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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78
이 글은 8년 전 (2017/12/11) 게시물이에요











 이제는 섭섭한것도 아름다워라 | 인스티즈

함성호, 엄마야, 누나야

 

 

 

누나야, 사는 게, , 이러냐

사는 게, , 이리, 울며, 모래알 씹듯이 퍽퍽하고

사는 게, , 진창이냐

엄나야, 누나야

이젠, 웃음마저도 시든 꽃처럼

무심한 손길도 왜 가슴 데인 화열처럼

, 쉬이 넘기지 못하고, 가벼이 사랑치 못하고 말이다

우리는 자꾸 흐린 앙금처럼 가라앉고 마는 건지

정말 우리는 못됐구나, 누나야

관음보살 같던 고운 네 손도

음울한 기계음에 피멍져

, 이제, 천상, 야근에 찌든 노동자구나

가슴에 어린 죽음을 묻고 파도처럼 가라앉던

술집 간나이들 빨래 더미에 허리 휘던

밤이면 훤한 창에 보호수 소나무 흔드리던 방

엄마야, 누나야

햇빛에 현란한 은수원 사시나무의 황홀한 발광도

나는 꼭 더럽게 심사가 꼬여 눈감고 말았다

사는 게 왜, 이리, 숨막힌 것인지 엄마야

강변에 햇살이 표창처럼 반짝일 때 누나야

저 억장 무너지는 바다에

물안개가 니, 부서지는 웃음처럼 번져올 때

나는 이 악물고 이 모든 아름다움을 부정한다

엄마야, 누나야

네 얼굴에 박힌 웃음이

언 강 물밑처럼 풀려나갈 때까지

모든 꽃들은 사기다






 이제는 섭섭한것도 아름다워라 | 인스티즈


이영식, 젖은 낙엽족

 

 

 

가을비 지난 뒤 마당을 쓸었다

낙엽 몇 이파리 빗자루에 착 달라붙는다

도쿄대학 어느 여교수가 명명 했다는

젖은 낙엽족이 이런 모습일까

일에 시간에 쫓겨 마땅한 취미도

노년의 준비도 없이 퇴직한 저 사내

낙엽 된 슬픔이 깃들어 있다

아내의 그늘 맴돌며 떨어지지 않는다

이사 할 때면 멍멍이를 품어 안고

차량에 맨 먼저 올라 타야하리라

밥 한 끼 지을 줄도 세탁기 쓸 줄도 모른다

속옷, 양말이 어느 서랍에 접혀있는 지

연장통엔 뭐가 들었고 두꺼비집은 무얼 하는지

반상회도 쓰레기분리수거일도 모르고

혼자 놀 줄도 모른다

아내라는 빗자루에 물먹은 낙엽처럼

착 달라붙었다가 어디론가 쓸리기 전에

설거지를 배우자, 접시를 깨뜨리자

단추를 달고 구두를 닦자

혼자 장도 보고 야채 값도 깎아보자

책갈피 답답한 논리로는 넘어서지 못한다

아버지의 의자는 크레바스에 빠져 사라졌다

남편들아 오늘, 새에게 먹이를 주고

어항 속 금붕어 똥도 치우자

빨래를 널고 개자

 

빗자루 끝에 달라붙은 낙엽 파르르 떨고 있다






 이제는 섭섭한것도 아름다워라 | 인스티즈


김여정, 이제는 섭섭한것도 아름다워라

 

 

 

강물도 아직 먼길 더듬는

이른 새벽

불편한 꿈길 위에서

너희들

멀리 안개꽃 속에 아슴 아슴

작은 등을 보이는

섭섭함도 이제는

눈물 그렁그렁 가슴 미어지도록 아름다워라

 

양수리 강가

때지난 갈대들

저녁노을 소슬한 바람에

성긴 머릿발 날리며 몸 흔들고 있는

섭섭함도 이제는

가슴 아릿아릿 정신이 아득하도록 아름다워라

 

강 건너 산마루 위

짙은 어둠 속

수종사 한 점 불빛

은밀한 사랑의 신호인가

 

남몰래 갈대에 불붙이고 있는

어두운 바람의 손 엿보는

섭섭함도 이제는

핏줄 저릿저릿 눈앞이 어지럽도록 아름다워라






 이제는 섭섭한것도 아름다워라 | 인스티즈


함순례, 뜨거운 발

 

 

 

어스름 할머니 민박 외진 방에 든다

방파제에서 그물 깁던 오십줄의 사내

지금쯤 어느 속정 깊은 여인네와

바짓가랑이 갯내 털어내고 있을까

저마다 제 등껍질 챙겨가고 난 뒤

어항의 물비늘만 혼자 반짝인다

이곳까지 따라붙은 그리움의 물살들

밤새 창턱에 매달려 아우성친다

사랑이 저런 것일까 벼랑 차고 바윗살 핥아

제 살 불려가는 시린 슬픔일까

몸이 자랄 때마다

맨발로 차가운 바다를 헤매야 하는 소라게야

울지 말아라 쓸쓸해하지 말아라

게잠으로 누워 옆걸음 치며 돌아가야 할

누더기 등껍질 촘촘 기워간다

물 밀려간 자리 흰 거품 걷어내며

기어 나오는

소라게의 발이 뜨겁다






 이제는 섭섭한것도 아름다워라 | 인스티즈

김광섭, 설야(雪夜)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깊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디찬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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