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은 대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허나”
“너의 사리사욕에도 어긋남이 없다”
“또한 유신의 세가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부 귀족들의 사리에도 어긋남이 없다 어찌 생각하느냐”
“자신의 이와 대의가 일치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 53화 中
“왜 입니까?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말 한 대로다 이제는 신국의 기강보다는.”
“저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잘못은 유신이 했는데 왜 저를 더 멀리하시는 겁니까?”
“유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저 또한 폐하의 곁에 있을 수 없는 겁니까?”
“저의 충심은, 폐하에 대한 저의 마음은
보이지 않으신 겁니까?”
“보인다 나에 대한 욕망도 보이고, 나에 대한 연모도 보여”
“헌데요.”
“내가 미실에게 가장 부러운 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
그는 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미실은 사랑하고 혼인하면 그것이 자기 세력을 불리는 것이지만
내가 사랑하고 혼인하면 분쟁의 씨를 만드는 것이다 아니냐?”
“넌 나를 통해 권력을 얻고,
나를 통해 신국을 가지려는 마음이 없느냐?”
“나는 감정이 없을 것 같으냐”
“그냥 누군가에게 기대어 위로 받고, 사랑받고
칭찬받으면서 살고싶지 않은 줄 아느냐”
“네가 날 만지면 가슴이 뛰지 않을 줄 알아.?”
“허나 안된다”
“나는!”
“왜요. 왜요!”
“나는 이제 여인이 아니다
나는 단지 폐하일 뿐이야”
“나를 버리면서까지 왕권을 유지하셔야했던 내 아버지 진평제
목숨을 버린 내 언니 천명공주, 멀리는 지증제, 법흥제, 진흥제
그들 모두 내게 내린 무거운 임무는 하나다”
“신라를 사라지게 하지 말라는 것 왕권을 강화하라는 것
그리고 삼한일통을 이루라는 것”
“그때까지 나는 없다”
“비담 날 소유할 생각따윈 하지 마라”
“사랑은 소유하는 것입니다”
“비담 제발. 내가 선택하게 하지 마라”
“그 어느 누구든 날 가질 수는 없다
내가 왕으로 존재하는 한”
제 54화 中
“폐하께서 유신을 버리시지 못하신다면”
“못한다면?”
“제가 유신을 지키겠습니다”
“유신을 참수하라는 상소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뜻이 있는 화랑과 무장들 또한 계속 상주할 것이옵니다”
“허나 사량부령 비담!
모든 정치력을 동원하여 그들을 잠재우겠사옵니다”
“허락만 하신다면 유신의 목숨만은 살려내겠사옵니다”
“유신의 목숨이라.
그 댓가로 난 너와 혼인을 하면 되는 것이냐”
“폐하.”
“유신의 목숨값이 그리도 비쌌단 말이냐”
“네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더냐?”
“아니냐?”
“예 그. 그렇사옵니다. 그 것을 원하옵니다
허나 감히 연모로 흥정을 할 생각은 없사옵니다”
“연모, 참으로 한가롭고 참으로 따뜻한 단어가 아니냐”
제 55화 中
“날 연모하느냐”
“하문하였으니 답하거라”
“예, 폐하 감히 그러하옵니다”
“신국은”
“예?”
“신국은 연모치 않느냐”
“알겠느냐? 내가 너와 국혼을 한다면
그 것은 유신을 살리기 위해서도 아니고, 연모라는 한가로운 감정도 아니고”
“단지 네가 필요해서일 것이다”
“헌데 너만은 정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야”
“권력을 위해 국혼을 원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어찌 혼인을 위해 권력을 취하려 한단 말이냐”
“폐하.”
“어찌 그리 어린 아이 같은 것이야.”
“서라벌에서 네가 제일 순진하구나”
“날 연모한다 하였느냐? 난 말이다
참으로 재미없고 따분한 일이다만 오리지 신국만을 연모해야 하느니라”
“연모라는 것은 모든 것을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거는 것인데 어찌 사람간의 연모를 하겠느냐”
“폐하 오로지 신국을 연모하신다면”
“제가 그 신국이 될 것입니다
폐하께선 이미 제게 신국 그 자체이십니다."
“폐하에 대한 연모와 신국에 대한 연모
소신에게는 다르지 않사옵니다”
제 55화 中
“반드시 신국을 구하고
폐하를, 폐하의 백성을, 폐하의 신국을 구해낼 것입니다”
“신국을 구한 자에게 모든 자격이 있을 것이다”
제 55화 中
“헌데 왜 이제와서 저의 진심은 계략이고
폐하를 지키려는 저의 마음은!! 서라벌을 차지하려는 욕망인 것입니까“
“저의 진심은 이제 보지 못하시는 겁니까?”
제 57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