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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2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첫 사례다. 법원이 앞으로 병역거부의 판단 기준인 '양심'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모(28)씨에게 14일 무죄를 선고했다(2017고단643 등). 구씨는 2013년 2월 군복무를 마쳤지만 이후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씨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한 영화에서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은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고, 전쟁을 통해 이를 정당화 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구씨는 입대를 거부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으로 결국 입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병 훈련 과정에서 군사 훈련은 자신의 양심과 반한다고 생각해 결국 훈련이 없는 회관 관리병 근무를 자청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구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 부장판사는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주변의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고통,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구씨가 예비군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는 불이익이 훈련에 참석하는 것으로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며 "구씨는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오히려 유죄로 판단되면 예비군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씨의 훈련 거부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된 것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