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록
〈항문에 사는 '숨이고기' 이야기>
다른 동물의 입속에서
혀처럼 사는 물고기가 있듯이
바닷속에
특이한 공생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동물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숨이고기'라는 물고기인데
얼마나 특이한지 보실까요?
'숨이고기'는 길이가 약 20cm로
옆으로 납작하고 길쭉하게 생겼습니다.
꼬리 끝이 날카롭고 뾰족하며
배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의 수심 2천 미터에서 서식한다고 합니다.
이 물고기는
자신만의 특이한 은신처가 있어
집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데요.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는
'해삼'이
이 녀석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대체 어떻게
살아있는 해삼 몸속에서 살아가는 걸까요?
*식용이 아닌 대형 해삼에 살며 드물게 불가사리에서 살기도 함
사실 숨이고기는 이렇게
슈슈슉~!
해삼의 항문으로
순식간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입이 아닌
해삼의 '항문'을 통해 해삼 안으로 들어가 산다는데요.
배변을 하는
항문으로 들어가서 산다는 게
해삼도 숨이고기도 모두 불편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해삼은
왜 항문에 살도록 그냥 놔두는 걸까요?
두 녀석은 서로 공생관계입니다.
해삼은 숨이고기가
포식자를 피해 숨는 은신처이자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대신에
숨이고기의 행동이 해삼에겐
호흡을 도와주는
관장(?)의 역할을 한다는데요.
직접 관장을 해준다니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요?
숨이고기가 사는 대형 해삼의 경우
아가미가 아닌
항문에 있는 호흡수라는 기관을 통해 숨을 쉽니다.
따라서 숨이고기가 해삼의 항문을 드나들 때
그 안의 더러운 물은 빠져나오고
깨끗한 물이 들어가
호흡이 원활하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해삼은
숨이고기가 아닌
다른 물고기가 들어오거나
위험에 처하면 홀로수린스(holothurins)라는 독을 뿜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숨이고기가
독이 있는 해삼 안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요?
바로 숨이고기 피부에서 나오는
점액질이 비결인데요.
이 점액질이 해삼 내장의 독인 '사포닌'에 대한
방어벽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숨이고기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사포닌에 견디는 능력이 약 6~10배 정도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