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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ikaiill조회 251l
이 글은 3년 전 (2020/5/26)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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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나문석, 훔치고 싶은 시

 

 

 

깊어가는 어둠 속

늑대의 발소리 낡은 천정을 흔들고

살쾡이인지 바람의 날개인지

밤새 문풍지를 갉아먹는 날

기척도 예고도 없이

자살보다 깊게 절망스런 이 산하를

눈부시게 통일한

저이는 누구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한세정, 안녕, 안나푸르나 혹은 안티푸라민

 

 

 

배웅은 필요 없어

다만 코끝을 마주 대고 어깨를 다독여주면 돼

강렬한 태양 때문에 눈이 시릴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장님이 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나를 떠난 건 아니었으니까

 

내가 아는 여자가 있었어

퍼렇게 멍이 든 눈가엔 안티푸라민이 번들거렸지

여자는 하루 종일 식당 뒷문에 쪼그리고 앉아 고등어를 구웠어

이런 일과들이 여자를 지나가곤 했어

달궈진 석쇠 위에서 고등어의 퍼런 껍질이

곪은 종기처럼 부풀다가 터지고

여자는 말없이 눈가에 안티푸라민을 덧발랐지

울음의 무늬를 기억하는 굴곡을 어루만지며

 

가파른 산비탈마다 멍멍한 귓속을 채우는 나귀들의 방울 소리와

몸을 움츠려야만 닿을 수 있는 협곡들

그러니까 배웅 따윈 필요 없어

난 단지 내 안의 굴곡을 벗어나 안나푸르나에 가고 싶을 뿐이야

아직도 눈가 가득 안티푸라민을 바르고 있을

내 몸 밖의 굴곡을 어루만지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한분순, 고향에 관한 낮잠

 

 

 

생각을 누비고 기워

닳은 속내 해진 가슴

 

야무지게 꿰메어서

탁탁 털어 내다 넌다

 

그리운 곳 기웃대며

펄럭이는 마음 자락

 

풀밭에 드러누워

뒹굴뒹굴 해바라기

 

슬그머니 치근대는 별

간지러운 웃음 머금고

 

사르르 눈뜨면 다시금 서울

이런, 낮잠 끝에 달아난 빨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감태준, 내가 세지 못하는 것

 

 

 

내 어머니

동공에 별빛을 들이며 고이는 눈물

손등을 때리시는 그 아픈 눈물의 말씀을

다 셀 수 없었네

하늘을 제치고 날아가는 기러기가족을

세는 것 처럼

기러기가족 보내고 쓸쓸해 하는 별들을

세는 것처럼

지금 어두운 눈으로 보는 것은

아파트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와 가로등

불 켜진 창들

 

밤이 깊어도 나는 다 세지 못하네

누런 옛 사진 바깥에서 꽃밭 가에서

예쁘게 살아라 꽃 같이 살아라

조막만한 손에 쥐어 주신 말씀들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 인스티즈


강인한, 바람이 센 날의 풍경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플라타너스는 플라타너스대로

은행나무는 은행나무대로

바람 속에 서서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으려고 몸을 떨며

지느러미를 파닥거린다

흘러가 버린 저녁 구름과 매캐한 소문과

매연과 뻔한 연애의 결말들은 길바닥에 차고 넘쳐

부스럭거리는, 창백한 별빛을

이제는 그리워하지 않겠노라고

때 이른 낙엽을 떨군다

조바심치면 무엇 하느냐고

지난 겨울 싹둑싹둑 가지를 잘린 나무들은

눈을 틔우고 잎을 피워서 파닥파닥

할 말이 많은 것이다 할 말이 많아서

파닥거린다 춤을 춘다

물 건너간 것들, 지푸라기들 허공을 날아

높다란 전깃줄에 매달려 몸부림치고 소스라치는

저 검은 비닐들을

이제는 잊어야, 잊어야 한다고

빗금을 긋고 꽂히고 내리꽂히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부러져버린 진보와 개혁 그 허깨비 같은 잔가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비리고 썩은 양심은 아래로 잦아들어

언젠가는 뿌리 깊은 영양이 되겠지만

뭉칫돈을 거래하는 시궁 속의 검은 혀

아무 데서나 주무르는 시뻘건 후안무치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많아서 상처투성이의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며

나무들은 바람 속에 아우성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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