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러 등장하는 법정 드라마 '전성시대'…K콘텐츠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 남아
바야흐로 법정 드라마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최근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법정 드라마 전성시대를 이끌었고, 그건 어떤 문제를 예고하고 있을까.
또 변호사? 드라마 장악한 변호사들
사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법정 드라마들은 스스로도 너무 많은 법정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저 법 관련 문제들을 드라마로 가져오던 과거의 법정 드라마와는 다른 차별화를 고민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예를 들어 최근 종영하고 글로벌한 반향까지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박은빈)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 약자들을 법정에서 대변하는 스토리를 풀어냈다. 소재적으로도, 또 변호사 캐릭터도 색다른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왜 오수재인가》나 《하이에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역시 여성 변호사, 특히 성공을 위해 뭐든 하는 독종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그간 선한 인물(특히 남성 변호사)을 주로 주인공으로 세워왔던 법정 드라마의 틀을 깼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법정 소송 자체보다 서민 영웅 서사에 포커스를 맞춰 현실에는 없는 카타르시스를 주겠다는 방식을 내세웠고, 《법대로 사랑하라》 역시 법정에서의 법적 다툼보다 법정 바깥에서 분쟁과 갈등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색다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양적으로 법조인들이 너무 폭넓게 드라마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할 수 있는 일이다. 법정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종영한 《빅마우스》도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였고, 최근 방영을 시작한 JTBC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아예 법으로 왕국을 세운 법조인 가족들이 등장한다. 하다못해 스릴러 장르인 tvN 《블라인드》에서도 류성훈(하석진)은 판사이고, 종영한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에서 주인공 이현재(윤시윤)의 직업도 굳이 변호사였다. 이 밖에도 종영한 tvN 《아다마스》의 쌍둥이 동생 송수현(지성)은 검사이고, MBC 《닥터로이어》의 한이한(소지섭)은 의사이면서 변호사다. 이제 드라마에서 발에 툭툭 차이는 직업이 변호사나 검사, 판사 같은 법조인이 됐다는 건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툭 하면 법정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피로감 줄 수도
최근 드라마들은 전문성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취재를 기본으로 해서 그 위에 상상력을 더하는 작법을 선택하고 있다. 아무래도 법 관련 사항들이 여러 판례 속에 자세하게 남아있고 소재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법에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법정 드라마가 많아진 만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차별화된 작품도 등장하긴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존재하지만, 그 많은 걸 지워버리고 법이라는 한정된 관점으로 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어서다. 이제 K콘텐츠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위상을 높이고 있는 시기다. K드라마의 소재도 그만큼 넓혀질 필요가 있다. 너무 모두가 걸어가서 이미 훤히 난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은 넓고 가보지 않은 직업도 다양하며 그만큼 쓸 소재도 다양할 테니.
전문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comment/586/0000045614?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