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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8/3/04) 게시물이에요











 다시 나만 남았다 | 인스티즈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다시 나만 남았다 | 인스티즈


박곤걸, 소나무를 만나

 

 

 

바람을 다스리지 못하겠거든

산으로 가서 소나무를 만나

말 대신 눈으로 귀를 열어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절제하고, 절단하고

바람이 부는 날

하늘에다 온몸으로 수화하는

나무의 설법에 큰절하고

잘 늙은 소나무가 손짓해 주는

그 곁에 가서 뿌리를 내려라

 

어느덧 산을 닮아

푸른 자태가 제격이면

바람도 솔잎에 찔려 피를 흘린다






 다시 나만 남았다 | 인스티즈


이재무, 쓴다

 

 

 

식전에 일어나 마당을 쓴다

찬물 뿌려 아직 잠 묻어 있는 바닥 깨운 뒤

손주 볼 알뜰히 문질러 닦는 할미의 손길로

살뜰하게 구석구석 마당 쓸다보면

아직 보내지 못한 애증과 집착

왜 이리도 많은 것인가

돌에 스민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는 것들

마당은 패고 싸리비 끝이 울며 부러진다

싸리비 다녀간 뽀얀 얼굴의 마당에

갓 태어난 햇살과 순진한 참새들 내려와 앉는다

손 씻고 방에 앉아 새삼 생각하노니

한 칸 한 칸 시간의 공백 채워가는 일처럼

두렵고 또 경건한 일이 있을까

안절부절 생각을 풀어놓다가 방문 여니

울타리 밖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는

감나무그늘 그새 백지 마당 한 획 한 획

다는 채우지 않고 넉넉히 적시고 있다






 다시 나만 남았다 | 인스티즈


이문재, 저물녘에 중얼거리다

 

 

 

우체국이 사라지면 사랑은

없어질 거야, 아마 이런 저물녘에

무관심해지다보면 눈물의 그 집도

무너져버릴 거야, 사람들이

그리움이라고, 저마다, 무시로

숨어드는, 텅 빈 저 푸르름의 시간

봄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주소가

갑자기 떠오를 때처럼, 뻐꾸기 울음에

새파랗게 뜯기곤 하던 산들이

불켜지는 집들을 사타구니에 안는다고

중얼거린다, 봄밤

쓸쓸함도 이렇게 더워지는데

편지로, 그 주소로 내야 할 길

드물다, 아니 사라만진다

노을빛이 우체통을 오래 문지른다

그 안의 소식들 따뜻할 것이었다






 다시 나만 남았다 | 인스티즈


허수경, 문장의 방문

 

 

 

아직 아무도 방문해보지 않은 문장의 방문을 문득

받는 시인은 얼마나 외로울까,

문득 차 안에서

문득 신호등을 건너다가

문뜩 아침 커피를 마시려 동전을 기계 속으로 밀어넣다가

문장의 방문을 받는 시인은 얼마나 황당할까

 

아주 어린 시절 헤어진

연인의 뒷덜미를 짧은 골목에서 본 것처럼

화장하는 법을 잊어버린 가난한 연인이 절임 반찬을 파는

가게 등불 밑에 서서

문득, 그 문장의 방문을 받는 시인은

얼마나 아릴까

 

가는 고둥의 살을 빼어 먹다가

텅 빈 고둥 껍질 속에서 기어나오는

철근 마디로만 남은 피난민 거주지

다시 솟아오르는 폭탄을 보다가

문득, 문장의 방문을 받는 시인은

얼마나 쓰라릴까 혹은

 

부드러운 바위를 베고 아이야 잘자라, 라는

노래를 하고 있던 고대 샤먼이

통곡의 거리로 들어와

부패한 영웅의 사진을 들고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옛 노래를 잊어버린 시인이

그 문장의 방문을 받을 때

세계는 얼마나 속수무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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