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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국이네 메르시ll조회 2489l 3
이 글은 2년 전 (2021/6/23) 게시물이에요

촌스러운 아시아-색깔과 빛의 제국주의 | 인스티즈
촌스러운 아시아-색깔과 빛의 제국주의 | 인스티즈


1.
사회학 이론에 속하는지 환경이론인지 잘 모르겠지만, "풍경(landscape) 이론"이란 게 있는데, 자못 흥미롭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쉬운 얘기니 그럴싸한지 들어보시라. 그러니까, 한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주변의 '풍광'을 살펴보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는 얘기다. 좀 더 과격하게 얘기하면, 특정 개인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거나 관찰하지 않더라도, 먼저 그 주변의 풍광을 읽는 것만으로 해당 개인의 성향과 특성을 유추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신 주위의 풍경을 내게 보여달라, 그러면 내가 당신을 설명해 보겠다"
이게 무슨 이론이야? 하고 황당해 할 수도 있겠다. "근묵자흑, 근주자적(近朱者赤 近墨者黑) 논리 아닌가?" 혹은 점집에서 무당이 대기실에 들어온 사람의 옷차림과 어투만으로 그 사람의 배경을 짐작해 내는 수준과 다르지 않네? 서울의 거리 사진 몇 장을 가만히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이 이론을 간명하게 알 수 있다. 가게의 간판을 보면 이 사회가 한글이란 문자를 쓰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옷차림을 보면 계절과 사람들의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고, 건물물 디자인과 차량의 분위기만 살펴도 해당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읽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거기에 사는 사람의 보편적 특성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2.풍경이론?
풍경이론은, 이론이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게, 사실 해외관광객들이 대개 이런 방식으로 해당 사회를 유추하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의 지혜나 노하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우리가 유럽에 갈 때나 태국 방콕에 갈 때, 거리를 바라보고 느끼는 감각의 차이가 바로 이런추론 과정의 연속인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목이 "건축 사조"와 "제국주의"에 대한 내용이다. 동남아에 가보면 "제국시대 건물"이 유달리 많다. 영화극장 앞 포스터, 여성의 화장술도 풍경에 속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제국주의 건물이나, 서구의 패션이나 영화포스터가 일종의 문화적 국경이며 심리적 경계라는 얘기도 된다. 방콕에서 나고 자랐지만 영국의 건축물과 함께 자라고 제인에어를 읽으며 EPL 축구를 즐기는 경우라면, 영국적 마인드가 자연스레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이라는 게 DMZ와 독도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나 "문화의 경계"와 "융합 혹은 갈등"의 현장에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풍경이론에서도 잘 언급하지 않는 대목이 하나 있는데, 바로 "색감/색조"에 대한 얘기다. 풍경의 색조를 놓고 논하는게 무척이나 까다롭기 때문일 수 있고, 사진으로는 해외 먼 나라 색감을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색에 대한 판단은 직접 현장을 가서 하는게 최선일 수 밖에 없다. 그 도시와 거리가 품은 색은 분명히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3. 원색의 촌스러움
필자는 국민학교 4~5학년 시절에 만난 남자 담임선생님을 무척이나 강렬하게 기억하는데, 그는 무척이나 야심만만하고 패기가 넘치는 사내였더랬다. 하루는 급우들과 빨간색과 노란색을 활용해서 학급 미화활동을 벌인 적이 있는데, (후면 게시판 작업), 그선생님이 그걸 보시곤 우리에게 "아이구 얘들아, 저 샛노란색은 뭐니? 저 색은 너무 촌스럽지 않니?" 라고 하신 것이다. 당시는 "촌스럽다"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대충 나쁘다는 뜻인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왜 노란색이 촌스럽다고 지적하시는지 감을 잡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나이를 먹고서야, "촌스럽다"라는 표현이 문명인이 시골사람을 압박하는 일종의 "권력적인"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튼 그 이후에 나는 노란색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때 선생님의 지적이 각인이 된 거다.
도시의 색감에서 "촌스러움"을 느낀 경험이 몇 번이 있는데, 다름아닌 2000년대 초중반 중국의 여러 도시를 오다닐 때였다. 중국은 대륙적 기후 때문에 도시 전체가 뿌연연기에 가득 차 있었고, 특유의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도시였다. 그런 황톳색 배경의 도로나 역사성 넘치는 건물의 모습엔 별 불만이 없었다. 중국의 간체자 폰트도 나름 사회주의 특성이 느껴져 좋았더랬다. 그런데, 너무도 눈에 거슬린 대목은, 중국의 현대 산업이 공장에서 무한정 찍어내는 최신 공산품을 치장한 각양각색의, 그것도 원색이면서 번쩍번쩍이는, 유치한 색의 난무함이었다.
"아, 현대 중국의 산업디자인은 조색부터 너무 촌스러워~" >
당시 이같은 불만이 입밖으로 자연스럽게 방언처럼 터져 나왔던 것이다. 학생들은 헐렁한 추리닝을 입고 다녔는데, 거기에 쓰인 보라색, 빨간색, 파란색의 선명한 색상도 맘에 들지 않았고, 중국의 스포츠 선수들이 즐겨 입는 번쩍이는 트레이닝복도 오랜 중국문명의 멋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2000년대 중반 후반의 얘기다. 중국인이 사랑하는 화려한 원색의 조합도, 자주 보다보니 묘하게 정이 들긴 하더라. 상하이의 "동방밍주"의 화려한 색 조명이 대표적이고, 광저우의 "주쟝신청"의 미친듯한 천국같은 조명색깔도 마찬가지였다. 예쁘고 조으다.


