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 위로 모여라 - 세계관

작년 이맘때는
너를 사랑하지 않기 위해 골몰하고 있었지.
그게 잘 안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너는 나를 난처하게 만들려고 나타났지?
그래서 내 앞에서 그렇게 말갛게 웃는 거지?

아무튼 옛날부터 불쌍하고 예쁜 건 혼자 다 하지.
진짜 너무 밉다.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서, 꾀죄죄한 네 슬픔까지도 마냥 다 예쁘게만 보이니까.
실컷 가지고 놀아.
내가 이렇게 너를 사랑하겠다잖아.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내가 없으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발 아래 시꺼먼 게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나랑 거리 둘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고.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혀를 차면 한 평생 내 껌딱지나 할 거라고 해.

나 때문에 사는 거란 소리가 듣고 싶어.
그 말을 듣고 나서 더 못살게 굴고 싶어.
그래도 내가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네 눈이 보고 싶어.

이래도 내가 좋을 것 같아?
내가 가진 걸 다 부숴버리고 싶을 만큼 미워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어?

내가 하는 말만 믿게 만들고 싶었던 건, 여린 네가 의지할 구석이 나 하나뿐이었으면 했던 건, 그래서 네가 더 고립되길 바랐던 건, 그래.
애틋하다고 하면 벌 받지.

사람을 구원으로 삼지 않는 너는
내 사랑이 필요가 없지.

내 사랑은 다 맹목이었다.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히는 질병 같은
숨을 헐떡이면서 찾는 약물 같은 거였다.

그때는 그것도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아닌 걸 알았으면 조금만 더 빨리 이야기해주지 그랬어.

가상한 건 네가 아니라 내 사랑이라는 걸,
너를 떠나야만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비참한지.

당신은 가장 잔인해지는 방법을 너무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아직도 당신이 보고 싶어서 베갯잇을 적시고 그러는 거겠지.

내가 무슨 수로 사랑을 운운해.
내 사랑도 보기 좋게 망쳐서 밤마다
이불 뒤집어쓰고 우는데.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우는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건 줄 알았지.
그게 나를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 수 있을지 난들 알았겠냐고.

네가 하는 사랑은 원래 그래?
너는 원래 사랑을 짧고 다 없었던 일처럼 해?
썰물같이, 신기루같이
열대야에 잠 못 이룰 때 아주 짧게 꾸는 꿈같이?

처음부터 이렇게 지독하게 당신을 사랑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사랑하는 내가, 사랑받는 당신이 조금 궁금했던 것뿐인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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