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대나무숲
연대숲 #56662번째 외침:
2017. 10. 6 오후 10:32:11
아빠가 죽었다. 난 아빠랑 떨어져 살아서 초등학교 이후로 본 적이 없다. 몇년만에 제일 먼저 본 얼굴이 영정이라니ㅋㅋ 부검할땐 고모부가 아예 못보게 막았다. 의사가 여름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었다고 했다 여름이었으면 사체가 어떻게 됐을 지 모른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염할땐 삼촌이 안들어가는게 좋을 거라고 했는데 내가 부득부득 우겨서 들어갔다. 그 때 안보면 영영 못보니까 들어갔는데 솔직히 아직도 후회한다 그냥 어른들 말대로 들어가지 말 걸 그랬어
시체는 정말 무섭다. 보이는 것도 무섭고 촉감은 더 무섭다. 볼도 다 패이고 눈두덩에도 살이 없고 원래 동그란 얼굴형이었던 거 같은데 살이 다빠져서 무슨 해골마냥.. 귀랑 입에 허연게 꽉채워져 있는데 뭐냐고 물어보니까 몸 구멍들에 솜 채워넣는 거라고 하더라
눈에 피딱지있고 살짝 어그러졌길래 물어봤더니 눈뜨고 죽어서 억지로 감기느라 그렇게 됐대.. 참 웃기다 자다가 죽어놓고 눈은 뜨고 죽었다
관 닫을때 한번씩 안아주고 가족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하라는데 고모랑 할머니랑 사촌오빠랑 삼촌이랑.. 안아주고 다들 뭐라고 하는데 난 한마디도 못했다 그냥 할말이 없더라고.. 제대로 만지지도 않고 그냥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장례식하는데 친척들 제외하고 아빠 지인들은 다섯명밖에 안 왔다. 대체 살아생전에 어떻게 하고 산 거야? 어떻게 살았길래 마지막 가는 길까지 이럴까? 친구들 안부르려고 했는데 너무 휑한게 민망할 지경이어서 그냥 불렀다
아빠 기억나? 아빠가 옛날에 나보고 내 성격 못돼어서 친구들 하나도 없을 거라고 했잖아 근데 아빠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중에 반이 내 친구였어 참 아이러니하지?
화장끝나고 아빠집에 들러서 짐을가지러갔는데 사람사는꼴이 아니었다
찬장 텅비어있고 먹을건 하나도없고 옛날노트북에 배터리없는 핸드폰두개.. 핸드폰에배터리도 안껴져있는데 충전기엔 연결돼있고 제정신이 아니었단거지ㅋㅋ... 고시원사장이 유에스비 아빠거라고 주고가서 노트북에 꽂아서 열어봤더니 이력서가 두장 있었다. 그 몰골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산송장이 그래도 살아보려고 이력서를 썼던 거다. 이것저것 해보려고 자격증책도있던데 깨끗하고 메모지도 변변치 못해서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메모지에 자기필체로 이것저것 써 놨는데 그 메모지가 사람맘을 후벼파데.. 참 마지막까지 여러사람 고통스럽게 하고 간다
우리아빠는 폭력가장이라 술먹고 때리고 다 깨부수기 일쑤에 당한게 정말 많아서 아빠한테 연락왔을때 차단하고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정말로 죽을 줄은 몰랐다 그게 마지막일줄은 더더욱 몰랐다. 내가 로 말해서 그렇게 된 걸까
추합 발표전에 아빠랑 싸워서 추합 붙고나서 말 안했는데 그래서 입학식 당일날 엇갈렸다. 입학식날 아빠는 다른대학 앞에서 꽃들고 하루종일 기다리다 결국 못 만나고 갔다고 아빠 친구가 말해주더라 당연히 못 만나지 난 그날 거기에 없었으니까
참 마지막까지 웃긴 사람이다 나한텐 항상 실망스럽다 잘못컸다 못되먹었다 싫은 소리만 해댔으면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아이가 좋은 대학에 붙었다 멋지게 자랐다 너무 잘 컸다고 칭찬하고 다녔단다. 너무 잘 크지 않았냐고 사진도 보여줬다는데 내가 사진 안보내줘서 그거 다 카톡프사 캡쳐한거더라고.. ㅋㅋㅋㅋㅋㅋ아 진짜 환장하겠네
그냥 얘기할 걸 그랬다 대학 어디가는지 말하는게 뭐가 어렵다고 사진도 그냥 보내줄 걸 그랬다 만나러 앞에까지 찾아왔으면 한번이라도 볼 걸 그랬다 아니 그냥 보내는 카톡 답장이라도 할 걸 그랬다
근데 웃긴건 눈물이 안 나온다 친척들은 그렇게 울던데 나는 좋은 기억이 없어서 눈물이 안 나왔다
나는 어렸을때 맞은 기억밖에 안 나 새벽에 도망간 기억밖에 없어 도대체가 아무리 짜내도 좋은 기억이 나지를 않어
추억할게 없어서 눈물도 안나오는 가 진짜 비참하다
그래도 고모가 너네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이미 간사람이니 맘에 담아둔 거 있으면 용서하라고 불쌍한 놈이라고 했다.
그래 아빠 사과 받은 걸로 할게 다 용서할테니까 미련 없이 가
거기서는 평생 갖고살던 열등감 자괴감 다 버리고 하고싶은거 다 하면서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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