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기] 이 추운 날에도 랜선으로 차여보자

1 남녀공학 고딩 동갑내기 김동한 

예전에, 그러니까 처음 같은 반이 되었을 때 처음 같이 앉았던 그 애랑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 애가 내 이상형에 딱 맞아떨어졌다. 그래서인지 그 애랑 더 많은 얘기를 나누려 노력했고, 같은 남자애들은 나랑 그 애를 엮으려 노력했다. 처음 반 단합대회를 하던 날, 그 애는 처음으로 털어놓는 거라며 나에게 커밍아웃을 얘기했고, 기분이 좋았던 나는 그 말이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올지 알 수 없었다. 

여름방학을 며칠 앞두고 하루 간격으로 그 애와, 그리고 반에서 조용한 남자애의 책상에 작은 초콜릿이 담긴 상자가 올려졌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방학 하루 전, 강당에서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설교를 다 듣지도 않고 몰래 나와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그 애의 책상에 초콜렛을 놓고 가는 남자애의 모습을 봤고, 괜히 마음이 싱숭했다.

방학이 끝난 후, 제일 먼저 교실에 도착해 그 애가 오기를 기다렸고, 하나 둘 들어오는 애들 사이로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둘의 모습이 보였고, 나는 직감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 담임 선생님의 말이 끝난 후 자리를 옮기는데 그 애가 조심스럽게 팔짱을 낀 채로 나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여름방학 때 썸 타기 시작해서 이제 막 사귀거든, 일단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 주라."

2 같은 학원 다니는 동기생 권현빈 

매일같이 내 옆에서 수업 듣던 그 애는 유독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친한 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옆에서 조용히 책만 보고 낙서만 끄적일 뿐이었다. 그래도 가끔 핸드폰 액정 속에 보이는 남자애 사진을 보면 아주 가끔이지만 웃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괜히 그 애가 궁금해졌다.

누구야?

-어? 아, 아니.

응?

내가 묻자마자 핸드폰을 감추며 얼굴이 붉어지는 그 애를 보면서 나는 괜히 그 애가 더 좋아졌다. 그리고 가끔 츄잉껌이나 사탕을 주면서 웃으면 그 애는 괜히 얼굴만 붉히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 날 밤, 먼저 나간다던 그 애를 보다가 수업이 끝나자 그 애한테 고백할 마음으로 주머니에 비싼 페** 초콜렛을 넣고 학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 건, 오토바이 열쇠를 쥐고 있는, 핸드폰 액정으로 봤던 남자애가 있고 그 옆에는 수업 때에는 볼 수 없는 징징 표정으로 보는 그 애가 있었다. 

-얼른 오토바이 키 줘, 자기야.

씁, 혼날래? 이거 타지 말라고 그랬지.

-안 다치고, 헬멧도 잘 쓰는데?

그럼 앞으로 뽀뽀 금지.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설마 둘이 사귀는 건가, 생각할 틈도 없이 남자애를 뒤에서 껴안고 부둥대는 그 애를 보면서 나는 그저 초콜렛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아, 내일 학원 나오지 말까.

3. 옆 남고 남학생 차은우 

우리는 남녀공학, 그 애의 학교는 남학교였지만 서로 붙어있기 때문에 운동장을 같이 써야했고, 그 애는 체육 수업 때문에 올 때마다 같은 체육 수업 때문에 나오는-남녀공학은 체육관에서 수업한다- 내 쪽을 보면서 웃어줬고, 남사친과 다른 친구들은 그런 나에게 부럽다는 말을 건넸다. 

여름이 되면서 옆 남학교 애들은 체육이 끝나면 땀을 닦기 위해 우리 교실 쪽 수돗가로 왔고, 그 애도 매번 땀을 닦아냈다. 그럴 때마다 그 애한테 수건을 건넸지만 차마 내가 줬다는 말을 하기엔 부끄러워서 부러 남사친의 이름을 팔았고, 이것이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올지 아무도 몰랐다.

여름방학 당일, 종례가 끝나자마자 나가는 남사친을 보면서 뭐 바쁜 일이라도 있나 생각하다 얼른 그 애한테 고백할 마음으로 친구마저 먼저 보내고 천천히 내려가는데 보이는 건 남사친이랑…

-되게 빨리 나왔네?

많이 기다렸지, 땀 봐.

-괜찮아, 그나저나 네 친구는?

친구 천천히 나올 거야.

-걔 안 보일 때 얼른 가자. 괜히 눈치보이거든.

마치 내가 눈치보인다는 뉘앙스로 말을 끝낸 그 애가, 남사친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캐리어 가방을 끌면서 유유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옆에서 맞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마음 한 쪽이 괜히 아파왔다. 

4. 남동생의 과외 선생 박진영(제와피 아님.)

남동생이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부모님은 나에게 했던 것처럼 동생에게도 젊은 과외 선생님을 한 분 붙였다. 처음 과외하러 오던 날, 나는 과외 선생님에게 반해버렸고, 동생을 통해 선생님의 정보를 알아내고 매번 과자와 먹을 것을 드리면서 선생님의 마음을 사려 노력했다. 

여름에는 일부러 내가 조금 덥더라도 선생님이 수업하는 방에 에어컨을 틀었고, 추운 겨울이면 따땃한 난로를 수업하는 방에 틀었다. 아빠는 고개를 저었고, 엄마는 저러다 동생이 선생님이랑 이어지면 나중에 공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았다. 그걸 듣는 나는 괜히 기분이 묘했다. 

동생이 과외 선생님네 학교에 붙은 후 졸업식이 되었다. 운동장에서 울먹이는 남동생과 다르게 엄마, 아빠, 그리고 나는 빨리 식을 끝내고 아빠가 쏜다는 뷔페에 갈 생각만 가득했다. 식이 모두 끝난 후 엄마와 아빠가 먼저 식당에 가신 후 나도 움직이려는 그 때, 남동생의 과외 선생님이 동생 옆으로 다가왔고, 남동생을 품에 안다가 그대로 입을 맞추는 모습에 내 사고회로는 모두 끊겼다.

이제 나도 성인이에요, 쌤.

- 내 눈에는 아직 애긴데?

나 애 아닌데, 너무해. 

- 이제 선생님 아니고, 자기네?

자기네, 라는 마지막 말에 끊겼던 사고회로가 다시 돌아갔지만 오작동이 심했고, 내 눈에도 어느샌가 눈물이 고여버렸다. 앞으로 둘이 사귈 것 같은데, 미치겠다.

조팔놈아 뽀려가라 

문제 없을 거야 응 제발 ㅠ 

[하성운이야]

아 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