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이사장이 말하는 '이념형 보수'

유시민 작가님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내용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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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국가주의 국가론에 대해 짧게 설명드릴게요~

 

토마스 홉스(1588  ~ 1679)란 영국의 정치 철학자가 펼친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서 국가는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침략의 위협에서 인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세속의 신'임을 말합니다. 즉, 국가는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주체이며 국가의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이념형 보수'는 이러한 국가주의 국가론을 따릅니다.

1987년 이후 주요 선거결과와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국민 셋 가운데 한 사람 정도는 국가주의 국가론을 확고하게 지지합니다.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 세력은 아무리 상식에 어긋나는 짓을 해도 잘 무너지지 않으며 외환위기를 일으키거나 차떼기 선거부정을 저지르거나 국정농단이 들통나 무너지는 경우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세력을 재건합니다.

 

 

 

 

치안과 국방을 유일한 국가목표로, 또는 다른 가치나 목표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국가목표로 여기는 유권자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권자들은 자유, 인권, 노동권, 평등권의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국방과 치안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다거나 심지어는 반드시 제약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금오공과대 대자보)

 

 

 그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사회질서유지와 국가안전보장입니다. 다른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가난한 아이들과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 장애인과 중증질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직접 그 혜택을 보는 경우에도 이런 정책을 펴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진보를 표방하거나 개인의 자유를 국가의 권위보다 앞세우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국가관을 의심합니다.

 

 

 

 

여러가지 범죄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도 그 사람이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보수당에 속해 있을 경우에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는데 크게 반대하지 않습니다. 잘못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국가운영은 국가관이 확실한 사람이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국가권력 유지를 위해 사형제를 찬성하고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철거민들의 거리시위는 물대포를 쏘고 헬기를 동원해서라도 강력 진압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사회의 질서와 기강을 바로 세워야 제대로 된 국가이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믿습니다.

 

 

 (광우병 시위)

 

(용산참사)

 

 

 북한 체제와 권력자들을 비난하지 않는 정치인은 사상을 의심받고 미국과 미군을 비판하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로 의심을 받습니다.

그들은 선거를 할 때 후보와 정당의 개별적인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습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국가관'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 성향의 정치세력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개성의 발현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까지도 '빨간 물'이 든 사람으로 간주하는 때가 많습니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가장 강력한 감정인 두려움을 정서적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부혼란과 침략의 위험이 상존하는 '국민국가'의 시대, 이데올로기적, 군사적 대격을 동반한 한반도 분단체제가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에서 홉스의 국가론은 앞으로도 위력을 떨칠 것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는 이런 국가론을 추종하면서 권력을 장악하고 행사했습니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는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현저하게 약화되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기지개를 켰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한 번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 평등권과 노동권은 법질서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며 통치권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고 탄압하였습니다.

 

 

(블랙리스트)

 

 

 

 

국가권력 사유화와 헌법파괴, 부정부패, 직무유기에 가까운 태만의 실상이 분명하게 드러난 시점까지 박근혜 정부는 국가주의 국가론을 따르는 '이념형 보수'들의  견고한 지지를 기반으로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고 국민들이 집권 보수정당에 등을 돌렸기 때문에 유사한 사태가 다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념형 보수'를 무식하다고 경멸하거나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현실과 희망사항을 잘 구별하지 못한 소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생명력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끈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