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5000746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정보·기타 이슈·소식 유머·감동 뮤직(국내) 팁·추천 할인·특가 고르기·테스트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509
이 글은 8년 전 (2018/1/26) 게시물이에요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 인스티즈

맹문재, 물고기에게 배우다

 

 

 

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 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운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낸 길을 버리는 물고기들에게

나는 배운다

약한 자의 발자국을 믿는다면서

슬픈 그림자를 자꾸 눕히지 않는가

물고기들이 무수히 지나갔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저 무한한 광장에

나는 들어선다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 인스티즈


나희덕, 빗방울, 빗방울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 인스티즈


이기철,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앉아 기다렸다

병은 연인처럼 와서 적처럼 깃든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안 사람은 현명하다

, 아직도 사람 그리운 병 낫지 않아

낯선 골목 헤맬 때

등신아 등신아 어깨 때리는 바람소리 귓가에 들린다

별 돋아도 가슴 뛰지 않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꽃잎 지고 나서 옷깃에 매달아 둘 이름 하나 있다면

아픈 날들 지나 아프지 않은 날로 가자

없던 풀들이 새로 돋고

안보이던 꽃들이 세상을 채운다

,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삶보다는 훨씬 푸르고 생생한 생

그러나 지상의 모든 것은 한번은 생을 떠난다

저 지붕들, 얼마나 하늘로 올라 가고 싶었을까

이 흙먼지 밟고 짐승들, 병아리들 다 떠날 때까지

병을 사랑하자, 병이 생이다

그 병조차 떠나고 나면, 우리

무엇으로 밥 먹고 무엇으로 그리워 할 수 있느냐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 인스티즈


박상천, 통사론(統辭論)

 

 

 

주어와 서술어만 있으면 문장은 성립되지만

그것은 위기와 절정이 빠져버린 플롯같다

'그는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라는 문장에서

부사어 '우두커니'와 목적어 '그녀를' 제외해버려도

'그는 바라보았다'는 문장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그는 바라보았다'는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나 서술어가 아니라

차라리 부사어가 아닐까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에는

눈물도 보이지 않고

가슴 설레임도 없고

한바탕 웃음도 없고

고뇌도 없다

우리 삶은 그처럼

결말만 있는 플롯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힘없이 밥을 먹었다'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밥을 먹은 사실이 아니라

'힘없이' 먹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 인스티즈

이재무, 낙엽

 

 

 

시를 지망하는 학생이 보내온

시 한 편이 나를 울린다

세 행 짜리 짧은 시가 오늘 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한 가지에 나서 자라는 동안

만나지 못하더니 낙엽 되어 비로소

바닥에 한 몸으로 포개져 있다

 

그렇구나 우리 지척에 살면서도

전화로만 안부 챙기고 만나지 못하다가

누군가의 부음이 오고 경황 중에 달려가서야

만나는구나 잠시잠깐 쓸쓸히 그렇게 만나는구나

죽음만이 떨어져 멀어진 얼굴들 불러 모으는구나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첫 음방 1위로 숨도 못 쉴 정도로 오열했다는 리센느 미나미.jpg
16:22 l 조회 119
캣맘을 건드리면 안 되는 이유
16:21 l 조회 206
일본 한 가게의 휴업 공지
16:14 l 조회 1002
홍명보 감독한테 꿀 빤다는 충주맨.jpg2
16:04 l 조회 1778
늙크크가 있기때문에 영크크도 존재하는거라는 연옌.jpg6
15:35 l 조회 4158
수영장 다니는데 문신ㅊ이 너무 많아서 진짜 짜증나요32
15:30 l 조회 7949 l 추천 1
트로트 막내 가수 보는데 눈에 꿀 떨어진 형들.jpg1
14:36 l 조회 4310 l 추천 1
결정사 대표가 말하는 요즘 여성들의 외모 이상형 공통점7
14:36 l 조회 3902
김부장 나온 훈훈한 남배우가 아이돌로 본업할때 갭차이..jpg
14:13 l 조회 2917
비밀 무덤까지 가져가는 MBTI 유형.jpg77
13:23 l 조회 22564
왜 사람들은 동사무소라는 명칭에 애착을 갖는걸까37
13:23 l 조회 14867
초코파이 먹으러 교회 오면 안됩니다.jpg4
13:18 l 조회 7481
와이프에게 아버지의 전화요구 미치겠다.jpg192
12:52 l 조회 29688
학교 시험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공감하는거. jpg4
12:46 l 조회 6637
제대로 뽑은 여름 곡으로 컴백한 남자 아이돌.jpg
12:41 l 조회 549 l 추천 1
동묘에서 가격 흥정하는 성형외과 원장.jpg1
11:31 l 조회 14830
개큰 무리하면서 하이힐 튼튼함을 광고하는 중국 신발ㅋㅋㅋㅋㅋㅋㅋㅋ
11:10 l 조회 2844
경조사 괘씸죄로 승진 탈락했다는 회사원.jpg167
10:04 l 조회 50361
조카한테 한마디 조언했는데 깽값 물어주게 생겼다
1:05 l 조회 1537
한국인들의 선호도가 남녀노소 통틀어 가장 낮다는 김치8
1:02 l 조회 7832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