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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679
이 글은 8년 전 (2017/11/09) 게시물이에요







 너에게 닿는 순간 | 인스티즈


정중화, 잊고 사는 이에게

 

 

 

뜨거운 가슴 들여다보라

찰랑이는 물결처럼

그리움 가만히 흔들어보라

언제 어떻게 어떤 사유로 만나

불현듯 돌아누워 있었는지

 

눈 감으면 떠오르는 얼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

마주 잡은 손길이 따스했는지

단추 하나 떨어져 초라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얼마나 잊고 살았는지 생각해보라

기쁨인지 슬픔인지

아둔한 삶 속 토라진 사랑이

풀풀 웃음 날리고 있다







 너에게 닿는 순간 | 인스티즈


박선희, 소리 하나가

 

 

 

내가 가령

'보고싶어'라고 발음한다면

그 소리 하나가

너에게로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촘촘히 꿰고 갈까

 

팽팽한 허공의 긴장 한 자락을

맨 먼저 꿸 거야

그리고 온몸에 푸른 물이 든

불룩해진 욕망을 꿰고

뒤엉킨 고요가 뱉어놓은 아뜩한 통증과

수취인 불명의 길 끊긴

숨은 풍경과

욱신거리는 길의 허기진 맨발까지

알알이 꿴

'보고싶어'라는 소리

 

너에게 닿는 순간

치렁치렁한 목마름의 목걸이가 되어버린

 

'보고싶어'







 너에게 닿는 순간 | 인스티즈


나호열,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출렁거리는

억 만 톤의 그리움

푸른 하늘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혼자 차오르고

혼자 비워지고

물결 하나 일지 않는

그리움의 저수지

머리에 이고

물길을 찾아갈 때

먹장 구름은 후두둑

길을 지워버린다

어디에서 오시는가

저 푸른 저수지

한 장의 편지지에

물총새 날아가고

노을이 지고

별이 뜨고

오늘은 조각달이 물 위에 떠서

노저어 가보는데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주소가 없다







 너에게 닿는 순간 | 인스티즈


장석남, 국화꽃 그늘을 빌려

 

 

 

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 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







 너에게 닿는 순간 | 인스티즈


나희덕, 서시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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