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용시대박ll조회 609l
이 글은 5년 전 (2018/5/27) 게시물이에요










 참을 수 없는 가려움 | 인스티즈

이태관, 색맹

 

 

 

개가 색맹인 것은

간밤에 달을 물어뜯은 까닭이다

잠들지 못하고

처마 밑에서 오도독 떨며

오래도록 별을 바라본 까닭이다

눈 내리면 저리 좋아 뛰는 것은

별이 제게로 오는 줄 아는 까닭이다

비 내리면 목소리 저리 청승스런 것은

제 사랑을 그리워하는 까닭이다

 

산수유 피어오르는 날

봄의 목을 조이며 날아오르는 나비 한 쌍

황사로 물드는 하늘

 

눈 내리면 출근길 걱정

비 내리면 공연히 마음 심란한 것은

내게 별도 달도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색맹

앞만 보고 걸어가야 하는 까닭이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 | 인스티즈


권현형, 미열, 흰 눈

 

 

 

흑백의 화면이 켜져 있다

어떤 상처나 찢어짐도 없는 밤

 

아가는 밤새 미열로 뒤척이고

당나귀처럼 뒷발질로 발버둥질로

배냇열을 스스로 다스리고

 

할머니가 텔레비전과 단둘이 살 수 있도록

냉장고 속 오래된 음식을 버리고 얼리고 말리고

어머니는 밤새, 몸이 식어버린 살림살이를 쓰다듬는다

시간을 신문지에 둘둘 감아 미라 상태로 냉동 보관한다

 

어머이 어머이, 오냐 오냐

두 사람의 나직한 질문과 답이

밤사이 흰 눈처럼 할머니의 좁은 아파트에 쌓인다

 

아이의 이마에 돋는 홍매화 같은 미열도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어머니의 오랜 살림살이도

밤새도록 추는 흰 눈발의 춤사위 같기만 하다

 

모든 상처의 찢어짐이

손바느질로 꿰매어지는 밤






 참을 수 없는 가려움 | 인스티즈


김정원, 가출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집을 나갔다

 

밤늦도록 대문 밖에서 그를 기다리다

문득

 

하늘로 출가한 키 작은 아버지가

눈앞에 무척 크게 어른거려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 슴벅하게 젖는다

 

그 옛날 철없는 내가 집을 나갔을 때

착잡한 아버지도

 

차가운 달빛에 뜨거운 눈물 식혔을 것이다

이제야 제대로 벌 받는 이 늙은 아이처럼






 참을 수 없는 가려움 | 인스티즈


권혁수, 참을 수 없는 가려움

 

 

 

웃을 수도 울 수도 가려움은 한 때 끈끈한 아버지의 등이었다

유산 대신 수수깡 흙벽 모서리에 붉은 핏자국

남기고 떠난 아버지의 10년 묵은 문신,

기약 없이 내 등에 퍼렇게 새겨지고 있다

모서리 없는 아파트의 은행 대출 자국

긁어야 할 등 찾는 나의 귀가는

그래서 늘 늦어진다

 

해의 퇴근길처럼

검은 구름 밟고 지나 가시나무 숲에 등을 벅벅 문지르며 넘는

서산 능선 같은 12월말

핏빛 노을이 번지다 짙게

 

가슴에 달라붙은 가려움

긁어줄 소주

술잔 속으로






 참을 수 없는 가려움 | 인스티즈

신해욱, 보고 싶은 친구에게

 

 

 

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

 

안녕 친구 나는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

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냉동실에 삼 년쯤 얼어붙어 있던 웃음으로

웃는 얼굴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너만 좋다면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해도 된단다

 

내 손이 어색하게 움직여도

너라면 충분히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답장을 써주기를 바란다

 

안녕, 친구

우르르 넘어지는 볼링핀처럼

난 네가 좋다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얘들아 너네 요즘 밥친구로 뭐 봄 ...?299 알케이05.04 20:5756346 6
할인·특가 정말 종이책이 얼마나 안 팔리냐면206 세기말05.04 12:4897664 10
유머·감동 파스타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50대 50으로 갈린다는 난제130 라라리라리라05.04 17:0861927 1
유머·감동 요즘 mz세대들은 기겁한다는 밥122 참섭05.04 15:0890604 1
유머·감동 친구가 교복은 성희롱이라는데 어떻게 생각해82 윤콩알05.04 14:5161772 1
창녕군 백성들이 360여년을 섬긴 초인적 영웅의 정체 션국이네 메르 6:20 615 0
이 이름 모를 인형이랑 똑같이 생겼다는 한 남자 아이돌.jpg handring 5:53 1509 0
오늘자 삼색이한테 물려서 피 흘린 hahah가 한 충격적 행동..jpg1 용시대박 5:42 2960 0
호주 들 정뼝 없는 이유.twt +ordin 5:40 3521 0
요즘 김지원 외모1 킹s맨 5:36 1529 0
소주 경유 사건 반전2 언행일치 5:35 1439 0
호불호 많이 갈리는 돈가스2 실리프팅 5:35 844 0
스크랩 흥미돋 대만여행의 메리트가 뭔지 궁금한 달글 백챠 5:32 361 0
상무 아들이 힙합하고 싶다고 대학 자퇴한다 해서 이등병의설움 5:31 899 0
매일 밤 소를 찾아오는 표범 짱진스 5:29 1459 0
폭스바겐에서 조사한 엄청난 사실 뇌잘린 5:29 426 0
아니 텐텐샀는데 좀 민망해서 담아갈 봉투 없냐니까1 킹s맨 5:29 4554 0
화장실 변기칸에 이런거 붙이지마!1 311103_return 5:28 2841 0
차은우 인스타에 댓글 단 성시경.jpg1 lucky today 5:16 897 0
글씨체로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확실한 예시1 색지 5:08 5518 1
광장시장 최신근황1 한 편의 너 5:00 3891 0
어르신 세대 미녀 GOAT1 하품하는햄스 4:56 1843 1
문수아 응원하러 빌리 첫 팬콘 간 아스트로 멤버들 알라뷰석매튜 4:54 262 0
탕수육 대짜가 양이 이게 뭐냐6 색지 4:52 4999 0
정부 산하 공공기관 성범죄 고발...출장 중 연구원 성폭행한 40대 공무직1 불닭볶음탕 3:49 519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