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이 글은 4년 전 (2020/4/07) 게시물이에요








안용태, 가출

 

 

 

아내가 집을 나갔다

아이가 집을 나갔다

나도 집을 나왔다

이윽고

아무도 없는 빈집에

혼자 집을 지키던 집마저

더는 외로워 못 살겠다고 집을 나오자

머물 곳 잃은 해가 눈을 감아 버렸다

온 세상이 깜깜해졌다








배진성, 이어주는 섬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나를 밟고 지나간다

 

내 안에 섬들의 발이 있다

내 가슴속에 섬들의 발자국이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도가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주는 섬이 있다

나는 징검다리 같은 이어도가 된다








정호승, 그리운 부석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김숙경, 백지 도둑

 

 

 

별의 향기를 훔치고

산 그림자에 숨은

풀벌레의 노래를 훔치고

호수 위 떠돌이 안개를 훔치고

달빛 계수나무를 훔친다

 

새벽 문을 열고 해 종일 수고한

노을을 일용직이 훔쳤다

여인과 사내의

시련도 엿보고

밤의 노숙자가 되어

그 훔친 언어들을

창고 안에 쌓아 놓고 시()놀이를 한다

 

백지, 그 쓸쓸함 위에서








한용운, 해당화(海棠花)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추천  1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현재 반응갈리는 훠궈 프랜차이즈.jpg192 우우아아04.28 17:4866960 2
유머·감동 남친이랑 키스하고 나서 입술 뗐는데 남친이 (너무 짧아 더 해줘) 라고 얘기함170 아름다운너04.28 13:3095765 2
이슈·소식 "애 아프다고 가는 엄마 때문에 일 늘어”…미혼자 불만 폭주하는 日135 311103_return04.28 15:4961623 2
이슈·소식 나훈아 은퇴 콘서트 후기.twt472 우우아아04.28 10:2694922
이슈·소식 그룹 방탄소년단 과거 음원 사재기 논란208 술퍼묵고싶댜04.28 09:5689863
모나미 볼펜으로 쓴 흘림체.gif 뭐야 너 1:40 380 0
'자해 19번' 우울증 딸 잠들자 살해한 엄마, 징역 6년 용시대박 1:38 701 0
오늘자 예쁜 레드벨벳 슬기.insta1 세상에 잘생긴 1:36 741 0
프로미스나인 장규리 사과 이행시 류준열 강다니 1:32 343 0
프랑코, 히틀러, 처칠의 그림 실력1 He 1:32 1245 0
하입이랑 다눨드.. 난리났는데 여기 조용한 거 실화..?20 산들산들뭉뭉 1:20 3777 6
[추억띵곡] offonoff (오프온오프) - Photograph1 게임을시작하 1:19 166 0
교토삼굴의 유래) 중국 전국시대 전설의 식객 이야기 캐리와 장난감 1:17 541 0
월 150 받는 백수 VS 월 400 받는 직장인 결과2 308679_return 1:16 3446 0
빠더너스 자켓 입은 LG 여자팬을 찾습니다 Jeddd 1:16 1063 0
드디어 미국에서 짱맛임을 깨달아버린 음식 無地태 1:16 1701 0
(번역)선배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Manhwa NCT 지 성 1:01 1517 0
첫 최애그룹 vs 현 최애그룹 콘서트가 같은 날 열린다면?5 훈둥이. 0:58 1327 0
타이타닉에서 탈출했지만 인생이 박살나버린 일본인10 Jeddd 0:56 6743 0
사랑은 상대의 슬픔을 필사적으로 없애주는 것이다2 쇼콘!23 0:56 1209 1
[방귀] 달글에서 벌금을 모아서 어따 쓰는데….? 자컨내놔 0:55 383 0
원피스 작가의 일러스트 드로잉 과정...GIF1 Wannable(워너 0:53 1520 0
당신은 18살의 본인을 만나 3단어를 말할 수 있습니다6 이차함수 0:52 2690 0
당뇨 있던 전 회사 선배, 여주가 당 떨어뜨리는데 좋다는 말 듣고 몇달동안 여주즙을..36 게임을시작하 0:51 7602 7
나혼산에서 혼밥하며 눈치본다 욕먹은 게 억울했던 이창섭 311869_return 0:50 1024 0
전체 인기글 l 안내
4/29 1:40 ~ 4/29 1:4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