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서른 참 함정같은 나이
사랑의 숙취에 먹는 약은 없고
사랑도 내 안에서 죽어 나가고
달과 바람이 가득한 밤
내가 가서 살거나 죽어도 좋겠다 싶은 곳은
늘 너였는데
이운진/해빙기
너를 잃은 후 나는 산 자들의 안부는 정말이지 하나도 궁금하지가 않다
살아있는 내가 끊임없이 이 육체에 무릎 꿇듯
행여 네가 그 넝마같던 육체마저
애달프게 그리워하고 있으면 어떡하나
내 걱정은 그게 먼저다
김소연/학살의 일부
우리라는 자명한 실패를
당신은 사랑이라 호명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서서 모독이라 다시 불렀다
당신의 다정함은 귓바퀴를 돌다 몸 안으로 흘러들고
나는 파먹히기를 바란다고 일기에 쓴다
파먹히는 통증 따위 없을거라 적는다
일기장을 펼칠 때마다
일생 동안 지었던 죄들이 책상 위에
김소연/투명해지는 육체
네 가슴 속에선 물이 자란다
우리는 모두 비밀이 자라던 아이였으니 신기루라 말해볼까
사막이 죽은 이의 표정을 지우지 못한 것과 상관없이
미이라처럼 사랑이 박제로 끝나기를 기다려볼까
박신우/중환자실
불연속의 밤이면
너의 이마를 식혀주고 싶어
너에게 단것을 먹이고 싶어
네 앞으로 화분을 키울게
시계를 맞추고 머리를 기대어 보자
네 앞으로 식탁을 차릴게
도막도막 와서 먹어도 돼
김성대/너는 도막도막
나는 당신 곁에 서서 행방이 모연해진 기억들을 떠올렸다
사라지고 싶은 표정으로 아직 사라지지 않은 사랑이 수선되고 있다
박서영/미행
원래 사랑을 좀 무섭게 해요
보통 사람보다 체온이 높은 사람처럼요
38도로 올라가 고열 상태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사랑 있잖아요
그 애의 사랑은 이상하게 출구가 없어요
길을 잃어버리는 사랑이지요
사랑하다가 그 속에서 죽으려는 사람 같았어요
전경린/최소한의 사랑
너는 슬프다는 말을 왜 그렇게까지 하니
성동혁/수은등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낙화
오늘따라 유독 허기가 졌다
황홀을 먹고 싶었다
낭만 실조에 걸린 것 같았다
날 보고 네가 웃었다
포만감에
숨 쉬지 못했다
이훤/낭만실조
나는 어쩔 수 없는 관계의 열등생
늘 틀리면서도 매번 같은 답을 적는다
이석원/언제 들어도 좋은 말
내일 일어날 걱정도 없이 술을 먹는다면 좋겠어요
술은 아무 죄도 없고 그렇다면 도무지 어디 가서 미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 과거도 미래도 아무런 죄가 없는 걸요
김이강/12월주의자들
청춘은 다 고아지
도착하지 않은 바람처럼 떠돌아다니지
나는 발 없는 새
불꽃 같은 삶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
이제니/발 없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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