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전이라고 쓰려다가 황급히 첫 데이트 전으로 수정했다.
왜냐고? 연애고 나발이고 일단 첫 데이트를 성공적으로 해야 연애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겠나.
농구공 잡아본 적도 없는 어린애한테 저 코트까지 드리블해서 슛 넣어보라고 하면 과연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까?
가다가 넘어지고, 그걸 계기로 평생 농구가 싫어질 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다. 첫 데이트에서 두 번째 만남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에게 연애에 관한 조언은 당신 얼굴만큼이나 쓸모없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쉬운 단계에서의 준비를 나열해보고자 한다.
내가 아래에서 이야기할 내용은 정말 웬만한 남자들이라면 겨우 이거? 라고 할 수 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한 번 아래 내용을 잘 살펴보고 자가진단해보자.
1) 손톱을 잘 깎고 다닐 것.
손톱이야말로 굉장히 사소한 부분이지만 한 순간에 확 깰 수 있는 충분한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때가 끼는 것은 당연히 비호감일 뿐더러, 손톱이 긴 남자는 여자를 만난지가 오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을 이용할 일이 그만큼 오랫동안 없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당연히 잘 팔리는 물건을 사고 싶어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먼지 쌓인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설령 당신이 오랫동안 데이트를 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걸 굳이 티를 낼 필요는 없기에 손톱 관리는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2) 옷을 잘 입을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깔끔하게 입고 다닐 것.
옷을 잘 입는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잘 입고 다니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옷으로 인해 점수를 깎이지는 말자는 얘기다.
어떻게 입는 게 무난한 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추천하자면
로고나 브랜드가 없는 무지 티셔츠+ 청바지
무지 티셔츠+슬랙스
체크 없는 깔끔한 셔츠+ 슬랙스
무지 티셔츠+가디건+슬랙스
이 네 가지 조합에 간단한 컨버스 혹은 로퍼, 단화만 신어줘도 깔끔하게 보일 수 있다.
기괴한 색 조합을 가져가지 않는 한 튀지 않고 댄디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옷 차림을 할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깔끔하게라도 입고 다녀라.
여자가 니 옷차림을 보고 너랑 앞으로 할 일을 상상하기보다 얼른 널 차버리고 집에 가서 뭘 할지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3) 안경을 벗어던지고 렌즈를 껴라.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이목구비가 서양인에 비해 흐릿한 경향이 있다.
그 흐릿한 이목구비를 안경까지 써서 굳이 가릴 필요가 있는가?
꼭 안경을 벗으라고 하면 이런 반박들이 들어온다.
성시경은요? 최다니엘은요? 걔네는 안경 쓴 게 더 잘 어울리고 벗은 게 더이상하던데?
매번 얘기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또 얘기하지만 넌 그 일부에 속하지 않는다. 만약 너의 안경 낀 모습에 반한 여자들이 10명 이상이었다면
내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그대로 안경 끼고 살아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그 안경은 튼튼한 두 발바닥으로 짓뭉개버리고 안경점에 렌즈를 사러 가라.
안 그래도 잘못된 이목구비 굳이 안경을 통해 가리지 말고, 차라리 오픈해라. 답답하게 못생긴 것보다 시원하게 못생긴 게 보는 맛이라도 있다.
4) 만나서 뭘 할지 대략적인 로드맵을 그려둬라.
당신이 노홍철만큼 임기응변에 능하고 즉흥의 귀재라면 이 조언은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그랬다면 이 글을 굳이 여기까지 읽고 있지도 않겠지.
모든 걸 통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어느 정도의 플랜b는 준비하라는 말이다.
왜 꼭 남자가 다 준비해야 되죠? 같이 하는 데이트 아닌가요?
라는 생각이 든다면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니 관자놀이 옆까지 들어올린 뒤 눈을 감고 하나 둘 셋을 외친 뒤 니 뒷통수를 쎄게 한 방 때려라.
그리고 찡그리고 있는 니 얼굴을 거울로 봐라. 그럼 왜 니가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너와 나 우리 모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남자는 남자일 때, 여자는 여자일 때 가장 본연의 매력이 느껴지는 법이다.
남자라고 해서 늘 리드하고 앞장서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런 면이 있다면 여자 입장에서 봤을 때 훨씬 듬직하고 편안하게 자신을 맡길 수 있다는 얘기다.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굳이 안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몇 천원 싼 거 찾으려고 사이트 다 뒤지고, 아이템 하나 얻으려고 온갖 퀘스트 깨려고 돌아다니는 노력을 조금만 쏟아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대략적인 플랜을 짜서 갈 경우 당황할 일이 많지 않고, 이 부분은 남자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니가 여자라면, 돌발상황이 생길 때마다 어쩔줄 몰라하여 찌질대는 남자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생기겠나?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담담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야말로 백 마디 멋진 멘트보다 훨씬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기에 너의 소중한 시간을 쓸 가치가 있는 여자와의 만남이라면, 반드시 조금의 노력을 기울여서 그 날의 대략적인 플랜을 짜두라는 것이다.
그 노력은 반드시 보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제일 중요한 걸 얘기 안했다.
이 모든 건 데이트를 하기 전 해야 할 자기관리였다.
하지만 자기관리가 끝났는데 데이트할 여자가 없으면 어떻게 하죠?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