농후하단 얘기에요.
언젠가 가면은 벗겨지게 돼 있습니다.
"그 가면이 좋아서" 그 사람이 좋았던 사람들에겐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그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준이면 고통받고 헤어지는 거죠.
그 괴리가 작은 수준이면, 뭐 실망 정돈 할 수 있겠지만, 현실과 타협하며 넘어가는 거고,
그 괴리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즉,
인상관리동기가 있던/사라졌던 꾸준히 좋은 사람이다, 훌륭한 사람이다 이 케이스면 대박인 겁니다.
(즉, 좋은 가면을 썼다기보단, 본성부터 훌륭하단 소리)
자, 정리해 봅시다.
① 사람은 타인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인상관리동기로 인해 상황별로 페르소나를 지닌다.
② 가면은 보통 내 본성보다 더 좋아보이는 걸로 쓰기 마련인데, 연애할 땐 거의 대부분 최고급의 가면을 쓰게 된다.
③ 더이상 잘 보일 필요가 없을 때, 가면이 벗겨지고 본성이 나오게 된다.
④ 상대방의 본성에 따라, 내 반응은 이런 제기랄부터 뭐야 깜놀, 어휴 내 팔자야 등등 가지각색이 된다.
장기간의 연애가 좋은 게,
인상관리동기가(열정이) 사라지고 난 후의 모습, 즉 본성을 알고 결혼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창 불타고 있을 때의 결혼이 안 좋을 수 있는 건,
내가 본 그 모습이 최고급의 가면에 불과했더라 뭐 이런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연애할 땐,
상대방의 가면만 좋아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결혼은?
가면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요.
결혼은 진정한 본성의 무대니까.

"연애는 가면무도회다.
현실은 언제나 파티 뒤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연애 때 보는 건 주로 그녀의 화장한 얼굴이지만, 결혼 후 보는 건 거의가 그녀의 쌩얼인 것처럼,
가면무도회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본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상대방에 대해 실망을 할 수도,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결혼 생활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일 좋은 건 당연히, 가면 못지 않은 훌륭한 본 모습을 지닌 사람과 만나는 거겠죠.
동도들이라면, 그 언젠가 그런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 무명자 블로그 : http://blog.naver.com/ahs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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