4. 아시아는 왜 색을 잘 못쓰나?
어제 beauty 산업을 말하며 베트남의 유영국 대표의 분석을 언급했는데, 그가 분석하는 한국의 뷰티산업의 최대 약점은 바로 "조색調色" "메이크업makeup" 분야라고 단언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화장품이 스킨케어엔 강하지만, 메이크업 분야는 서구의 전통적 명품브랜드에 감히 견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고, 바로 색을 다루는 실력차가 실제 산업의 경쟁력으로 드러난다는 얘기였다. 그 얘기를 듣고보니, 앞서 말한, 풍경이론과 중국과 한국이 색의 사용에 미숙한 대목, 먼가 묘하게 서구의 디자인과 한국의 디자인이 조응하지 못하는 여러 상황들이 줄지어 떠오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시아가 색을 잘 못쓰는 이유는 명확할 듯 싶다.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을 듯 싶은데(게을러서 찾아보진 못했다), 1) 색을 발명하고 산업에 먼저 사용한 게 서구문명이었을 테고 2) 현대 고전주의 회화의 발명이 다름아닌 유럽이었기 때문일 테고, 3) 마지막으로 색이 진짜 멋지게 발현하려면 물체의 배경과 풍경이 진짜 중요하기 때문일 듯 싶다.
따지고 보면, 유럽문명의 정점에는 "회화"가 있었을 것이다. 18~19세기 회화의 역사를 살펴보는 건 사실 "유럽문명사"라고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화가는 전부 그 시대에 집중되어 있지 않던가? 램브란트 부터 고호와 고갱에까지, 고전주의든 사실주의든 인상파든, 풍경과 인물을 그리기 위해서는 "빛 light"을 연구해야 했으며, 그 빛을 캔버스에 캐치해 내는 작가들의 철학과 방법론이 수없이 충돌했던 것 아닌가? 유럽의 문화사는, 사실 회화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유럽은 끊임없이 빛과 색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거듭했던 것이리라. 그 노하우가 이미 유럽의 풍경에 녹아들었고, 명품과 화장품 속에도 녹아있을 것이다. 그런 유럽의 색조기술을, 먹으로 만든 흑백의 그림과 글씨에 2000년 이상을 쏟아부은 동양이 따라가기엔 시간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5.BTS의 DNA 충격
한국의 자동차 색깔이 바뀌기 시작한 것도 10년 안짝이다. 자동차 써본 우리는 다 알지만, 한국의 4계절을 버티기 위해선 회색차가 제격이다. 흑탕물 비에도 별 티가 안난다. 가장 싸고 경제적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생계와 분명한 목적(출퇴근) 위해 차를 타고 다녔던 것이지 레저를 위하거나 소장을 위해 차를 타고 다닌 지가 불과 10년 안짝이라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자동차의 색깔이 흰색-회색-검정색으로 통일이 된채 수십년을 살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영원이 색조기술에서 유럽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미 시대의 풍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사람들이 TV와 게임 유튜브 넷플릭스에 쓰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사교장의 무도회장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서 정모하는 시간도 늘어난 것이다. 아시아에서 LCD 모니터를 생산해 내고, 온라인 게임과, K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풍경이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바뀌는 것이다.
필자가 K-pop의 발전 대목에서 가장 충격을 느낀 대목 가운데 하나는 BTS의 "DNA" 뮤직비디오를 보았을 때다. 그 폭발적인 원색의 향연과 우주의 신비로움이 유튜브 화면에 그토록 멋지게 어울리는 작품은 그 것이 처음이었다. 필자에게 DNA라는 작품은 멋진 안무 이외에도 가장 근사하고 한국적으로 온라인 색감을 사용한 "비디오 혁명"에 가까운 작품이었다는 얘기다. 유럽 애들은 절대로 유튜브 비디오를 이렇게 만들 수가 없다. 비디오 색조기술은 이미 한국도 세계 문명권에 오른 셈이다
딴은 그렇다. 아시아의 온라인 색조기술이 빠르게 세계 수준으로 올라왔다. 최근 한국에서 출시되는 온라인 게임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한국과 미국의 게임의 분위기를 베끼는 모양새긴 하다). 먼가 게임의 룰이 바뀌니, 아시아의 문명도 빠르게 유럽의 문명을 제끼긴 할 듯 싶다.


PS.
1. 필자는 온라인 게임을 잘 못하지만, 색감 분위기는 현재 미국과 한국이 가장 잘 뽑아내는 듯 싶다. 몇 년 전에 블리자드 사의 "오버워치"가 뽑아내는 색감을 보면서 감탄했던 적이 있다.
2. 색조 화장품 얘기하다가 뜬금없이 뮤직비디오를 거쳐 온라인 게임 색조로 끝내서 아쉽지만, 여튼 한국의 영상 제작 기술은 상당한 듯 싶다. 색깔을 가장 잘 쓰는 회사가 바로 빅히트와 YG다. YG는 먼가 묘하게 고급진 대목을 찾아내는 데, 유럽명품문화에 특히 의존을 하는 경향이 크다.
3. 아시아에서는 18-19세기 "회화의 혁명" 시대를 겪지 못한 점이 현대 산업과 미술의 발전에도 계속 마이너스가 되는 듯. 여튼 서유럽의 도시와 농촌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4. 아시아에서 도시의 풍광에 대해 가장 깊은 고민을 하는 나라가 바로 "싱가포르"다. 물론 작은 나라니까 그냥 어쩔 수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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