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가나슈케이크ll조회 2364l
이 글은 1년 전 (2022/11/26) 게시물이에요



[삶의 창] 손을 떠는 영웅 / 홍인혜

홍인혜 ㅣ 시인 며칠 전 버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버스는 한층 촘촘해진 봄 햇살 속을 나른하게 달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이따금 다음 정거장을 알리는 방송만이 정적을

n.news.naver.com



손을 떠는 영웅 | 인스티즈홍인혜 시인


며칠 전 버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버스는 한층 촘촘해진 봄 햇살 속을 나른하게 달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이따금 다음 정거장을 알리는 방송만이 정적을 깨고 차내를 맴돌다 누군가의 어깨에 먼지처럼 내려앉았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몽상에 빠져들었다. 수많은 간판들이 책장처럼 넘어가고 버스가 몇 개의 교차로에서 몸을 틀자 내 머리는 창으로 파고들었다. 차 안과 바깥의 경계에 고이듯 현실과 꿈의 사이에서 혼몽해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바퀴 달린 평화에 실려 잠이 들락 말락 하던 차였다. (중략) 바로 귀에 꽂히는 소리는 이것이었다. “마스크 없이는 탑승 안 됩니다!” 이 말은 저 앞자리 운전석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니 맨얼굴로 탑승한 승객 한 명이 보였다.


(중략) 모두 당황하고 있었다. ‘대중교통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를 어기는 사람을 어떻게 제재해야 하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로 오랜만에 마주한 맨얼굴, 그 고집스러운 표정을 보며 모두 겁을 먹고 있었다. 전 국민이 조심스레 따르고 있는 룰에 대놓고 어깃장을 부리는 사람의 돌출성이 두려웠고 그가 공기 중에 흩뿌리고 있는 체액이 두려웠다. 이럴 땐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때였다. 칼끝에 선 듯 곤두선 분위기 속에서 한 학생이 그에게 다가갔다. 저 작은 학생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바라봤다. 그 순간 학생이 뭔가를 내밀었다. 뜯지 않은 새 마스크였다. 비상용으로 지니고 다니던 여벌인 듯했다. 아, 저런 방법이. 문제의 승객은 마스크를 한번 학생을 한번 바라보더니 뜻밖의 태도를 취했다. 고개를 까딱하더니 순순히 마스크를 뜯어 착용한 것이다.


(중략) 그리고 사실 나는 보았던 것이다. 마스크를 건넬 때 파르르 흔들리던 그 손끝을. 어찌 반응할지 모를 무뢰한에게 다가갈 때 학생은 사실 떨고 있었다.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대다수가 눈만 끔뻑이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우리의 영웅은 행동했다. 떨면서도 그에게 다가갔다. 나는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누가 뭐래도 의연하고, 공포라곤 모르는 용감한 사람’은 허상이 아닐까. 실제로 많은 영웅들이 벌벌 떨면서도, 무서워 이를 악물고서도, 눈물을 꾹 참으면서도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히어로는 특수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거나 외계 전파에 영혼이 각성된 존재가 아니었다. 다 같이 마음이 졸아붙은 와중에도 떨리는 손을 기어코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어도비는자유예요  Dobeisfree
👏
1년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어우 못생긴 노을이 ... 보면볼수록.... ............쫌.....158 우물밖 여고2:2490296 20
유머·감동 이 화법 고쳐야 할 정도야?126 태래래래2:4262890 0
이슈·소식 현재 전세계 반응 난리난 패션계 최대 행사.JPG187 우우아아12:1232359 27
유머·감동 반려견 57마리, 좌석 앉아 제주행172 episodes1:0864332 43
유머·감동 3,40대를 단체로 긁어버린 고딩 작가지망생87 311344_return12:4328164 1
국민 10명 중 6명 "고소득층 세금 부담 적다" 토끼두마링 16:27 860 0
세븐틴에 진심이라는 한 후배그룹 근황 행보카기를 16:23 1057 0
'15년 전 집단성폭행' 자백한 유서…대법 "증거능력 없다"1 맑은눈의광인 16:18 2738 0
세븐틴에 진심이라는 한 후배그룹 근황 행보카기를 16:16 672 0
공론화 위해 공유 합니다.!!!!!12 solio 16:09 3209 11
기안84, 갑자기 과학적인 사람 됐네…궤도 의문의 1패 (내편하자3) 즐거운삶 16:01 3723 0
기부금액만 40억 이라는 가수11 bbqqqq 15:53 5566 1
일본인들이 여권없이 독도를 오게 한다고요?37 하랑하나 15:39 5273 2
中 맞선 韓커머스 자존심… 지마켓, 빅스마일데이 '1조 클럽' 목표1 비비샘미 15:32 859 0
눈물의 여왕 수철이 아들 건우의 놀라운 근황 ㄷㄷ9 아장아강 15:30 8806 5
아이x 하면 뭐가 제일 먼저 생각나?.jpg73 라라리라 15:24 6860 0
드디어 성게머리 탈출했다는 아이돌 최근 근황…jpg6 언니+야들 15:18 6647 1
아이패드로 거울샷 찍는 아이돌3 내이름은 15:05 9792 0
SM에서 쫓겨난 이수만씨 근황26 위례신다도시 14:59 14898 1
논란의 아파트 베란다 사용71 311341_return 14:59 12441 2
영통팬싸에서 제발 못생긴 남자랑 연애하지 말라고 하는 중국팬.twt1 Twenty_Four 14:53 5017 0
독립기념관이 극우품으로?... 내부에서 터져나온 고발4 션국이네 메르 14:52 5865 0
다음 중 가장 불쌍한 팬은? episodes 14:51 825 0
떨어질 줄 모르는 생활 물가…길어지는 서민 고통1 킹s맨 14:47 2963 0
은근히 이쁜 아린 짤 1장 지상부유실험 14:45 328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