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제자들과 함께한 최후의 만찬.
그리고 그의 죽음을 지켜봤던 수많은 군중들.
예수의 옆구리에 상처를 낸 것도 군중들 중 로마 병사.
그토록 철저히 예수의 죽음을 재현하려 했다면 이런 것들이 빠질 수 없을 것.
혹시 그날 이 채석장에는 김씨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김씨가 말했던 산악 모임이 바로 이들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곳에 다른 이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비로 인해 흔적은 다 사라지고 말았다.
과연 이 각본을 김씨 본인이 썼을까.
그렇다면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라진 이 퍼즐 조각만 찾을 수 있다면
누가 김씨에게 그런 믿음을 불어넣었는지,
왜 이 의식의 희생자를 자처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라진 퍼즐을 찾아나선 제작진은
김씨의 친구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죽은 김씨는 상처가 깊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성실한 가장이었던 김씨.
죽은 아들의 나이는 불과 스물 둘.
김씨는 아들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줄곧 혼자였다는 김씨.
그는 의지할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수소문 끝에 만난 김씨의 친누나.
놀랍게도 누나는 김씨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형제들과 사이가 멀어진 건 김씨의 종교 문제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교회에선 김씨가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죽기 직전 그가 심취했던 건
기독교, 불교, 도교, 토착신앙이 혼합된 사이비 종교의 교리.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오로지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죽은 김씨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제작진은 스스로가 재림 예수라고 자처하는 한 여성을 만났다.
벌써 6년째. 그녀는 다가올 종말을 알리기 위해 편지를 쓰고 있었다.
곁에 두 사람은 그녀를 믿고 따르는 신도들.
정기적으로 십일조를 보내오는 신도도 있다.
그러나 그녀도 원래는 평범하게 교회를 다니던 주부였다.
안정적인 직장의 남편과 결혼 해 집안일을 하던 그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신앙에 매달리게 된 이유는 남편의 바람 때문이었다.
죽은 김씨처럼 그녀에겐 사람으로 인한 깊은 상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믿음이 극단적으로 변한 것도 김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절도 다음은 방화였다. 불을 지르자마자 경찰서를 찾아가 죄를 받은 그녀.
이 믿음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지만 그런 믿음은 사람을 극단적으로 내모는 사이비 종교일 뿐이다.
구원이 아니라 끔찍한 비극이었던 것.
사이비 종교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단체의 이름과 소속이 명확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신앙 공부를 하자고 제안한다.
성경과 같은 교리를 자의적으로 해석, 종말을 이야기 하거나 구원을 약속한다.
신앙 생활을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한다.
김씨는 이 세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종교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의 위험한 믿음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결국 무관심이었다.
그 누구도 김씨가 채석장에서 죽어가는 것을 몰랐다.
남자를 구원해줄 수 있는 건, 정체모를 그의 신이 아니라 병원치료를 권해줄 관심이었을지 모른다.
문경 십자가 죽음을 단순한 광신도의 죽음으로 기억한다면
우리는 또다른 십자가의 죽음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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