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대(푸)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을 받게 된다.
이에, 그의 아버지는 이런 패륜적 상황을 막기 위해 오이디푸스가 태어나자마자 그를 유기하지만,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성장한 오이디푸스는 결국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
이 눈 풀린 남자의 이름은 '오대수'.
그 이름의 뜻은,
'오늘만 대충 수습하면서 살자' 입니다.
술 먹고 꼬장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경찰서로 잡혀들어왔습니다.
경찰서에 왔으면 정신 좀 차리지, 옆에 있는 남자한테도 시비를 거네요.
참고로 시비 당하는 남자분은 영화 스탭입니다. ㅎㅎ
뜬금없이 딸내미 사진을 보여주며, "예쁘죠?" 하고 자랑하는 오대수 씨.
천사 날개는 딸내미 생일선물이라며 손수 몸짓으로 보여 줍니다.
스포는 아니지만, 이 천사 날개를 유심히 봐두시길 바랍니다.
오대수를 데리러 온 친구 '주환'. (주환이는 나가있어...뒤지기 싫으면)
경찰관들에게 꾸벅꾸벅 인사하며 사과를 합니다.
평소에는 괜찮은 놈이라는 같잖은 변명에 경찰관들은 제발 집에 좀 가라고 둘을 내쫓습니다.
대수는 아내에게 전화를 하며 곧 들어갈 거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딸에게 주환이 아저씨 목소리 한번 들어보라며 수화기를 건네죠.
주환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대수 대신 사과를 합니다.
"제수씨, 죄송합니다. 곧 데리고 들어갈게요."
짧은 통화를 마치고 나온 주환은, 대수가 사라진 것을 깨닫습니다.
어디에도 대수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주환은 목이 터져라 대수를 찾지만,
대수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오대수는 납치된 것입니다.
이 우산의 문양을 잘 기억해 두세요.
(혹시 다시 오셨나요? 제가 잘 기억해 두라고 했죠?ㅋㅋ)
그런 대수가 있는 곳은 어느 감방 같은 곳.
형기가 얼마인지, 왜 들어왔는지,
왜 하필 식사는 군만두만 주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는 곳입니다.
대수는 여기 갇혀 며칠째 군만두만 먹고 있습니다.
'왜'를 묻지 않을 테니, '얼마나'만 알려달라고 사정하는데도 간수(?)는 군만두만 밀어넣고 자리를 떠납니다.
그렇게 몇 주, 아니 몇 달, 아니 몇 년....
이유도, 기한도 모른 채 오대수는 감옥 안에서 썩어들어갑니다.
한편 오대수는 감옥 안의 TV에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20대 가정주부가 피살됐다는 뉴스가 보도되는데, 남편인 오대수씨를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긴급수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물론 오대수는 아내를 죽인 적이 없습니다만, 그 사실을 세상에 밝힐 방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대수는 정말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인 오대수.
그러나, 이곳에서는 죽음의 자유도 없습니다.
유리를 깨서 그 조각으로 동맥을 그어 보려고 해도, 관리자들은 귀신같이 알고
수면가스를 뿜습니다.
오대수는 삶의 자유도, 죽음의 자유도, 거주 이전의 자유도, 메뉴 선택의 자유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원래 두 개만 제공되던 젓가락이 실수인지 우연인지 모르게
세 개가 들어옵니다.
오대수는 처음에는 '옆방 아저씨는 젓가락 한 짝으로 밥 먹겠네'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습니다.
여분의 젓가락으로 벽에 구멍을 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오대수는 자신이 몇 해나 갇혀 있었는지 손등에 문신을 새기며, 열심히 벽에 굴을 팝니다.
마침내, 거진 15년만에 바깥 공기를 마시게 됩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나간다는 생각에, 희망에 부푼 오대수.
오대수는 우여곡절 끝에 세상으로 나옵니다.
중간에 양아치들도 만나고, 별의별 일을 다 겪지만 결국 그에게는 세상에 다시 나왔다는 사실만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너무도 많이 변했습니다.
하긴 15년만이니 많이 변했겠지요.
두리번거리며, 아직까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오대수.
그러던 오대수는 어느 횟집에 들어가 '살아있는 걸 달라' 라고
뚱딴지같은 소리를 합니다.
이 여자는 종업원 '미도'.
바로 그때, 오대수가 우연히 건네받은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너 누구냐? 는 질문에, 한번 알아맞혀보라고 하는 상대방.
오대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격한 분노를 느낍니다.
그리고 낙지를 잘근잘근 씹어 먹으며 분노를 배설하죠.
미도는 이런 오대수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낍니다.
이후 오대수는 미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가둔 사람을 찾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미각에 의존하는, 다소 원시적인 방법으로요.
15년동안 군만두만 먹었는데, 그간 먹어온
군만두의 맛을 잊을 리 없습니다.
문제는 전국에 중국집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이죠.
미도와 대수는 굴하지 않고, 중국집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방식으로
대수가 그간 먹어왔던 군만두를 만든 중국집을 찾아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대수는 혓바닥의 기억을 만족시키는 군만두를 찾아내고,
그 군만두가 배달되는 건물로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15년간 기다려온 이 순간.
한시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아래 짤 혐주의!)
오대수는 그 건물의 관리인, '철웅'에게 잔인한 복수를 거행합니다.
15년을 고통받았으니, 1년에 이빨 한 개라며
이빨 15개를 한번에 뽑아버립니다.
경비원들도 물론 다 줘패버리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대수 역시 치명적인 부상을 입습니다.
거진 18:1로 싸우니 그럴 수밖에요.
피칠갑이 되어 비틀거리는 오대수를 한 행인이 일으켜 세워줍니다.
잠깐만, 행인의 손수건을 주목해주세요.
오대수가 납치되던 날, 우산의 문양이 이 행인의 손수건 문양과 비슷하지 않은가요?
스크롤을 위로 올려서 한번 확인해 보세요. 6번째 장면입니다.
아무튼, 아무것도 모르는 오대수는
행인이 자신을 택시에 태워준 것이
단순한 호의인 줄만 알고 감사의 표시를 합니다.
이에 행인도 인사를 하죠.
"잘가라, 오대수."
오대수가 15년동안 추적해온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뒷내용은 영화로 확인하세요.
올드보이(2003)
쿠엔틴 타란티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 중 하나인
올드보이.
설명이 필요 없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요약해서 설명하느라 게시글에는 영화의 아주 일부분만 담겨 있습니다.
꼭 전체 영화를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현재 난리났다는 르세라핌 댓글창 상황.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