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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10/08) 게시물이에요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 인스티즈


강은교, 풀잎

 

 

 

아주 뒷날 부는 바람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주 뒷날 눈비가

어느 집 창틀을 넘나드는지도

늦도록 잠이 안와

살 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누런 베수건 거머쥐고

닦아도 닦아도 지지않는 피를 닦으며

, 하루나 이틀

해저문 하늘을 우러르다 가네요

알수 없어요, 우린

땅 속에 다시 눕지 않아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 인스티즈


김초혜, 어머니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 인스티즈


박창기, 대나무처럼

 

 

 

바람 부는 날 대숲에는

깊은 소리가 울린다

심장을 찢을 듯한 소리로 다가온다

대나무는 제몸에

바람을 온통 담을 수 있어도

곧디 곧은 절개가 꺾이기 싫어

온몸으로 맞선다

몇 번의 달램, 까탈스런 휘몰이에

통째로 기울다가 또다시 일어선다

아무도 도와 주지 않는 세상에서

오히려 당당함이 자랑스러워

더 크게 세상에 외친다

입은 것도 가진 것도 없는 것이

모진 바람에 맞서서

푸르름을 방패로 이웃을 갈무리고

하늘만 바라보는 바보스런 대나무는

스스로 가는 길을 알고 간다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 인스티즈


곽재구, 기다림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 밤,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 인스티즈


김재진, 편지 쓰고 싶은 날

 

 

 

때로 그런 날 있지

나뭇잎이 흔들리고

눈 속으로 단풍잎이 우수수 쏟아져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런 날 말이지

 

은행나무 아래 서서

은행잎보다 더 노랗게 물들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카락 생각 없이 바라보며

꽁무니에 매달려바람처럼 사라지는

폭주족의 소음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런 날 말이지

 

신발을 벗어들고 모래알 털어내며

두고 온 바다를 편지처럼 다시 읽는

지나간 여름 같은 그런 날 말이지

 

쌓이는 은행잎 위로 또 은행잎 쌓이고

이제는 다 잊었다 생각하던

상처니 눈물이니 그런 것들이

종이 위로 번져가는 물방울처럼

소리 없이 밀고 오는 그런 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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