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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11/09) 게시물이에요

다시 읽는 튤립 이야기.

 

  영국에 튤립이 수입된 것은 1600년이었다. 1634년경에는 인기가 아주 많아 여유 있는 사람이 튤립을 키우지 않으면 교양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당대의 많은 지식인들이 튤립 키우기에 빠져들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상인을 비롯한 중산층에도 튤립 재배 열풍이 번졌고,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도 터무니없는 가격에 튤립을 사느라 야단법석이었다. 하알라엠 시의 한 상인은 전 재산의 반을 털어 튤립 한 뿌리를 샀는데, 차익을 남겨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였다.

 

  네덜란드인처럼 신중한 사람들도 튤립을 열심히 사들인 것을 보면 ‘이 꽃에 뭔가 대단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튤립은 예쁘지도 않고 장미같이 향기롭지도 않으며 꽃이 오래 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당대의 시인 카울리(Abraham Cowley)는 요란스럽게 튤립을 찬양했다.

 

 

 

그 다음 튤립이 나타났네.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며,

이보다 아름다운 색조는 세상에 없으리.

그녀는 얼굴을 다양하게 바꿀 수도 있고,

자줏빛과 황금빛을 띠기도 하네.

그녀는 가장 정교한 수를 놓은 옷을 입을 만하네.

그녀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고,

다른 모든 꽃보다 돋보이네.

 

 

  베크만(Beckmann)은 『발명의 역사(History of Inventions)』에서 튤립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튤립처럼 다양한 색깔을 띠는 식물도 드물다. 자연 상태에서는 단색으로 잎이 크고 줄기가 매우 길다. 재배하면 색깔이 좀더 보기 좋다. 꽃잎은 좀 더 또렷해지고 작아지며 색조도 다양해진다. 잎은 연두색을 띤다. 그러나 재배한 튤립은 너무 약하므로 이식하면 죽기 쉽다.

 

 

  사람들은 손이 많이 가는 이 식물을 재배하는 데 열중했다. 어머니가 건강한 자식보다는 병약한 아이에게 신경을 더 쓰는 것과 비슷했다. 튤립에 대한 근거 없는 찬양도 점점 더해 갔다. 1634년 튤립을 소유하려는 네덜란드인들의 열망이 도를 넘어, 다른 산업은 팽개치고 모든 사람이 튤립 거래에 나섰다. 이러한 광기(狂氣)가 지속되면서 값은 계속 올랐고, 1635년에는 튤립 40뿌리에 10만 플로린을주고 산 사람도 많았다. 10만 플로린이면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황소 830마리 정도를 살 수 있었다. 이렇게 고가가 되고 보니 곡식 알갱이보다 가벼운 페릿이란 중량 단위로 튤립을 사고 팔 필요가 생겼다. 1636년에 이르러 진귀한 튤립 품종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져, 튤립 거래 시장이 암스테르담 주식 시장과 로테르담 그리고 하알라엠에 세워졌다.

 

 

  드디어 도박 현상이 나타났다. 투기를 노리는 주식 중개인들이 튤립 거래에 나섰고 가격 변동을 심하게 유도했다. 처음에는 누구나 가격이 오를 것을 자신했고 모두 큰 이익을 얻었다. 튤립 거래 중개인들은 가격의 급격한 등락 속에서 큰 이득을 보았다.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황금이 눈에 어른거렸고, 파리가 꿀단지에 모여들 듯 사람들은 튤립 투기에 뛰어들었다. 모두가 튤립 호황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했고, 전 세계의 부(富)가 네덜란드로 몰려드는 듯했다. 귀족, 도시민, 농장주, 기계공, 선원, 심지어 굴뚝 청소부까지 튤립 투기에 나섰다. 사람들은 집과 토지를 헐값에 처분하고 튤립을 샀다. 외국인들도 투기 열풍에 휩싸여 네덜란드에 와서 돈을 퍼부었다. 튤립 이외의 생필품들도 서서히 가격이 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이 광기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을 감지했다. 일부 부유층은 자신들의 정원에 있는 튤립을 적은 이윤을 남기고 팔기 시작했다. 크게 손해 볼지 모른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그러자 튤립 값은 떨어지고 다시 오르지 않았다. 튤립 거래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구매를 계약한 사람들은 대금 인도일이 되자 몇 분의 일로 가격이 떨어진 튤립의 인수를 거절했다. 네덜란드 전국에 한숨이 울려 퍼졌다. 부자가 된 일부 사람들은 재산을 숨기고 영국에 투자했다. 많은 상인들은 무일푼이 되었고 채무자로 전락하는 귀족들이 속출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몇몇 도시의 튤립 보유자들이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대표를 뽑아 정부와 협상하자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정부는 개입을 거절하고 당사자들이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으나 다툼만 심해졌다. 결국 튤립 투기가 절정이던 1636년 11월 이전의 계약은 모두 무효로 하고 그 후에 체결된 계약은 대금의 10퍼센트만 판매자에게 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사태는 그럭저럭 진정되었다. 완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정부로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파산자도 많았고 큰 이익을 본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상업은 큰 타격을 입었고,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표 사진
비에이피따라 꽃길따라  비에이피 윤지성
첫 문단 영어독해연습에 나왔던 거 생각난당 튤립 한 뿌리...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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