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일병의 허망한 죽음 2016년 한 청년이 군에서 뇌출혈로 사망했다. 알고 보니 아급성(급성과 만성 사이) 골수성 백혈병이었다. 그는 자기가 백혈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 치료 한 번 못 받아보고 그렇게 떠났다. 보름 전부터 몸에 알 수 없는 멍이 들고, 이유 없이 토를 하고, 두통이 심해 밥을 못 먹었다. 건강하던 친구가 갑자기 그러니 선후임 동기가 다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군의관은 자꾸만 감기약을 줬다. 물론 혈액검사 장비가 없는 의무대에서는 환자가 백혈병에 걸렸는지 확인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더 심한 증세로 자꾸 환자가 찾아오면 상급병원에 보내 검사를 받게 하면 될 일인데 군의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사단 작계 훈련이 시작되었다. 모두 바빴고, 환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부대에 남아 단독군장을 차고 임무를 수행했다. 사망의 직접 사인이 아급성 뇌출혈이었던 것으로 볼 때, 아마 이때쯤부터 뇌출혈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환자는 훈련 5일간 병원도 못 가고 앓았다. 바깥 병원은 고사하고 의무대도 가질 못했다. 훈련 기간이 끝난 뒤에야 간부 하나가 창백한 얼굴의 청년을 민간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혈액암이 의심되니 당장 큰 병원을 찾아가라고 권했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대대장은 아무 조치도 안 했다. 이틀 뒤 낮에 국군춘천병원 외진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틀 뒤 새벽, 증세가 급격히 심해진 청년이 다시 사단 의무대를 찾았다. 군의관은 혈액 계통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짐작했지만 바이탈이 정상이란 이유로 응급 후송을 하지 않았다. 비슷한 증세로 의무대를 찾은 것이 한 두번도 아니요, 민간 병원에서도 즉시 큰 병원에 가보라 했지만 아무도 환자의 상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도리어 군의관은 사단 의무대에 병상이 없다며 연대 의무실로 되돌려 보냈다. 청년은 연대 의무실에서 밤새도록 토했다. 아침엔 그 몸을 끌고 구급차도 아닌 단체 외진 버스를 타고 직접 군병원에 가서 CT를 찍고 혈액검사를 했다. 뇌출혈이 확인되어 곧장 대학병원에 실려 갔을 땐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 이 청년의 이름은 홍정기다. 2018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 허망한 죽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 3년이 지났다. https://m.news.nate.com/view/20210624n05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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