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한 아이가 흙길을 뛰어갑니다.
그리고
한 남자가 그 뒤를 따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남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아이
비의 계절, 시간을 넘어
약속처럼 그렇게 만나지기를 그들은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한치의 의심도 없는 현실이 되어주던 순간
비에 젖은 얼굴인지
눈물에 젖은 얼굴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그녀가
약속처럼 그들에게 왔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만납니다.
처음 만남일 수도 있고
두번째 만남일 수도 있는 특별한 만남
그들은 과거에 대한 회상을 시작합니다.
낮이나 밤이나 그녀를 기다리던
한 남자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이루어진
두근두근 첫 데이트
그녀는 시린 손을 그의 주머니에 밀어 넣고
그는
그녀의 시린손을 따뜻하게 잡아줍니다.
오직
추억을 되살리느라 행복한 두 사람도 있지만
비의 계절이 가버릴까 두려워하는 마음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번쯤 떠나보내 본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남겨지는 두려운 마음을....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이 얼마나 설레는 기쁨이며
그 약속을 지켜주는 그 사람이 또 얼마나 고마운지 말이죠.
그렇게 기적같은 시간이
깊은 바램 속에 담겨져 흘러갑니다.
차가운 빗줄기가 오로라처럼
그들을 하나로 감싸줍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한 그들입니다.
첫키스
동갑내기 친구였던 그들이
스무살의 여자와 스물아홉의 남자로 만나
시간을 넘어 키스를 나눕니다.
스무살의 그녀에겐 첫키스
스물아홉의 그에겐
다시 돌아온 꿈결같은 키스입니다.
그녀만 있으면 뭐든 잘 해낼 수 잇는 그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가 쏟아져도
그녀에게 가는 길은 그에게 꽃길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직 못 다한 옛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그들의 재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닌가 봅니다.
적어도 그녀에겐 그러해 보입니다.
잘 할 수 있을거라고 그를 안아주는 그녀에겐
뭔가 다른 기억이 숨겨진 듯도 합니다.
그러나 스무살로 돌아온 그녀는 아직
그의 이야기에 그저 행복합니다.
그들의 베스트 포즈~
영원일거라 믿는 그녀에겐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일 수 밖에 없겠지요.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타임캡슐 상자를 열던 날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알아버립니다.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게 된 후,
아이에게 집안일을 가르치고
해바라기 꽃밭도 일굽니다.
자신의 마지막을 알게 된 그녀의 우산이,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아이의 생일케이크를
12년어치나 예약 해 두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생일도
미리 축하해 두고
마지막 사진도 함께 찍습니다.
비의 계절이 다 지나가고
장마의 끝소식을 접한 아이가 달려갑니다.
그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동안
그는 죽을 힘을 다해 그녀에게 옵니다.
하지만 역시, 그는 힘이 부족합니다.
스물아홉의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마지막이란걸 알기에
그녀는 기다립니다.
그녀를 영원히 보내야 하는 때라는 걸 알기에
그 역시 오고야 맙니다.
너무나 기뻐하는 그녀와
너무나 아파하는 그가
다시 손을 잡습니다.
그녀의 손은 다시
그의 주머니 속으로 담깁니다.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 인사를 나눕니다.
나뭇잎을 타고 내리는 마지막 빗방울이
그들을 갈라놓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떠나버렸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인 듯도 합니다.
다시 스무살의 시간으로 돌아온 그녀
그녀는 생각합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될까
사실은 그와 마찬가지로
첫사랑인 그를 밤낮으로 그리워 했던 그녀는
결심합니다.
지금, 당신을 만나러 가겠다고....
자신의 마지막을 알고 나서도
그를 만나러 가는 그녀의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저 역시 그리할 것 같습니다.
다시 똑같은 아픔을 만나야 할지라도
저 또한 그를 만나러 다시 가겠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당신도 만나러 가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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