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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에 대한 제목+내용 검색 결과
남준선배ll조회 472l
이 글은 6년 전 (2018/1/03) 게시물이에요

조선의 지식인들은 일본의 문장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당시 대부분의 일본인은 고유의 문자를 사용했고, 지식계층이라 할 수 있는 승려들이 제한적으로 한문을 익혀 외교문서를 담당하는 상황이었다 (조선과의 외교문서 작성을 담당한 대마도의 관리는 대부분 승려였다) 따라서 일본의 지식층이 어려서부터 한문을 익히고 일상적으로 시문을 교환하며 살았던 조선 지식인과 어울려 능숙하게 글을 짓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일본에도 뛰어난 문장가가 있었다 김세렴, 조경과 만난 林道春(林羅山)이라든가, 임수간이 만난 源璵(新井白石), 조엄이 만난 太宰純(春臺)과 같은 사람은 모두 당대의 학자로 필담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고, 조선 측에서 이들과의 교류에 대비해 미리 그 작품을 읽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필담을 통해 외국 학자와 깊은 속내를 나누는 것은 당시 청나라를 방문하는 연행사에게는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기왕에 지은 시를 내놓고 답시를 요청했다가 통신사가 즉석에서 답시를 쓴 다음 재차 답시를 요청하면 시를 만들지 못해 난감해 하거나, 막부의 집정이 통신사와 시를 수작하기 위해 파견한 승려가 초서를 알지 못해 해서로 써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따라서 조선의 통신사가 대마도에 도착한 이후 일본을 떠날 때까지 시와 글씨, 그림을 청탁하는 행렬이 끊어지지 않았고, 그 중 일부의 작품은 고가에 매매되기도 했다


이상에서 보듯 조선의 지식인은 일본의 학술문화에서 우수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의 학술문화가 발전해 나갈 가능성은 상당히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먼저, 진시황이 서적을 불태우기 이전의 옛 경전이 일본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구양수(송 대의 문인)일본도가(日本刀歌)에서 徐福(徐市)이 일본에 갈 때, 古文尙書 100편을 가지고 갔으며 그 원본이 송대까지 남아있다고 노래한 것에서 연유하는데, 구양수의 시를 익히 알던 조선의 지식인들은 일본에 그런 책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1663년에 송시열은 구양수의 시를 거론하면서 남용익이 일본에 갔을 때 이 책을 확인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고, 이처럼 조선의 지식인들은 옛 경전의 원본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본에 그 일부가 남아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둘째, 일본 학자의 문장과 어린 인재의 총명함에서 발전할 가능성을 보았다 1636년 일본을 방문한 김세렴은 대마도 봉행과 林道春(林羅山)의 문장력이 좋고, 방문객 중에 이기론, 심성론과 같은 성리학 개념을 질문하는 자가 많은 것을 보고 일본인을 야만인이라고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1711년 조태억은 源璵(新井白石)에게 조선만이 유일하게 중화의 제도를 바꾸지 않고 동주(東周)가 되어 있는데, 일본도 文敎가 크게 일어나고 있으므로 여기서 한 번 더 변하면 중화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1719년 일본을 방문한 신유한은 더 적극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오사카大坂에서 에도江戶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십대 소년들이 독서량이 많고 용모나 행동거지가 예법을 익힌 사람처럼 보이는 것을 보고 교육만 잘 받으면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셋째, 출판문화의 발달이 지식의 보급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았다 1655년 남용익은 일본에서 출판된 서적에 일본기日本紀, 속일본기續日本記, 풍토기風土記, 신사고神社考, 본조문수本朝文粹등이 있지만 허망하고 잡스러워 볼만한 것이 없고, 중국 서적도 유포되어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는 자가 적다고 평하였다 그러나 18세기에 들어오면서 일본의 출판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가 나타났다 1719년 신유한은 오사카의 풍부한 서적가게를 거론하면서, 조선의 명현名賢 문집도 많이 보이는데 일본인들은 특히 퇴계집退溪集을 존숭하여 집집마다 외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전했다 또한 역관을 통한 서적 밀무역도 성행하여 김성일의 해차록海槎錄,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 강항의 간양록看羊錄과 같은 책은 양국 사이의 기밀을 기록한 것인데 오사카에서 일본판으로 출판되어 판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유한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인쇄의 빠르기였다 그는 에도로 가는 길에 3명의 서기書記, 일본 측 장로長老와 함께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1개월이 지난 후에 이를 편집하여 인쇄된 책을 받고는 일본인들이 중국 사람처럼 호사好事 취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그는 일본 내에 통행되는 조선 책이 100종을 헤아리고, 중국 남경에서 수입해온 책이 1,000종을 헤아리며, 민간에서 고금의 특이한 책과 각종 문집을 간행한 것은 조선의 10배가 넘는다고 하여 일본의 서적문화를 인정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조선의 학술문화가 일본보다 훨씬 앞서있다고 보았고, 일본의 학술문화도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렇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일본이 학술을 발전시켜 중화의 국가로 진입하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김문식, 조선후기 지식인의 대외인식, 새문사, 2012, pp.18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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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에 제시된 일본에 옛 경전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가능성으로 끝난 상황이었고, 두 번째는 조선 지식인들 입장에서 일본이란 야만 오랑캐의 땅에서 태어나 한문과 성리학을 배우려 힘쓴다는 기특함(?), 사절단의 입장에서 기인하는 립 서비스가 합쳐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작 조선 지식인들이 위기감을 느꼈던 것은 18세기 무렵 일본의 출판 상황이 전례 없는 성황을 누리고 있었다는 점과 18세기 후반의 통신사들이 목격하게 될 고학파로 인한 성리학의 열세 양상이었습니다 다만 신유한이 파견될 당시로서는 아직 고학파가 발견되지 못한 상황이었고 어쨌든 일본이 무력과 재력을 갖춘 부강한 나라라는 것을 확인하고 학문을 중시하는 일본의 분위기가 제대로 발전해나간다면 장차 중화 국가가 될 것임을 기대하는 상황이었으며, 17세기~18세기 초의 통신사 활동은 18세기 후반의 일본 문물 도입 시도나 정약용의 문화 중심 화이론으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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