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글씨는 전부 극중 김지웅(김성철) 나레이션

"웅아"
"네!"
그러니까 아마 처음 시작은 꽤 오래전에..

"야, 너 맞지? 너희 아빠 웅이분식이지?"
"와, 좋겠다 너 맨날맨날 떡볶이 먹을 수 있어?"
"야, 나 한 번만 데려가 주면 안 돼?"
고작 이름 때문이었어요

"나 아닌데? 그거 나 아니고 쟨데?"

"김지웅? 아, 니가 웅이분식이야?"
"맞네, 얜가봐"
"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
"야, 최웅!"
하필이면 동네 왕자님이랑 이름이 비슷했던 '왕자와 거지' 이야기 같았달까
사실 어렸을 땐 그게 뭐가 부러웠겠어요?

"얘, 넌 좋겠다. 태어날 때부터 네 이름으로 된 가게도 있고 말이야."
어른들이나 하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지

"야, 너 한 번만 더 아까처럼 거짓말해봐"
"응, 미안"

"왜 아까부터 계속 여기에만 앉아 있어?"
"엄마가 '여기서만 놀아라' 했어"
"왜?"
"위험하다고"
그리고 왕자라기엔 좀..어딘가 불쌍해 보이기도
웃기죠? 내가 누굴 불쌍해하다니

아무도 없는 지웅이네 집, 텅 빈 밥통
어쩌면 불쌍함보다 외로움이었나?

다시 웅이네 찾아간 지웅이
"내가 무서운 이야기 해 줄까?"
그냥 그렇게 친구가 된 거 같아요
그런데 친구가 생겼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나 밥"
"또 밥 먹으러 가냐? 네가 강아지야?"
"잘 놀았어, 내일 봐!"
어차피 결국 혼자가 되니까요

"근데 너희 엄만 언제 오셔?"
"늦게 와"
"왜?"
"일하러 가셨으니까"
"그럼 아빠는?"
"나 아빠 없어"
"그럼 너 밥은 누구랑 먹어?"

"많이 먹어, 지웅아"
"감사합니다, 아줌마, 아저씨"
"아이고 똘똘하네. 우리 웅이랑 이름도 비슷한데 아주 똘망똘망하네, 어?"
"자주 놀러와서 밥 먹어. 웅이랑 사이좋게 지내 줘서 고마워"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부러웠던 건
난 절대 가질 수 없는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최웅은 아니었나 봐요

최웅은 당연하다는 듯 모든 걸 저와 나눴어요 시간도 일상도

"야, 너도 와"
"그래, 지웅아 이리 와서 같이 찍자"
"아저씨, 우리 두 아들들 잘 나오게, 멋지게 좀"

가지도..
덕분에 내 인생도 남의 인생에 기대어 행복을 흉내 낼 순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에는 꼭 누군가가 등장하더라고요

뻔하죠 너무나 뻔한데..

"필요해 보여서"
"이거 돌려줘야 돼?"
"그럴 리가"
"고마워"

말도 안 되게 예쁜 거죠

근데 그건 내 눈에만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꼭 그런 식이죠
그런데 뭐, 문제는 없어요

저는 그냥 한 걸음 빠져 있으면 돼요
아무래도 이번 생은 내가 주인공이 아닌 거 같으니까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최웅도 나처럼 딱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얼굴을 가지고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모든 게 바뀌더라고요
"나 여자 친구 생겼어"
국연수라면 아주 작은 거 하나에도 모든 게 흔들리는

"선배도 국연수씨랑 친했어요?"
"글쎄..예전에도 지금도..그냥 관찰자 정도?"
웅과 연수는 5년을 사겼다 헤어졌고 5년후 다시 만나 리마인드 다큐를 찍게 되는데 그 다큐멘터리 PD가 지웅

"어때, 너는. 재밌어?"
"글쎄요, 뭐 괜히 한다고 했나?"

"아저씨, 그거 재밌어요?"
"응? 뭐가?"
"카메라 뒤에서 사람 찍는 거요"
"아, 이거? 재밌지. 원래 남의 인생 들여다보는 게 제일 재밌어. 세상의 별의 별 사람들 다 만나고 보고 겪다 보면 별게 없는 내 인생이 고마워질 때가 있거든. 왜?"
"정말 별거 없는 내 인생이 고마워질 때가 와요?"

"왜요? 그렇다고 재미없진 않으니까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시죠"
"내 눈 원래 이래. 야, 그리고 좀만 기다려봐. 곧 재밌어질거야. 그럼 내가 왜 너한테 이 일을 맡겼는지 알게 될 거고"
나레이션이 담담해서 더 슬펐던 지웅이 서사ㅠㅠ
지웅이가 본인이 본인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날이 오길 바래..
(맥락없는 혐오댓은 자제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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