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hwikaiill조회 251l
이 글은 3년 전 (2020/5/26) 게시물이에요

https://unsplash.com/

style="text-align: center">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300" height="25"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false" allowScriptAccess='sameDomain'>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나문석, 훔치고 싶은 시

 

 

 

깊어가는 어둠 속

늑대의 발소리 낡은 천정을 흔들고

살쾡이인지 바람의 날개인지

밤새 문풍지를 갉아먹는 날

기척도 예고도 없이

자살보다 깊게 절망스런 이 산하를

눈부시게 통일한

저이는 누구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한세정, 안녕, 안나푸르나 혹은 안티푸라민

 

 

 

배웅은 필요 없어

다만 코끝을 마주 대고 어깨를 다독여주면 돼

강렬한 태양 때문에 눈이 시릴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장님이 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나를 떠난 건 아니었으니까

 

내가 아는 여자가 있었어

퍼렇게 멍이 든 눈가엔 안티푸라민이 번들거렸지

여자는 하루 종일 식당 뒷문에 쪼그리고 앉아 고등어를 구웠어

이런 일과들이 여자를 지나가곤 했어

달궈진 석쇠 위에서 고등어의 퍼런 껍질이

곪은 종기처럼 부풀다가 터지고

여자는 말없이 눈가에 안티푸라민을 덧발랐지

울음의 무늬를 기억하는 굴곡을 어루만지며

 

가파른 산비탈마다 멍멍한 귓속을 채우는 나귀들의 방울 소리와

몸을 움츠려야만 닿을 수 있는 협곡들

그러니까 배웅 따윈 필요 없어

난 단지 내 안의 굴곡을 벗어나 안나푸르나에 가고 싶을 뿐이야

아직도 눈가 가득 안티푸라민을 바르고 있을

내 몸 밖의 굴곡을 어루만지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한분순, 고향에 관한 낮잠

 

 

 

생각을 누비고 기워

닳은 속내 해진 가슴

 

야무지게 꿰메어서

탁탁 털어 내다 넌다

 

그리운 곳 기웃대며

펄럭이는 마음 자락

 

풀밭에 드러누워

뒹굴뒹굴 해바라기

 

슬그머니 치근대는 별

간지러운 웃음 머금고

 

사르르 눈뜨면 다시금 서울

이런, 낮잠 끝에 달아난 빨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감태준, 내가 세지 못하는 것

 

 

 

내 어머니

동공에 별빛을 들이며 고이는 눈물

손등을 때리시는 그 아픈 눈물의 말씀을

다 셀 수 없었네

하늘을 제치고 날아가는 기러기가족을

세는 것 처럼

기러기가족 보내고 쓸쓸해 하는 별들을

세는 것처럼

지금 어두운 눈으로 보는 것은

아파트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와 가로등

불 켜진 창들

 

밤이 깊어도 나는 다 세지 못하네

누런 옛 사진 바깥에서 꽃밭 가에서

예쁘게 살아라 꽃 같이 살아라

조막만한 손에 쥐어 주신 말씀들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강인한, 바람이 센 날의 풍경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플라타너스는 플라타너스대로

은행나무는 은행나무대로

바람 속에 서서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으려고 몸을 떨며

지느러미를 파닥거린다

흘러가 버린 저녁 구름과 매캐한 소문과

매연과 뻔한 연애의 결말들은 길바닥에 차고 넘쳐

부스럭거리는, 창백한 별빛을

이제는 그리워하지 않겠노라고

때 이른 낙엽을 떨군다

조바심치면 무엇 하느냐고

지난 겨울 싹둑싹둑 가지를 잘린 나무들은

눈을 틔우고 잎을 피워서 파닥파닥

할 말이 많은 것이다 할 말이 많아서

파닥거린다 춤을 춘다

물 건너간 것들, 지푸라기들 허공을 날아

높다란 전깃줄에 매달려 몸부림치고 소스라치는

저 검은 비닐들을

이제는 잊어야, 잊어야 한다고

빗금을 긋고 꽂히고 내리꽂히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부러져버린 진보와 개혁 그 허깨비 같은 잔가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비리고 썩은 양심은 아래로 잦아들어

언젠가는 뿌리 깊은 영양이 되겠지만

뭉칫돈을 거래하는 시궁 속의 검은 혀

아무 데서나 주무르는 시뻘건 후안무치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많아서 상처투성이의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며

나무들은 바람 속에 아우성치는 것이다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현재 반응갈리는 훠궈 프랜차이즈.jpg179 우우아아04.28 17:4858479 2
유머·감동 남친이랑 키스하고 나서 입술 뗐는데 남친이 (너무 짧아 더 해줘) 라고 얘기함161 아름다운너04.28 13:3087756 2
이슈·소식 나훈아 은퇴 콘서트 후기.twt464 우우아아04.28 10:2689361
이슈·소식 "애 아프다고 가는 엄마 때문에 일 늘어”…미혼자 불만 폭주하는 日117 311103_return04.28 15:4954451 2
이슈·소식 그룹 방탄소년단 과거 음원 사재기 논란200 술퍼묵고싶댜04.28 09:5683627
엠씨엔디(MCND) 6TH MINI [X10]1 마허유 0:19 215 0
곧 출시되는 한 남자 아이돌 그룹 새 응원봉.jpg Foruu 0:17 1154 0
너무 창의적이라 감탄한 일본 예능의 안대 활용법 .jpg2 까까까 0:15 2078 0
가볍게 읽기 좋은 일상툰 신작 추천 전진쭈고 0:11 1462 0
대부분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가 유치한 이유1 마카롱꿀떡 0:11 2210 0
예전과 달라진 요즘 용어2 더보이즈 김영 0:04 1996 0
비 오는날 봐야하는 비 피하는 판다들8 김밍굴 04.28 23:58 3611 1
육아휴직만 보장해도 "아이 낳겠다” 3.6배 풋마이스니커 04.28 23:56 1290 0
엄마와 자식간의 관계성 탐크류즈 04.28 23:55 2425 0
일본 포장마차 라멘집 사장님의 필살 개인기 S.COUPS. 04.28 23:55 714 0
오늘도 멋진 하루가 될거야!! 마유 04.28 23:55 443 0
영화 홍보를 위해 해선 안되는 일을 해버린 배우 feat. 도플갱어1 아기리액션 04.28 23:40 5567 0
@ : 근대 하이브는 레이블은 왤케 많음? 그러니까 관리가안되잖어 중앙통제가안되면 ..9 하품하는햄스 04.28 23:37 8673 1
9-6 근무가 어떻게 워라밸이야 ㅜㅜ18 308679_return 04.28 23:35 5915 1
90년대 배경 한국 드라마에 묘사된 가난한 서민 JOSHUA95 04.28 23:35 4614 0
70 넘으신 어머니와 아웃백 왔습니다1 훈둥이. 04.28 23:34 2845 0
tvN 눈물의여왕 시청률 추이2 다시 태어날 04.28 23:32 5843 0
'착하지만 눈치없는 친구'같은 건 없다.jpg3 편의점 붕어 04.28 23:31 6133 0
2023 트렌드 능력고사1 마유 04.28 23:30 1184 0
10대 청소년 사이에 동성애 확산1 마유 04.28 23:29 2618 0
급상승 게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