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6411789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정보·기타 유머·감동 이슈·소식 고르기·테스트 팁·추천 할인·특가 뮤직(국내)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376 출처
이 글은 6년 전 (2019/9/26) 게시물이에요

https://unsplash.com/

https://youtu.be/Sj_77ahq0vo







 그 곳에는 새의 둥지가 있었다 | 인스티즈


유자효,

 

 

 

산불이 났다

불의 바다 속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새는 나무 위를 맴돌며

애타게 울부짖었다

그 곳에는 새의 둥지가 있었다

화염이 나무를 타고 오르자

새의 안타까운 날갯짓은 속도를 더해갔다

마치 그 불을 끄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둥지가 불길에 휩싸이는 순간

새는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리곤 감싸 안았다

갓 부화한 둥지 속의 새끼들은

그리고는 순식간에 작은 불덩이가 되었다

폼페이에는 병아리들을 날개 속에 감싸 안은 닭의 화석이 있다







 그 곳에는 새의 둥지가 있었다 | 인스티즈


이재무, 진공청소기

 

 

 

먼지도 밥이 된다

삼시 세끼가 아니라

일주일 한두 번

폭식하는 그녀의 장기

투명하여 먹은 양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녀는 생활의 바로미터다

날마다 태어나 자란 먼지들

살집 불리면 발동하는 시장기

그녀의 식탐은 식을 줄을 모른다

고봉의 밥 싹싹 달게 비워내며

청결을 과신하던 그녀도

그러나 식구와 더불어 산 지 십 수 년

근년 들어서는 근력 부치는지

식사량 주는 대신 식사 시간이 늘고

음식물 흘리기도 하고

먹은 것 도로 게워내기도 하더니

평생 안하던 밥투정을 다 한다

먼지의 유구한 힘을

누군들 당해낼 수 있겠는가

이 세상 한결 같은 것은

먼지밖에 없는 것 같다







 그 곳에는 새의 둥지가 있었다 | 인스티즈


정현종, 어떤 적막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고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

적막으로 일가(一家)를 이룬다

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그 곳에는 새의 둥지가 있었다 | 인스티즈


홍문숙, 파밭

 

 

 

비가 내리는 파밭은 침침하다

제 한 몸 가려줄 잎들이 없으니 오후 내내 어둡다

다만

제 줄기 어딘가에 접혀있던 손톱자국 같은 권태가

힘껏 부풀어 오르며 꼿꼿하게 서는 기척만이 있을 뿐

비가 내리는 파밭은 어리석다

세상의 어떤 호들갑이 파밭에 들러

오후의 비를 밝히겠는가

그러나 나는 파밭이 좋다

봄이 갈 때까지 못 다 미행한 나비의 길을 묻는 일은

파밭에서 용서받기에 편한 때문이다

어머니도 젊어 한 시절

그곳에서 당신의 시집살이를 용서해주곤 했단다

그러므로 발톱 속부터 생긴 서러움들도 이곳으로 와야 한다

방구석의 우울일랑은 양말처럼 벗어놓고서

하얗고 미지근한 체온만 옮기며 나비처럼 걸어와도 좋을

나는 텃밭에서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러했듯

한줌의 파를 오래도록 다듬고는

천천히 밭고랑을 빠져나온다







 그 곳에는 새의 둥지가 있었다 | 인스티즈


이상국, 싸움

 

 

 

여러 해 전이다

내설악 영시암에서 봉정 가는 길에

아름드리 전나무와 등칡넝쿨이

엉켜 붙어 싸우고 있는 걸 보고는

귀가 먹먹하도록 조용한 산중에서

목숨을 건 그들의 한판 싸움에

나는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적어도 싸움은 저쯤 돼야 한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었다

산속에서는 옳고 그름이 없듯

잘나고 못나고가 없다 다만

하늘에게 잘 보이려고 저들은

꽃이 피거나 눈이 내리거나

밤낮 없이 살을 맞대고

황홀하게 싸우고 있었던 것인데

올 여름 그곳에 다시 가보니

누군가 넝쿨의 아랫도리를 잘라

전나무에 업힌 채 죽어 있었다

나는 등칡넝쿨이 얼마나 분했을까 생각했지만

싸움이 저렇게도 끝나는구나 하고

다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무속인들이 말하는 가장 조심해야 할 귀신..jpg
4:15 l 조회 659
비랑 챌린지 하는데 춤선 안밀리는 이채연.jpg
3:08 l 조회 394
학창시절 남미새 구현 진짜 잘하는 사람2
2:59 l 조회 2089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타인에게 많이 쓰는 화법.jpg2
2:59 l 조회 4600 l 추천 3
스키즈 동성애 '팬픽' 쓴 여성, 18개월 강제노동형4
2:59 l 조회 2574
자꾸 김풍 포토카드를 탐내는 손종원ㅋㅋㅋㅋㅋㅋ
2:54 l 조회 1294
안성재 유튜브 근황3
2:53 l 조회 6568
드라마 허수아비 새삼 열불 터지는 부분.twt (스포주의)
2:51 l 조회 672
BTS 정국·재력가 노린 해킹조직...총책급 추가 송환
2:46 l 조회 286
오늘 출소 예정인 아동 학대 살인마4
2:44 l 조회 6404 l 추천 1
초콜릿케이크 커팅
2:38 l 조회 2452
먹기 아까운 초콜릿
2:37 l 조회 1085
멤버들한테 억까당하는 리더 남돌.jpg
2:35 l 조회 2454
현직 여성 시장, 알고 보니 중국 간첩이었다…혐의 인정, 美 정치계 발칵
2:35 l 조회 550
두산 박지훈의 엄청난 더블플레이
2:27 l 조회 388
짱절미 인스타 업데이트9
2:24 l 조회 11304 l 추천 2
마블팬들이 어이없다는 캡틴 마블 서사.JPG
2:23 l 조회 1328
김주원 땅볼 안타, 안중열 홈에서 아웃
2:21 l 조회 142
의외로 은근히 많다는 유형.jpg1
2:15 l 조회 1837
김경문, 노시환 피치클락 오버에 대한 항의
2:14 l 조회 104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