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가정폭력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가 이혼소송 경험자들로부터 접수한 사례 일부 내용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이혼소송 경험자(297명) 설문조사, 이혼소송 경험이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4명) 심층 면접조사 결과를 지난 11일 ‘이혼소송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가사소송법의 조정전치주의에 따라 이혼소송은 반드시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부 중 한쪽이 이혼소송을 제기하면 ‘가사 조사’를 진행하는데, 이때 법원공무원인 가사조사관은 혼인생활 중 있었던 일과 이혼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이를 보고서로 정리해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 법관과 2명 이상의 조정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는 가사조사관 보고서를 토대로 조정을 하고,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조정을 하거나 재판에 넘기게 된다. 문제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사 조사와 조정위원회, 재판 등을 거치며 조사관조정위원판사 등에 의해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혼소송 경험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사 조사 중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배우자와의 대면조사 강요”(37.2%), “가사조사관의 편파적 태도나 편견”(31.9%)을 꼽았다. 심층 면접조사에 응한 피해자들은 법원 관계자들로부터 겪은 2차 피해를 토로했다. ㄱ씨는 상습적인 가정폭력으로 이혼을 결심한 상황인데도 가사조사관에게 “이렇게 남편이 좋아하시는데 그래도 이혼을 하셔야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ㄴ씨는 조정위원으로부터 “남자가 가장 쉽게 유책 사유로 될만한 게 가정폭력 아니냐”며 ㄴ씨가 당한 폭력 피해가 거짓은 아닌지 추궁당해야 했다. 여성의전화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상대방과 대면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고통이라고 말한다. 부부 상담을 한 응답자 절반 이상(54.2%)은 “배우자의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을 듣는 것”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나 자녀 입장에서 가해자인 상대방과 마주하게 된다는 경험 자체가 폭력의 재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사 조사나 조정, 재판, 자녀 사전 면접조사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는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가해자와 여러 번 대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사 조사 때 분리 조사를 신청할 수 있지만, 절차 효율성 등을 이유로 삼자대면을 강요받기도 한다. ㄱ씨는 가사조사관으로부터 “삼자대면을 하지 않으면 재판이 길어진다”며 대면조사를 권유받았다고 했다. ㄴ씨는 배우자 폭력을 피해 아이와 함께 집을 나와 이혼소송을 하던 중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남편의 신청(자녀 면접교섭 사전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으로부터 ‘함께 1박2일 여행을 다녀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여성의전화는 “(법원이) ‘자녀는 양쪽 부모가 다 있어야 한다’는 정상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서 폭력 가해자이지만 아버지라는 이유로 자녀와의 강제적 만남을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49717?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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