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글]
누더기 같은 몸 끌고 출근하는 중인데 갑자기 방송 나오드라.
기억이 좀 흐릿한데
"현재 임산부 석에 앉아계신 배나온 남자분은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그곳은 임산부 배려석이 아니라 임산부를 위해 비워놓는 자리입니다."
라는거야.
아니저런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정책이 바뀌었길래 이제는 임산부만 앉는 좌석이 되었나 싶어서 임산부석 보니까 임산부배려석이라고 쓰여있더라.
어떤 정신나간 미친련이 민원을 넣은거 같은데 임산부석에 남자가 앉아있으니까 눈꼴시렸나?? 방송을 할거면 임산부석에 앉아있는 여자애들도 다 일어서라 하지 왜 정작 임산부가 앉지 않고 여자애들이나 아지매들만 앉아있더만 그건 별 애기를 안하니 더 빡친다.
[후기]
지하철 무슨 부장이라고 하셨는데... 나이 있으신 아저씨에게 연락왔다.
먼저 나에게 자세한 얘기 듣고 답변을 드리고 싶다길래
가장 먼저 배나온 아저씨보고 자리 비켜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임산부석을 비워달라고 했는데 임산부석은 배려석이지 비워주는 곳이 아니지 않느냐, 그리고 내 앞에 젊은 여성이 앉아있었는데 그런 방송을 할거면 차라리 다 비키라고 할 것이지 왜 배나온 남자만 비키라고 했냐. 이건 명백한 남녀차별이다. 내가 만약 임산부석에 앉아있었는데 그런 방송이 나왔다면 반드시 모욕죄로 고소했을 것이다 이렇게 다다다 쏘아붙였어.
그러니까 계속 사과하면서 자기가 해당기관사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자기 나름대로는 위트와 유머있게 하려고 방송한거라는거야.
기가막혀서 듣고 있으려니 그 기관사는 "임산부 배려석에 가끔 배나온 아저씨가 임산부인척 앉아있는 경우가 있으신데 좀 비켜달라"라는 식으로 농담을 섞어서 위트있게 방송하려고 한거라고 하더라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그냥 변명같은데 나 또한 기억이 흐릿하고 화를 내고 있는 나랑 통화하고 있는 이 아저씨는 무슨 죄인가 싶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기관사 바꿔달라고 할걸 그랬나 싶은데 내가 이런 민원을 넣어본 적이 없어서 나도 당황했다.
여튼 그 생각없이 한 농담 자체가 성차별적인 거라는 걸 자기네도 알았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교육하겠다고 하길래 일단은 알겠다고 했어.
기관사와 직접 통화하는게 아니라 아빠뻘인 그 부장님이 계속 사과하면서 이야기하는거다 보니 그게 변명인지 뭔지 어떻게 아냐고 몰아붙이기 좀 그렇더라. 농담한거라는데 그래도 다 필요없고 그 직원을 징계하라고 하려니 오히려 내가 갑질하는건가 싶어서.
계속 불쾌하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다시 교육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더 강하게 말하기 뭣해서 일단은 알았다고, 다시는 이런일 없었으면 한다고 하고 끊었다.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라서 미안하다만 대충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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