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서 여름을 배웠는데
겨울이었다
가을이나 봄은 이미
몰락한 왕조처럼 지루했다
우리는 우리의 몰락 앞에 유적이라 이름 붙이고,
- 신혜정
너는 어느 계절로부터 도망쳐 왔니
너는 참 서늘한 눈빛을 지녔구나
겨울의 재료들, 안희연
우리는 금세 어른이 되었고
나쁜 기억을 끊었는데 불행한 기분이 든다
그건 좋은 기억도 함께 잘려나갔기 때문이야
실수로 베인 곳이 쓰라렸지만
가위, 이민하
해변을 걷다 보면 달이 뜨고
달빛이 수면 위에서 반짝이고
나는 그것을 조약돌이라고 착각했다
작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마다
너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오전 4시, 싱크로니시티, 구름 조금, 강수확률 20%,
-양안다
시간이 지났다고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기억은 언제나 생생하게 되풀이되며 재생되었다.
입 밖으로 내놓을 수 없는 비밀은
더욱 견고하게 기억에 매몰되었다.
부고, 김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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