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 애 시리즈를 보고 써놨던 글입니다
문학이라 하기 부족하지만 감안하고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내 손목엔 언제나 빨간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빼곡해질때 쯤 그 애를 만났다.
우리가 처음 마주한 곳은 연습실이였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인사 한 번 안해본 그 애의 방 문을 열었기 때문이였다. 계속 쳐줘. 나를 멀뚱히 바라보던 그 애는 내 말에 다시 기타를 쳤다. 그때 나는 분홍색 피크를 잡고 있는 그 애의 손가락을, 그 애는 여름이라 훤히 드러나는 내 손목을 보고 있었다. 말 없이, 조용하게.
나는 그 애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뭐해? 밥 먹었어? 따위의 시시콜콜한 내용으로 말이다. 그 애는 귀찮은 구석 없이 잘 받아 줬다. 그렇다고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눈치는 아니였지만 상관 없었다. 내 감정을 강요할 생각도 없었고 내치지 않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였다.
안지 두 달 남짓 넘어갈때 그 애 자취방에서 술을 마셨다. 죽으려고 수면제 먹었었다. 취해서 뻘겋게 된 얼굴을 하고 그 애가 말을 했다. 처음으로 꺼낸 그 애의 속마음이였다. 졸린 눈을 꿈뻑이며 저를 바라보는 나를 껴안으며 그 애는 죽고싶어. 뒷 말을 작게 덧붙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애의 마른 등판을 도닥였다. 그 애는 얼룩덜룩한 내 손목을 쓰다듬었다. 대화 한 마디 없이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다. 그리고 이 날 이후로 그 애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 애를 보고싶어했고, 그 애는 보이지 않았다. 무의미한 날들이 계속됐고 참을 수 없어 목적 없이 그 애의 동네로 갔던 어느 날에 우연찮게 그 애를 마주했다. 정확히 56일째 되던 날이였다.
죽으려고 자살여행을 갔어. 근데 못 죽었다. 웃기지? 태연하게 담배를 물며 그 애는 웃었다. 패이는 보조개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할까 하다 그러게 용케 안죽었네. 한마디 했다. 이게 위로란 걸 그 애는 알았다. 마침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다가 우리는 그 애의 자취방으로 갔다.
조용한 방 안에서 우리는 키스를 했다. 마지노선이라도 그어논 듯 그 이상으로 넘어가진 않았다. 바닥에 내팽겨쳐있는 기타를 만지며 그 애를 바라봤다. 지금 같이 죽을래? 그 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볼을 쓰다듬으며 팔베개를 해줬다. 나는 눈을 감으며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뜨면 그 애를 다시 못 볼걸 어렴풋이 알았기 때문에.
예상처럼 내가 그 애를 다시 보는 일은 없었다. 연락이 오는 일도 없었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일도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였고 나는 그저 그 애가 죽지 않기를 바랬다.
그 애는 내 동질감의 다른 이름이였다. 그 애와 난 죽고 싶어 하면서도 살고 싶어 했고 외로워하며 누군가의 이해를 바랬다. 나는 애당초에 기타 소리가 아닌 그 애에게서 풍기는 묘한 기류에 문을 연 것 일 수도 있었다.내가 죽으면 장례식장에 꼭 와 줘. 마지막으로 우리가 함께였을때 그 애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었다. 꼭 와서 잘 죽었다고 해줘. 나는 그때 고개를 끄덕이면 안됐었다. 억지로라도 그 애를 붙잡고 사랑한다고 말했어야한다. 그게 병처럼 곪아 그 애를 다시 본다면 사랑한다 말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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