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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669
이 글은 8년 전 (2017/10/04) 게시물이에요

조선의 18대 임금 현종(顯宗ㆍ재위 1659∼1674)은 조선의 스물일곱 임금 중에서 유일하게 후궁을 두지 않은 임금이었다. 명성왕후(明聖王后) 김씨와 사이가 좋았던 까닭도 있었겠지만 그의 재위 기간 내내 재변이 잇달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현종 즉위 다음 달인 즉위년(1659) 6월 '현종실록'은 "봄부터 기근(饑饉ㆍ굶주림)이 들어 상평청(常平廳)에서 3월부터 죽을 쑤어 기민들에게 제공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출발부터 기근으로 시작했으니 조짐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현종 2년(1661) 12월 좌의정 심지원(沈之源)은 "근래 지방 곳곳에 전(?疫)이 성행하고 있고, 또 영남과 호남의 장계를 보니 참혹한 기근이 들었는데도 구제할 방책이 전혀 없으니 진실로 안타깝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기근에다 전까지 겹친 상황이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었다. 현종 3년(1662) 2월 경상감사 민희(閔熙)는 "본도에 기근이 든 망극한 정상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데 그 위에 전까지 성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고, 호남 진휼 어사 이숙도 "2월 17일 현재 굶어 죽은 아사자(餓死者)가 142인이고 6,147인의 전자 중 사망자가 998인"이라고 보고했다. 현종 4년(1663)과 5년(1664)에도 재난은 그치지 않았다.

국왕 자리는 바늘방석일 수밖에 없어서 현종은 재위 5년 10월 홍문관 부제학 이경억(李慶億) 등에게 "지금 변이(變異)가 겹쳐 나타나는 것은 보아하니 진실로 나의 거친 정치 때문에 하늘의 죄를 얻은 것이다('현종실록' 5년 10월 12일)"라고 자책했다. 그러나 현종은 거친 정치를 한 적이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몰랐지만 전 세계적인 소빙기(小氷期)의 여파가 현종 때 조선을 강타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종 11년(1670)은 경술년이고 12년은 신해년인데, 두 해에 연달아 발생한 재난을 경신대기근이라고 한다. 한해(旱害ㆍ가뭄) 수해(水害) 냉해(冷害) 풍해(風害) 충해(蟲害)의 오재(五災)에 인간 전과 가축 전이 가세한 칠재(七災), 겨울 혹한(酷寒)까지 겹친 팔재(八災)로 그야말로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 때였다.

그래서 조정은 총력전에 나섰다. 이미 현종 2년(1661)에 비변사(備邊司) 산하 기관이던 진휼청(賑恤廳)을 상설기구로 독립시켜서 굶주린 백성들의 진휼 문제를 전담하게 했다. 영의정 정태화(鄭太和)는 현종 11년 7월 "관고의 곡식도 이미 바닥났다"면서 "오늘의 계책은 온갖 벌인 일들을 정지시키고 번잡한 비용을 줄여 오직 구황 정책에 전념하는 것과 같은 것이 없다"고 건의했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굶주린 백성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 직후 양심합(養心閤)에서 열린 재난대책회의에서 병조판서 김좌명은 "어영미(御營米) 5,000석을 취해 사용하되 군량이기 때문에 나중에 이자를 더해 다시 갚아야 한다"라고 보고했다. 전시 대비 비축곡까지 방출하겠다는 뜻이었다.

조정에서는 진휼에 쓸 총 가용 경비를 뽑아 '은 7,100냥, 포 960동, 쌀 3만 석, 벼 1만 석'을 산출했다. 여기에 왕실에 바치는 각종 공물과 관리들의 녹봉을 줄여서 쌀 3만6,760석을 더 확보했다. 현종이 스스로 금주하고 음식 가짓수를 줄였고, 백관도 스스로 녹봉을 삭감해 진휼 비용에 보탰다. 현종 12년에는 서울의 선혜청ㆍ한성부ㆍ훈련원ㆍ용산ㆍ홍제원에 진휼소를 설치해 굶주린 백성들을 먹이면서 지방 각 관아도 진휼소를 운영하게 했다. 또 동소문 밖 연희방의 동활인서, 남대문 밖 용산강의 서활인서에 수천 명의 병자들을 입원시켜 치료했다.

위로는 임금부터 아래까지 모두 나서 재난 극복에 전력을 쏟았다. 그래서 잇단 천재(天災)가 왕조 타도 투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경신 대기근을 극복한 현종 14년 11월 전 사간(司諫) 이무는 현종에게 "대소 사민(士民)이 서로 '우리가 비록 신해년(현종 12년)의 변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대동법의 은혜입니다'라고 말한다"고 보고했다. 부자에게는 세금을 더 거두고 빈자에게는 세금을 면제했던 대동법이 재난 극복공신이었다는 말이었다.

정부의 무능이 메르스보다 무섭다는 말까지 퍼지고 있다. 초기대응 실패, 안이한 대책, 정부 각 부처의 엇박자 속에서 의료진까지 확진 판정을 받는 상황에 괴담은 확산되고 있다. 임금부터 말단 관료까지 총력을 다했던 현종 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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