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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처ll조회 317l
이 글은 4년 전 (2020/1/23)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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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후는 늘 허공이었다 | 인스티즈


박승류, 햇살검객

 

 

 

햇살은 가끔 날이 설 때가 있다

날을 세워 다가올 때가 있다

칼날처럼 날이 선 햇살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어쩌다, 깊숙이 베일 때가 있다

칼날은 계절마다 다른 검법으로 다가온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폭염검법에

차갑게 부서지는 혹한 검법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춘추검법까지도

모두 경험을 해 봤다

칼날에는 칼잡이의 혼이 들어 있어, 어떨 때는

한번 휘두른 칼날에 가슴을 철렁 베일 때가 있다

또 어떨 때는 마음이 동강날 때도 있다

모르는 사이 눈동자를 쓱싹 베일 때도 있다

우멍한 눈을 파고드는 우수(憂愁)검법은

춘추검법의 한 지류이지만

오랜 기간 숙련되어 으뜸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나는 우수검법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불혹을 지나 지천명으로 가는 길에

아차, 또 만나고 만 햇살검객

피할 방법을 찾지 못 했다 오늘도 나는

눈이 베였다

말간 피로 눈동자를 씻었다

배후는 늘 허공이었다







 배후는 늘 허공이었다 | 인스티즈


최문자, 위험한 식사

 

 

 

무서운 일이다

50년 이상 매일 매끼니

저 불량한 밥을 위하여

세상에다, 끝도 모서리도 없는 둥근 밥상 하나 차리는 노동

거품 물듯 흰 밥알 한 입 물을 때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와와, 흩어지던 으깨진 희망

산다는 건

세상이 나를 질겅질겅 밟고 지나가는

, 말발굽 같은 식사

산다는 건

아주 벙어리인 나로 깔릴 때까지

밥상 하나 차리며, 밥상이 나를 차리며

서로 반질반질하게 길들이는 노동

 

무서운 일이다

50년 넘게 이렇게 매일 매끼니 밥을 이기며

아슬아슬하게 밥을 먹어치우는 위험한 식사

저 불량한 칼 같은 밥을 먹기 위하여

꼭두새벽

나는 숟가락 하나 들고 나선다







 배후는 늘 허공이었다 | 인스티즈


이하석, 분홍강

 

 

 

내 쓸쓸한 날 분홍강가에 나가

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가에

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

나는 불렀지요,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당신은 따뜻했지요

한 때 우리는 함께 이곳에 있었고

분홍강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

웃음은 웃음과 만나거나

눈물은 눈물끼리 모였었지요

 

지금은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리는데

분홍강 먼 곳을 떨어져 흐르고

내 창 가에서 떨며 회색으로 저물 때

우리들 모든 모닥불과 하나님들은

다 어디 갔나요

천의 강물 소리 일깨워

분홍강 그 위에 겹쳐 흐르던







 배후는 늘 허공이었다 | 인스티즈


문태준, 누가 울고 간다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배후는 늘 허공이었다 | 인스티즈


이성선, 생명

 

 

 

바닷가에서 작은 조가비로

바닷물을 뜨는 아이처럼

나는 작은 심장에 매일

하늘을 퍼 뜬다

 

바다아이가 조가비에

바다의 깊은 물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나의 허파도 하늘을 다 담지 못한다

 

그러나 조개껍질에 담긴 한 방울의 물이

실은 바다 전체이듯

가슴 속에 담긴 하늘 또한

우주전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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