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 앵커 ▶
지금부터는 MBC의 또 다른 단독 취재로 이어갑니다.
누군가의 뒤를 캐고 감시하고 사진을 찍고 이런 걸 흔히 사찰이라고 하죠.
국내 해충 방제업계 1위 업체 세스코가 이 회사 퇴직자을 대상으로 퇴직 이후의 삶을 몇 분 단위로 감시하고 작성한 사찰 문건을 MBC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퇴직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 감시했는데 점심에 뭘 먹었는지까지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먼저, 이재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4년 11월, 경기도 이천시.
34살 김 모 씨가 차에서 내려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을 누군가 하나하나 촬영합니다.
같은 해 4월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이번엔 출근 중인 36살 이 모 씨를 누군가 몰래 사진으로 찍습니다.
이 씨는 자신이 미행당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지만, 끝내 정체를 알아내진 못했습니다.
[이 모 씨/세스코 전 직원] "출근하는 과정에서 전화가 와서 '지금 누가 와서 사진 찍고 있으니까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오라' 해서 그때 알게 됐거든요."
이날 이 씨의 일거수 일투족은 의문의 한 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담겼습니다.
오전 5시 45분, 이 씨의 거주지 앞 도착을 시작으로, 차량과 우편함을 일일이 감시하고, 이 씨가 편의점에 갔다가 차를 타고 출발하는 모습까지, 5분에서 10분, 짧게는 1분 간격으로 이 씨의 움직임을 촘촘히 기록했습니다.
이 감시 문건의 이름은 동향 조사 보고서.
작성은 '시장조사팀'이라는 곳에서 맡았고, 감시를 지시하고 보고받은 곳은 국내 최대 해충 방제회사인 '세스코'였습니다.
MBC가 입수한 2017년 1월 '동향 조사 실적' 등을 보면, 감시 대상으로 기록된 대상은 모두 58명에 달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세스코의 전직 직원들이라는 것입니다.
세스코 측이 퇴직자들의 동향을 집중 감시하면서 사찰해왔다는 뜻입니다.
세스코 측 보고서에는 퇴직자의 성명과 주민번호, 주소와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 모씨/세스코 전 직원] "배신감 좀 느끼고. 뒷조사까지 하고, 저에 대해서는 계속 이런 식으로 조사했다는 게…"
세스코의 사찰은 퇴직자에 국한하지 않고, 퇴직자의 가족들에게까지 이뤄졌습니다.
세스코 측은 퇴직자 김 모 씨 어머니의 차량과 연락처도 찍어 보고서에 남겼고, 또 다른 퇴직자 장 모 씨의 경우 어머니가 운영하던 민박집까지 감시당했습니다.
심지어 농사짓는 한 퇴직자의 아버지가 창고와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모습까지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홍 모 씨/세스코 전 직원] "이거를 뒤에서 다 조사를 하고 쫓아다니고. 이게 좀 어처구니가 없네요. 너무 불쾌하네요. 이런 걸 조사한다는 게 좀 소름 돋네요."
취재진이 입수한 세스코의 동향조사 자료는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57 페이지 분량입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취재 : 김경배, 김우람 / 영상편집 : 유다혜)
[연관기사]
이재욱 기자 (abc@mbc.co.kr)
https://news.v.daum.net/v/20200113195102559
[뉴스데스크] ◀ 앵커 ▶
세스코 측의 사찰은 치밀하고 집요했습니다.
그런 사찰의 대상이었다는 사실, 또 '동향 조사 보고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피해자들은 '소름이 돋는다'면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양소연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세스코 시장조사팀의 사찰은 대개 이른 새벽부터 시작됐습니다.
2016년 12월 14일, 경기도 김포에 있는 홍 모씨의 자택.
새벽 6시 20분, 거주지에 도착한 뒤 10분 만에 차량이 주차돼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감시에 실패하자 사흘 연속 뒤를 밟아 근무 중인 사무실까지 집요하게 따라붙습니다.
[홍 모 씨/세스코 전 직원] "일거수일투족이 다 찍힐 줄은 몰랐죠. 사찰, 뭐 이런 것들 TV 이런 데서나 나오는 줄 알았지, 제가 당할 줄은 몰랐잖아요."
이렇게 작성된 사찰 보고서엔 지극히 사적인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점심으로 중국요리를 먹었다는 활동까지 낱낱이 기록됐고, '유리창에 이슬이 맺힌 걸로 봐서 차량이 어제부터 주차돼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끼워 넣습니다.
특히 감시자들은 발각될 걸 우려해 극도로 몸을 사렸습니다.
불리할 때엔 감시를 종료하고 바로 철수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감시 활동에 꼬리를 밟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세스코 전 직원] "저희 집 앞에서 큰 카메라로 찍었던 모습을 제가 확인을 했어요. 쫓아가는데 도망가서 못 잡았고."
심지어 이들은 감시 대상자의 개인 우편물 내용을 촬영해 보고하기까지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정 개인을 상대로 한 이른바 '동향 조사'는 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사찰행위라고 지적합니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개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무섭죠.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거죠.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 있는데 그걸 일개 회사가 다 깨뜨려 버리는 거잖아요."
MBC가 동향 보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 퇴직자의 경우 사찰 보고서가 무려 다섯 차례나 작성되기도 했습니다.
[세스코 전 직원] "단지 그 회사에 근무했다 나왔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저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모든 것을 미행을 하고, 분 단위로 적고 그러면 소름이 끼칠 것 같아요."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남준수 / 영상편집: 배윤섭)
[연관기사]
양소연 기자 (say@mbc.co.kr)
https://news.v.daum.net/v/20200113195208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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