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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7년 전 (2018/8/13) 게시물이에요











 나는 네게 글을 보내지 않았다 | 인스티즈

류근,

 

 

 

여섯 살 눈 내린 아침

개울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늙은 개 한 마리

얼음장 앞에 공손히 귀를 베고 누워

지상에 내리는 마지막 소리를 견뎠을

저문 눈빛의 멀고 고요한 허공

사나흘 꿈쩍도 않고

물 한 모금 축이지 않고 혼자 앓다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개울가로 걸어간

개 발자국의 선명한 궤적이

지금껏 내 기억의 눈밭에 길을 새긴다






 나는 네게 글을 보내지 않았다 | 인스티즈


최승자, 홀로 가는 낙타 하나

 

 

 

누구나 별 아래서 잠든다

길을 묻다 지쳐서

길 위에서 잠든다

 

누구나 별 아래서 잠든다

죽음을 죽음으로 일깨우면서

 

그리하여 별빛 아래

홀로 가는 낙타 하나

 

별 아래 잠도 없이

홀로 가는 낙타 하나






 나는 네게 글을 보내지 않았다 | 인스티즈


황영선, 개운포에서 길을 잃다

 

 

 

달 밝은 밤이면 개운포 갈대밭에서

들려온다는 그 노래

그대 마음 이미 내 것이 아니니

어찌할까 어찌할까

 

웃어라 웃어라

발밑에 와 부서지는 너털웃음

배를 띄워야 하건만

마음에 이는 풍랑은 잡을 수가 없네

 

달맞이꽃 피고 지는 세죽마을 앞바다

우뚝우뚝 솟은 굴뚝이 옛 기억을 희미하게 하여도

낡은 배 몇 척 거느리고

갈매기를 기다리는 바위 섬

 

마음은 천 길 바다 속

슬픔 사랑이어라

달빛 아래 흔들리던 그 춤사위

 

밤안개가 스멀스멀 처용 바위 전설을 감싸는

사라진 포구에서

그대도 나처럼 길을 잃고 서성이는가






 나는 네게 글을 보내지 않았다 | 인스티즈


박이도, 소시장에서

 

 

 

가난을 풀어가는 길은

너를 소시장에 내놓는 일이다

한숨으로 몇 밤을 지새고

작은아들쯤 되는 너를 앞세우고

마을을 나선다

너는 큰자식의 학비로 팔려나간다

 

왁자지껄 막걸리 사발이 뒹군다

소시장 말뚝만 서 있는 빈 터

찬 달빛이 무섭도록 시리다

헛기침 같은 울음으로

새 주인에 끌려가던 너의 모습

밤사이 이슬만 내렸다

 

우리 집 헛간은 적막에 싸이고

아들에게 쓰는 편지글에

손이 떨린다

소시장에서 울어버린 뜨거움

아들아, 너는 귀담아들어라

오늘 우리 집안의 아픔을






 나는 네게 글을 보내지 않았다 | 인스티즈

강기원, 편지

 

 

 

나는 네게 글을 보내지 않았다

 

바다는 가장 난폭한 순간에 정지해

바위를 세우고

나는 외눈처럼 외로운 시간에

내 가장 깊숙한 뼈를 뽑아든다

검은 피 찍어 쓰는 뼈의 붓 한 자루

 

나의 필법은

일필휘지의 유려함이 아니라 눌변의 온 박음질

처음 재봉틀 앞에 앉았을 때

자꾸 우는 천 위에서 튕겨 나가던 바늘

그런 보법으로

내 살가죽에 한 땀 한 땀 새기는 쐐기문자

 

먼데 바다가 운다, 주름을 잡으며 운다

살가죽이 운다, 우그러진다

서툰 바늘 아래서 소리도 없이 울었다 천처럼

내출혈의 밤들

파지를 만들 듯 수 없는 나를 구겼다 버리며

가까스로 한 장의 편지를 완성한 날

 

네게 보낸 건 글이 아니었다

파피루스보다 오래되고 얇아진

이미 설화가 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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