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기 직전인 오전 9시23분. 문 대통령과 수행원 일행이 우리측 평화의집 밖으로 나가자마자 북측 경호원 2명이 1층 로비로 들어섰다. 김 위원장이 사용할 방명록이 놓인 책상쪽으로 향한 일행 중 한 명은 의자에 분무기로 소독약을 뿌리고 흰색 천으로 의자의 앉는 부분과 등받이, 팔걸이, 다리 부분을 닦기 시작했다. 이어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다시 한 번 흰색 천으로 의자를 닦았다. 방명록도 마찬가지였다. 공중에 소독약을 분무한 뒤 헝겊으로 두 차례 닦았다. 김 위원장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측이 준비한 펜까지 꼼꼼하게 닦았다.
북측 경호원들은 이후 1층 환담장으로 이동해 소독과 도청 검사를 이어갔다. 경호원들은 회담장 내 김 위원장이 앉게 되는 중앙 의자 뒷쪽으로는 시작 전부터 풀기자단의 접근을 아예 막기도 했다.
오전 9시41분. 문 대통령의 안내로 평화의 집으로 들어선 뒤 방명록대로 이동한 김 위원장은 북측 경호원이 닦아놓은 펜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별도의 케이스에 담아온 펜을 사용해 방명록에 서명했다. 우리측 관계자는 “실무회담에서 펜을 여러 개 준비해 김 위원장이 방명록에 적을 펜을 고르게 하겠다고 제안했더니 북측이 펜은 우리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1시55분 회담을 마친 뒤 평화의 집을 나온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 로고가 박힌 벤츠 리무진을 이용해 다시 북측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이 차량에 탑승하자 평소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는 경호팀 12명이 차량의 양측과 뒷쪽을 에워싸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 190㎝가 넘는 장신에 건장한 체격이었다. 이들은 차량이 북측으로 넘어간 뒤 카메라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달렸다.
이날 회담에 앞서 미 CBS와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이 전용 화장실을 가지고 남측에 내려온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배설물을 통해 건강 정보가 유출될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CBS는 북한 지도부가 북한 내 군 기지와 국영 공장 현장을 방문할 때도 이같이 전용 화장실이 구비된 차량이 동행한다고 보도했다.
박유미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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