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할복이라하면 스스로 배를 갈라 과다출혈로 죽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할복을 하면 복근 수축으로 칼이 들어가지 않아 단기간에 사망에 이를 정도로 과다출혈이 일어나지 않고, 고통만 심하다고 함.
그래서 그림과 같이 할복 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뒤에서 목을 치는 사람이 있는데 (가이샤쿠라고 함)
이 사람이 목숨을 끊는 역할을 하게 됨.
이 사람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웃돈 주고 구하거나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조선시대, 망나니한테 웃돈 주고 고통없이 죽여달라는 경우랑 비슷하지요.
특히 에도시대에 이르면서 극도로 형식화 되었는데,
배 가르는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칼로 가르는 시늉만 하거나, 칼집 잡을 때 목을 친다던지, 아예 칼대신 부채 들고 시늉만 할 때 목을 치는 걸로 바뀝니다.
그래서 실제 할복은 사실상 참수형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담으로 성을 지키지 못한 패장이 적들에 의해 극형에 처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행했다는 인식이 있지만, 그거는 전국시대때 얘기고, 평화기에는 그냥 사무라이에게 가해지는 사형 방식으로 변질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양반들에게는 참수형 대신 사약을 주는 것과 비슷한 걸로, 엄청난 중죄로 참수형을 받는 것이 아닌 이상 할복명을 내려 죽이는 거였죠.
이런 전근대적인 방법을 현대에도 한 사람이 있냐?
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라고, 30대에 노벨상 후보에도 오를 정도로 대단히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인데
30대 이후에 우익뽕을 맞은 뒤에 자위대 궐기를 주장하며 할복자살을 했습니다. 이게 1970년대입니다.
자기 딴에는 멋있게 죽겠다고 할복 후 혈서를 쓸 작정이었다고 했는데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서 엄두도 못내고 죽었다고 함..
현장 사진이 아직도 인터넷에 찾으면 나오는데, 얼마나 할복이란게 제정신으로 할만한 게 못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밖에 표현을 못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