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조 루블(373조 원: 러시아 국방비 약 6년치)을 무기 구입에 사용했고, 이는 진보된 초음속 미사일들과 수중 드론의 개발에 일조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 방산업계에 막대한 빚을 남겨주었는데, 그 규모가 전략적 분야까지 고사시킬 정도라고 한다.
"현재 러시아의 방위 산업은 거의 말라죽기 직전입니다. 말 그대로 더 이상 핵심 신기술에 투자할 돈이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이 부채 문서들을 사실상 사문화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 러시아 부총리 유리 보리소프
그에 따르면, 약 러시아 방위 산업이 진 빚은 2조 루블(37조 원)에 달한다. 매년 지불해야 하는 상환 비용이 어느 정도냐면, 러시아의 모든 방산업체들이 내는 순이익을 다 갖다바쳐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러시아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악성 부채들이 절대 상환이 될 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채무들은 경영 실수와 무기를 제조하는 국영 기업들의 비효율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주수출품인 석유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재정이 휘청하면서 국방비 지출을 삭감한 이후 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에는 러시아가 대형 무기 개발에 돈을 지원하는 방식에 있다. 러시아 정부는 새로운 무기 체계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자금 지원을 하지 않으며, 이에 더하여 정부는 방산업체들로 하여금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라며 압력을 넣고 정부가 지원하기 전까지 이 대출로 모든 비용을 다 감당하라고 떠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대출에 걸린 이자율이 연 10%대에 달한다. 러시아 방산업체들이 막대한 채무를 떠앉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점점 빚을 상환하기도 힘들어집니다, 정부에서 신무기 발주를 줄이기 시작했거든요." 안톤 다닐로프 방위산업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이런 혼란상의 원인으로 경영 실책을 꼽는다. 몇몇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했고, 다른 이들은 계약금을 너무 낮게 설정하거나 또는 기대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경우들이 많다. 그 외에 무기 체계의 공장 생산 가동 비용에 대해 계산 오차도 있었다. 이런 각종 문제들에 더해 최근 무기 수출로 들어와야 할 대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러시아 무기 수입국들이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하여 대금 처리를 지연시킴으로써 러시아 방산업계의 재정 문제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부채 탕감
현재까지 러시아 정부는 사실상 가망없는 2,000억 루블 가량을 탕감해주기로 계획하고 있는데, 이 자금은 불규칙하고 무질서하게 난립해 있는 방산업체들을 통제하기 위해 창설된 특수 국영 은행들로부터 융통된 것이다. 그러나, 재무부 관료들은 러시아 방위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6,000-7,000억 루블의 부채가 면제 처리되어야 한다는 보리소프의 제안을 거절했다.
여러 전문가들에 의하면, 러시아 군수 산업의 가장 큰 채권자는 국영 은행들인 스베르 은행, PJSC, VTB 등이라고 한다. 2016년 러시아 정부는 8,000억 루블을 지출해서 방위 산업의 부채 일정 부분을 탕감해주었고, 이는 그 해의 국방비 지출 급상승을 유발시켰다.
그러나 이번의 탕감 요구에 대해서, 러시아 재무부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 부채들은 정부의 관여 없이 은행들로부터 제공된 것이고, 이 채무들을 탕감시켜줄지 말지에 대해서는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
차세대 스텔스나 전차 도입 상황이 죄다 메롱메롱한 이유가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