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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야♡ll조회 317l 1
이 글은 4년 전 (2019/9/16) 게시물이에요








강영은, 풀등, 바다의 등

 

 

 

풀등이란 말, 풀에게도 등이 있다는 말

입에 풀칠을 하거나

입을 다문 소식에 우표를 붙이거나

늙어가는 입술에 착착 달라붙는 말 같아서 참, 좋다

풀여치가 밟고 가고 실잠자리가 알을 낳는 등

사는 동안 그보다 가벼운 등은 못 만났지만

제 몸보다 커다란 짐승의 발자국은 그냥 눈감아버리고

가냘픈 등에게만 허락하는 말 같아서 참, 따뜻하다

밭고랑에 박혀 일만 하던 어머니도

학자금을 빌리러 가던 아버지도

멀리서 보면 한 포기 풀, 이제는 풀만 무성한 무덤가에서

살랑대는 말 같아서 참, 쓸쓸하다

연인들이 반지를 교환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풀등

, 좋고 따뜻하고 쓸쓸한 등이 있다는

대이작도로 간다

풀반지로 족할 가난한 사랑 하나 만날 수 있다면

그 등에 기대어

파도와 몸을 섞는 이름 없는 풀이어도 좋겠다

뿌리가 뽑히기 전에

제자리를 떠날 수 없는 풀들이

섬의 안쪽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었지만

휘어질수록 물보라를 날리는 물빛 등만 출렁일 뿐

풀등은 보이지 않는다

풀등은 모래바람 날리는, 모래로만 말하는 등

물고기의 뼈가 삭아져 내린 바다의 등

바닷바람에 휘청거리던 내 등이 펴진 건

은갈치 떼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등을 본 직후였다

등이란 본래 스스로 일어서는 직립의 뼈대인 것

251천만 년 전에 수장된 나를 다시 보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이근배, 찔레

 

 

 

창호지 문에 달 비치듯

환히 비친다 네 속살꺼정

검은 머리칼 두 눈

꼭두서니 물든 두 뺨

지금도 보인다 낱낱이 보인다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

거짓으로만 산 이 부끄러움

네게 던지마 피 걸레에 싸서

희디흰 입맞춤으로 주마

내 어찌 잊었겠느냐

가시덤불에 펼쳐진 알몸

사금파리에 찔리며 너를 꺾던

새순 돋는 가시 껍질 째 씹던

나의 달디단 전율을

스무 해전쯤의 헛구역질을








문태준, 흰 자두꽃

 

 

 

손아귀에 힘이 차서 그 기운을 하얀꽃으로 풀어놓은 자두나무 아래

못을 벗어나 서늘한 못을 되돌아보는 이름모를 새의 가는 목처럼

몸을 벗어나 관으로 들어가는 몸을 들여다보는 식은 영혼처럼

자두나무의 하얀 자두꽃을 처량하게 바라보는 그 서글픈 나무 아래

곧 가고 없어 머무르는 것조차 없는 이 무정한 한낮에

나는 이 생애에서 딱 한번 굵은 손뼈마디 같은 가족과

나의 손톱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김명원, , 기다리다

 

 

 

사랑아

조금 늦게 울어도 되지 않겠니

 

배고프다 칭얼대는 저 초승달에게 늙은 젖을 먹인 뒤

아파요 으아리 근처서 깨어난 이슬이 마지막 숲 그림자에 가 닿은 뒤

자음으로만 머뭇 머무는 먹구름 우레로 퍼부은 뒤

두근거리는 상사화 꽃대가 차마 둥그러진 뒤

밤새 술 취하던 그의 조등(弔燈)이 점점점

붉게 사윈 뒤

 

사랑아

그때 우리 울어도

늦지 않겠지








심창만, 닭이 운다

 

 

 

새벽은 등으로 터진다

날갯죽지에 고개를 처박은

간절한 능선

등은 목보다 길다

새벽달이 올라앉은

서늘한 횃대

 

누가, 나를

양푼처럼 끌어안고

쌀을 안친다

오래오래 밥이 될

깜깜한 능선

목젖도 아궁이도 많이 부었다

 

십 리 밖까지 등이 휘도록

싸락눈 털어내며

닭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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