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 : 왜 그런 날 있잖아, 햇살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는 날..
그런 날.. 있지않니?
그 날 아침이 그랬어..
그래.. 그 날은 참 이상했어
그 사람을 보는데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지..
뭔가를 예감했던걸까..?
민용 : 이야.. 가방이 뭐가 이렇게 무거워~ 겨우 1박 2일인데
민정 : 에이~ 그래두 명색이 해외여행인데
그즈음엔 우리 둘다 매일이 잠 못 드는 나날이었는데..
그래도 그날은 참 설레이더라
처음으로 둘이서만 가는 여행이었거든
민용 : 아, 아파트 잠깐 들렸다 가
민정 : 왜요?
민용 : 전화랑 인터넷 끊으러 온대서, 1시까지 오랬어
민용 : 여기서 기다릴래? 금방 올게
그때.. 왜 갑자기 올라가고 싶어졌는지..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도 한동안 했었어
민용이 전화선을 뽑으려는 순간,
울리는 전화벨
민용과 동시에 전화를 받는 민정
여자 : 저.. 서울이죠? 여기 모스크바인데요
수화기 넘어 들리는 의문의 목소리에 민정은 전화를 끊지 못하고,
민용 : 예? 모스크바요?
여자 : 수첩에 집이라고 써있길래 혹시나 해본건데, 혹시 이민용씨세요?
민용 : 예, 맞는데.. 누구..?
여자 : 다행이다.. 저 신지 기숙사 룸메이트인데요 어디로 연락을 해야할지 막막해서.. 전남편 분 맞으시죠?
민용 : 예.. 신지가 무슨 일 있습니까?.. 예?
그 친구가.. 우리에게 전해준 몇가지 소식이 있었지..
초청 받았다던 말도 거짓말이고, 돈도 없었고..
밤마다 불면으로 힘들어 했다고..
그리고.. 그날 밤 교통사고가 났다는..
민용 : 상태가.. 어떤데요?
여자: 고비는 넘겼는데, 아직 의식이 없어요
근데 자꾸 오빠를 찾는데 아무래도 이민용씨 같아서..
장기입원이 필요한데 보호자도 없고,
LA집에 전화 했더니 연락도 안되고 해서요
듣기론 어머님도 편찮으시다 그러던데..
민용 :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좀..
기사 : 실례합니다 선 끊으러 왔는데요
꼭 운명처럼, 그 전화를 마지막으로 선이 끊겼어..
학생 : 전화국 측은 조금만 더 빨리 오지...
민정 : 글쎄.. 그럼 지금쯤 어떻게 달라졌을까..?
민정 : 어떡해요..? 가봐야죠.. 보호자도 없다는데..
민용 : 고비는 넘겼대잖아.. 식구들 연락되면.. 가겠지
민용 : 늦겠다.. 가자
정말.. 전화선이 조금만 더 빨리 끊겼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미국 인디언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어
그렇게 될 일은 결국 그렇게 된다..
전화선 이전에, 그 여자가 자신의 마음을 더이상 숨길 수 없던 어느날.. 이미 그 말이 맞았어
(과거 회상)
나한테 늘.. 미안해하던 사람이었어
그래서,
민용 : 우리.. 여기까지만 하죠.. 난 서선생한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은데, 그럼.. 이쯤에서 멈춰야 될 거 같으네..
민용 : 도무지 권할만한 구석이 없잖아, 내가 봐도..
그래서 말인데.. 그런데도 이런 나랑.. 결혼해줄수 있는지..
처음 만남도, 도중에 헤어짐도..
다시 만날 때도
프러포즈도..
난 그 사람이 용기내 결정해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이젠..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용기를 내야 할 때라는걸 알았지
민정 : 나 목 마른데, 마실 것 좀 사다주면 안돼요?
민용 : 목 말라? 뭐?
민정 : 아이스 커피
민용 : 알았어
공항 직원 : 서민정씨 이민용씨 3시 40분 동경행이요?
민정 : 네, 근데요..
공항 직원 : 네?
민용 : 끊었어? 어디 봐
민정 : 모스크바행으로.. 바꿨어요 4시 비행기니까 시간 얼마 없네
신지한테 가봐야죠 찾는다는데.. 안 가면.. 정말 나쁜 사람이야
미안한데.. 난 여기서 이선생 버리고 집으로 갈게요
그래야 될 것 같아.. 그래야 되는 거 알죠?
바람 맞췄다고 나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요
그 사람은.. 의식을 잃고 자기를 찾는 여자를 끝내 외면할수는 없는 사람이였어
나 때문에 그래야 한다면.. 평생.. 마음으로 괴로워 했겠지
또 그런 사람이라 내가 좋아했었구
민정 : 곧 수속해야 될것 같은데
민용 : 후회.. 할걸
민정 : 후회.. 하겠죠
민용 : 평생 후회할걸
민정 : 평생.. 후회하겠죠
민용 : 밤 비행기로 바꿨어 다섯 시간 정도 남았는데..
민정 : 우와 시간 많다.. 뭐 할까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다섯 시간..
이별 여행으로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어
민정 : 몸 조심 하구요..
그 문으로 들어가면 마지막이라는 걸.. 우린 알고 있었지
울고 있었어.. 그 까칠한 남자가 눈물이 내 어깨를 다 적시도록.. 울고 있었어
민정 : 정작 해야 할 말을 빼먹었잖아요.. 음.. 뭘까?
민용 :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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