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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7년 전 (2018/1/15) 게시물이에요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정주연, 풍경 한 장

 

 

 

바다가 저만치 보이는 길에 이르고서야

비로소 가파른 곳에선 물살처럼

한 번쯤 허물어내려도 좋았다는 생각이 잠깐 지나간다

먼 길 어디에서 무너져 있던 집은

자력처럼 사람을 끄는 편안함이 있었다고 기억된다

벽이 버텨온 세상의 무게만큼 가벼워져서인가

알지 못한다 지나온 많은 집들 중에서

하필이면 나는 속 정겹게 내보이던

그 집의 사진을 골라든다

밑에서 아직도 제 모습 고집하고 있는 문틀이나 기와들

서있는 것들에 대해 일별도 없이 허물어져 내린

풍경 한 장, 그 안으로 자꾸만 가는 시린 마음의

서성이는 발끝은 때 놓친 봄꽃에 가 머문다

너도 수없이 일어서다 주저앉았겠다

뿌리깊은 슬픔이 꽃대 아득하도록

허공에 꽃잎 노오랗게 피워올렸겠다

물살이 거칠다 배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보름이다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윤성학, 감성돔을 찾아서

 

 

 

홀로 바위에 몸을 묶었다

 

바다가 변한다

영등철이 지나 바다가 몸을 바꿔 체온을 올리고

파도의 깃을 세우면

그들은 산란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빠른 물살이 곶부리를 휘어감는 곳

빠른 리듬을 타고 온다

영등 감생이의 시즌이다

 

바닷물의 출렁거림은 흐름과 갈래를 지녔다

가장 강한 놈은 가장 빠른 곳에서만 논다

릴을 던져라 저기 본류대를 향해

가쁜 숨 참으며

마음 속 깊이로 채비를 흘려라

거칠고 빠른 그곳

거기 비늘을 펄떡이는 완강함

릴을 던져라

바다는 몸을 뒤채며 이리저리 본류대를 끌고 움직이지만

큰 놈은 언제나 본류에 있다

본류는 멀고

먼 데서부터 입질은 온다

바다의 마개를 뽑아 올릴 힘으로 나를 잡아채야 한다

팽팽한 포물선을 그리며 발밑에까지 끌려온 마찰저항

마지막 순간이 올 때

 

언제나 거기 있다

, 채비를 흘려보냈다

 

온다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김영석, 썩지 않는 슬픔

 

 

 

멍들거나

피흘리는 아픔은

이내 삭은 이 되어

단단한 삶의 옹이를 만들지만

슬픔은 결코 썩지 않는다

고향집 뒤란

살구나무 밑에

썩지 않고 묻혀 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흰 고무신처럼

그것은 어두운 마음 어느 구석에

초승달 걸려

오래오래 흐린 빛을 뿌린다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유현숙, 겨울 포구

 

 

 

 

겨울 소래 포구는

혼자먹는 내 고달픈 저녁처럼 쓸쓸했다

물때 따라 떠 내려온

채 녹지 못한 얼음 덩어리들이 노숙하던

몇 구의 주검 같다

멀리서 부터 온 지친 그들은

달리다 만 협궤 열차의 기억을 대신해서

천천히 흐르고

이제 먼 바다 위로 날기를 포기한 재갈매기는

포구변을 떠 다니며 제 몸만 살찌우고 있다

비린내 배인 눈 덮인 갯가에는

분실 신고 된 폐선 하나가 널브러져 있고

나는 치유되지 않는 깊은 우울과

바닥까지 추락한 절망의 부스러기와

그리고 아직도 다문다문 떠오르는 군색한

욕망의 찌꺼기를

소래 장터의 곰삭은 젓갈통에 깡그리

쏟아 붓는다

소금에 푹 절여진 세월 하나를 미끼로

누군가 갯바람 속에서

물에 빠진 멀건 겨울 해를 건져 올리려고

자꾸 헛손질 하고 있다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한병준, 대파를 까다 보면

 

 

 

대파를 까는 일은

누대를 들춰 보는 끈끈한 의식이거나

감싸주던 임들과의 만남, 또는

여러 갈래의 길고 긴 길을 만나는 일이다

 

대파에서 뻗어나온 여러 갈래의 길

그 길같이 시들어간

어머니의 어머니를 감싸주던 어머니를 내려놓고

그 어머니를 감싸 주던 어머니를 내려놓고

나를 감싸주고 있는 어머니도 내려놓는다

감싸주던 모든 여자들의 품을 내려놓고

머리에 드리워진 먹빛구름도 내려놓고

눈물나는 대파를 깐다

코와 눈, 귀와 입 모두 뛰어나와 사무친 대파를 깐다

그렇게 흠뻑 눈물을 쏟으며 내려놓다 보면

감싸주고 감싸주며 살아가는

하나로 이어진 끈끈한

모든 길을 비로소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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