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사회를 떠들썩 하게 했던 세모자 사건

인터넷은 속였지만 지상파는 못 속였다.
가장 성공한 대국민 사기극 중 하나이자 판춘문예. 거짓말쟁이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망치는지 보여 줬다. 프로그램 방영 이전 아이들의 모친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된 내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방송중지 요구아카이브까지 신청했으나, 그러면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하던 진실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진실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선동이 얼마나 무서운지 교훈을 얻게 되었다.
또한 자녀들에게 성범죄 관련 내용을 주입시켜 수사기관에 진술하게 하는 등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를 받은 이씨는 경찰에 입건되었으며 자녀들과 100m 이내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
선동으로 오해를 만드는 것은 한 문장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이를 반박하기 위해선 그것의 수십 배는 넘는 자료를 제시해야 될까말까하다. 그렇기에 음모론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그것이 해결되는 데는 지루한 법정공방과 사실관계 대조가 필요한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음모론 지지층이 격파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주장과 근거를 문장으로 전달하는 건조한 논증으로는 광신적인 선동가들을 설득시킬 수 없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날것 그대로 보여준 세 모자의 모습은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영상매체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세 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던 것. 인간은 의외로 비언어적인 요소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어낸다. 표정, 몸짓, 말투 등은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이 요소들은 화자의 진짜 속내를 드러낸다. 따라서 사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돌발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인 요소의 모순은 본능적인 위화감을 자아내게 된다.
방송 직전까지도 세 모자의 이야기를 퍼뜨려 달라고 여기저기 활동하던 커뮤니티들은 방송이 나가자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로 변했다. 대부분 없었던 일로 하자는 흑역사 취급 중. 이를 언급하는 여론 중에서는 자성론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자신들은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라며 책임 없다는 회피형 반응과, 배후가 있을 거라고 눈을 감는 현실부정형 반응이 소수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 부끄러운 흑역사 취급해버렸기에 일부 맘카페들을 제외하고 현재 진지하게 국정원, 여론탄압, 뇌물수수 등을 들먹이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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