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4977689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이슈·소식 유머·감동 정보·기타 팁·추천 고르기·테스트 할인·특가 뮤직(국내)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258
이 글은 8년 전 (2018/1/15) 게시물이에요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정주연, 풍경 한 장

 

 

 

바다가 저만치 보이는 길에 이르고서야

비로소 가파른 곳에선 물살처럼

한 번쯤 허물어내려도 좋았다는 생각이 잠깐 지나간다

먼 길 어디에서 무너져 있던 집은

자력처럼 사람을 끄는 편안함이 있었다고 기억된다

벽이 버텨온 세상의 무게만큼 가벼워져서인가

알지 못한다 지나온 많은 집들 중에서

하필이면 나는 속 정겹게 내보이던

그 집의 사진을 골라든다

밑에서 아직도 제 모습 고집하고 있는 문틀이나 기와들

서있는 것들에 대해 일별도 없이 허물어져 내린

풍경 한 장, 그 안으로 자꾸만 가는 시린 마음의

서성이는 발끝은 때 놓친 봄꽃에 가 머문다

너도 수없이 일어서다 주저앉았겠다

뿌리깊은 슬픔이 꽃대 아득하도록

허공에 꽃잎 노오랗게 피워올렸겠다

물살이 거칠다 배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보름이다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윤성학, 감성돔을 찾아서

 

 

 

홀로 바위에 몸을 묶었다

 

바다가 변한다

영등철이 지나 바다가 몸을 바꿔 체온을 올리고

파도의 깃을 세우면

그들은 산란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빠른 물살이 곶부리를 휘어감는 곳

빠른 리듬을 타고 온다

영등 감생이의 시즌이다

 

바닷물의 출렁거림은 흐름과 갈래를 지녔다

가장 강한 놈은 가장 빠른 곳에서만 논다

릴을 던져라 저기 본류대를 향해

가쁜 숨 참으며

마음 속 깊이로 채비를 흘려라

거칠고 빠른 그곳

거기 비늘을 펄떡이는 완강함

릴을 던져라

바다는 몸을 뒤채며 이리저리 본류대를 끌고 움직이지만

큰 놈은 언제나 본류에 있다

본류는 멀고

먼 데서부터 입질은 온다

바다의 마개를 뽑아 올릴 힘으로 나를 잡아채야 한다

팽팽한 포물선을 그리며 발밑에까지 끌려온 마찰저항

마지막 순간이 올 때

 

언제나 거기 있다

, 채비를 흘려보냈다

 

온다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김영석, 썩지 않는 슬픔

 

 

 

멍들거나

피흘리는 아픔은

이내 삭은 이 되어

단단한 삶의 옹이를 만들지만

슬픔은 결코 썩지 않는다

고향집 뒤란

살구나무 밑에

썩지 않고 묻혀 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흰 고무신처럼

그것은 어두운 마음 어느 구석에

초승달 걸려

오래오래 흐린 빛을 뿌린다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유현숙, 겨울 포구

 

 

 

 

겨울 소래 포구는

혼자먹는 내 고달픈 저녁처럼 쓸쓸했다

물때 따라 떠 내려온

채 녹지 못한 얼음 덩어리들이 노숙하던

몇 구의 주검 같다

멀리서 부터 온 지친 그들은

달리다 만 협궤 열차의 기억을 대신해서

천천히 흐르고

이제 먼 바다 위로 날기를 포기한 재갈매기는

포구변을 떠 다니며 제 몸만 살찌우고 있다

비린내 배인 눈 덮인 갯가에는

분실 신고 된 폐선 하나가 널브러져 있고

나는 치유되지 않는 깊은 우울과

바닥까지 추락한 절망의 부스러기와

그리고 아직도 다문다문 떠오르는 군색한

욕망의 찌꺼기를

소래 장터의 곰삭은 젓갈통에 깡그리

쏟아 붓는다

소금에 푹 절여진 세월 하나를 미끼로

누군가 갯바람 속에서

물에 빠진 멀건 겨울 해를 건져 올리려고

자꾸 헛손질 하고 있다






 썩지 않는 슬픔 | 인스티즈

한병준, 대파를 까다 보면

 

 

 

대파를 까는 일은

누대를 들춰 보는 끈끈한 의식이거나

감싸주던 임들과의 만남, 또는

여러 갈래의 길고 긴 길을 만나는 일이다

 

대파에서 뻗어나온 여러 갈래의 길

그 길같이 시들어간

어머니의 어머니를 감싸주던 어머니를 내려놓고

그 어머니를 감싸 주던 어머니를 내려놓고

나를 감싸주고 있는 어머니도 내려놓는다

감싸주던 모든 여자들의 품을 내려놓고

머리에 드리워진 먹빛구름도 내려놓고

눈물나는 대파를 깐다

코와 눈, 귀와 입 모두 뛰어나와 사무친 대파를 깐다

그렇게 흠뻑 눈물을 쏟으며 내려놓다 보면

감싸주고 감싸주며 살아가는

하나로 이어진 끈끈한

모든 길을 비로소 만나게 된다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방금 트럼프가 美 연준 의장에 쿠팡 사외이사 지명함.jpg3
5:57 l 조회 4916
조국, 민주당 내 합당 반발에 "차기 민주정부 구상에 의견차 발생"1
5:51 l 조회 198
한국인들이 모르는 외국인들끼리만 하는 한국 욕
5:49 l 조회 5694
예술충 인용 ㄹㅇ이다1
5:47 l 조회 1861 l 추천 1
슈카 "코스피 5000 조롱한 적 없어"
5:47 l 조회 1319
숙종의 아이를 가장 많이 낳았던 인물
5:42 l 조회 4723
배우 캐서린 오하라 별세
5:41 l 조회 1356
준석이가 ‭이거 ‭사면 돈벌 ‭수 ‭있다더니 ‭피눈물 ‭나온다
5:38 l 조회 772
장항준 감독 '왕과 사는 남자' 씨네21 박평식 평 + 이동진
5:36 l 조회 802 l 추천 1
월 450 직장 한국인들이 절대 안하는 이유2
5:30 l 조회 8933
주식 초보가 가장 위험한 시기...jpg6
5:17 l 조회 8679
대장금.jpg
5:16 l 조회 462
시장표 찹쌀도넛츠 난제.jpg3
5:13 l 조회 1009
요즘 릴스가 걍 다 이럼1
5:11 l 조회 1008
취미건 뭐건 다 수익화하려는 이 세상이 지침.twt3
5:11 l 조회 9176 l 추천 5
지난주 개봉한 F1 더 무비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5:10 l 조회 138
슈퍼키드 - 그리 쉽게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5:08 l 조회 114
중국에서 미국 문화 뿌리기
5:06 l 조회 202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나라 15.JPG
5:05 l 조회 591
헤드폰/헤드셋으로 들으면 극락가는 노래 추천해주는 달글2
5:04 l 조회 376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