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내 다 사라지지 않는 것을 끝이라 한다
/오주리, 피피카카
거리 한가운데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한강,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그 때 나는 다 깨달았는데,
그런데 나는 지금 또 깨닫네.
이미, 아주 많이 깨달았는데,
그래서 더 이상 깨달을 게 없을 것 같은데
나는 자꾸만 자꾸만 더 깨닫네.
/김사과, 천국에서
"미안해"
끝없이 사과했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황인찬, 방사
나는 알았다
꽃이 문드러지며 뱉어내는 꽃물이
꽃말의 형식인 것처럼
눈물이 네 노래의 형식이라는 것을
/심보선, 금빛 소매의 노래
그때 나는 사랑인 줄도 모르고
조금 아득했고 조금 열려 있었는데
무엇인가 내 안에 고여 들었는데
흰 거품처럼 흩어지고 말았는데
/장석원, 이상한 슬픔
그대의 울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이영주, 현기증을 앓는 고양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너랑."
/안상현, 달의 위로
"나도 사랑해."
라고 말했다. 똑바로, 성실하게.
나는 매일 조금씩 망가지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 웨하스 의자
한 존재는 결코 다른 존재의 존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장 폴 사르트르, 구토
혹시 알고 있을까.
나는 사실 사랑해로 시작해서
사랑했었어로 끝나는 문장박에 쓸 줄 모른다는 것.
/느린
아는가,
네가 있었기에 평범한 모든 것도 빛나 보였다
네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네가 웃을 때 난 너의 미소가 되고 싶었다
네가 슬플 때 난 너의 눈물이 되고 싶었다
/이정하, 네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기도했네
소원을 빌었으나
들어줄 신이 없었네
편지를 썼네
사랑을 고백했으나
읽어줄 연인이 없었네
/정 영, 가수
사랑이란 것은 쓸쓸한 거였다.
누군가를 위해 한 발짝 물러선다는 것은
자신은 내내 외로움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곁에 두지 않는 법이라고.
/이정하, 변명
공사 중인 골목길
접근금지 팻말이 놓여 있다
시멘트 포장을 하고
빙 둘러 줄을 처놓았다
굳어지기 직전,
누군가 그 선을 넘어와
한 발을 찍고 지나갔다
너였다
/문숙, 첫사랑
떠나간 그 사람에게 가지말라고 하지 못했고
이젠 곁에 없는 엄마에게 사랑한다 하지 못했고
한때는 붙어 다니던 친구에게 고맙다고 못했잖아
조금 더 용기낼 걸
조금 더 잘 해줄 걸
조금만 더 노력해볼 걸
/진, 이젠
말 한 번 건네지도 못 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 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이정하,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왠지 우울해져서 늦은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올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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