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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11/29) 게시물이에요











 슬프지 않은 시 | 인스티즈

김현승, 눈물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슬프지 않은 시 | 인스티즈


정윤천, 저녁의 시

 

 

 

저녁이 오면

사람들의 마을에 아름다움의 빛깔이 든다

저녁이 온다고 마을이 저 혼자서 아름다워지랴

한낮의 온갖 수고와 비린 수성(獸性)들도 잠시 내려 두고

욕망의 시침질로 단단히 기웠던 가죽지갑도 주머니 속에 찔러 두고

서둘지 않아도 되는 걸음들로 사람들이 돌아오기도 하는 때

돌아와서 저마다의 창에 하나 둘의 등불을 내걸기도 하는 때

그러면 거기, 일순처럼 사람들의 마을로는 아름다움의 물감이 번지기도 한다

더러는 제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으로 방심과도 같은 마음의 등을 기대기도 하면

머리 위의 하늘에선 이 지상의 계급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어린 별들의 수런거림이 일렁이기도 하는 때

저녁이 오면

저녁이 오면

어디선가, 낮은 처마의 이마께를 어루만지며

스스럼 없는 바람의 숨결 같은 것이 시간의 긴한 어깨 위를 스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슬프지 않은 시 | 인스티즈


이해리, 나무의 길

 

 

 

참나무는 밑동이

하늘을 향하도록 해서 태운다

나무의 길대로 태워야 좋은 숯이 되는데

나무의 길은 하늘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뿌리 쪽으로 나 있다는 것이다

대지에 뿌리박고 살아있는 동안 나무는

순순히 갈 수 있는 길 혹은 가고 싶은 길

땅 속에 꼭꼭 숨겨두고

길 아닌 길을 무성하게 피워 올린 셈이다

무언가 거역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반대의 길을 강요받은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나뭇가지와 잎과 열매들은

나무의 아픔 혹은 상처가 아니었을까

가끔 누군가의 아픔이나 상처가 세상을 푸르게 한다

잎을 달고 새를 품고 구름을 우러르는 동안

뻗어나갈 듯 자꾸 막히는 캄캄한 나무의 길은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을까

아무에게도 내색 않은 갈등을 몸 속에 숨겼다가

죽어 숯가마에 들면 비로소

섭씨 6,000도의 불꽃에 활활 몸을 맡기고 엿새 밤낮을

타오르며 거꾸로 피워 올렸던 힘들고 고단했던 길을

뜨겁게 밝히는 숯나무

그리고 숯, 또 하나의 길로 완성되었을 그

 

순도 높은 인내

혹은 뜨거운 마감

 

나는 세상 밖으로 나갈 때 그렇게

뜨겁고 깨끗한 길 하나 낼 수 있을까






 슬프지 않은 시 | 인스티즈


강재현, 저문 강

 

 

 

바람맞으러 떠나는 길은

쓸쓸하여라

닻배소리 들리는 저문 강 저편으로

워나리 달빛이 잠들고

내색도 않던 슬픈 강은

눈물로 흐른다

흐르는 눈물만큼

흘리는 눈물도

아름다워야 하느니

어딘가에서 저처럼 울고 있을

사람을 위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 않는다






 슬프지 않은 시 | 인스티즈

박지웅, 슬프지 않은 시

 

 

 

길에, 나비 하나 굴러다닌다

죽어서도 팔랑거린다

 

돌아보니

잔잔히 손 흔드는 나비

 

가끔 달로 날아가는 나비들이 있다

가끔 꽃에 부딪쳐 죽는 나비들이 있다

 

가끔 세상을 잘못 넘어오는 나비들

그런 나비들의 몸을 헤쳐보면

꽃가루보다 뼛가루가 더 많이 나온다

 

아버지도, 신기섭도 춤추다가 춤만 추다가 떠났다

춤추지 말지, 아름답지나 말지

그대들 살다 간 한철이

남은 자에게 평생이 된다는 것을 아는지

슬프지 않은 시를 쓰자, 마음먹고

나는 지하방에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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