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거치며 학내 유일 소통창구 자리잡아
퀴어축제 참가, 전장연 대표 강연 등에 영향
“학내 공론장 활성화·필터링 기능 강화해야”
“지난 10월 축제 입장권을 배부할 때 ‘공지가 늦었다’, ‘과별로 입장권 배부가 균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에브리타임에 한 학과 대표 이름과 연락처가 공개됐더라고요. 실명으로 활동하는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온갖 공격이나 혐오에 노출되다 보니 에브리타임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죠.”
연세대 미래캠퍼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태균(27)씨는 5일 〈한겨레>에 ‘에브리타임’ 등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에 대학 총학생회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전국 400여개 대학교에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는 에브리타임을 필두로 2010년대 초반 우후죽순 생긴 대학 익명 커뮤니티들이 학내 여론 창구로 떠올랐지만, 학생회 및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표현의 온상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대학생들의 유일한 소통창구로 자리 잡자 최근 각 대학 총학생회 중요 의견 결정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7월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를 대행했던 중앙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비대위 내 인권연대국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축제를 이틀 앞두고 임시회의를 열어 ‘불참’ 결정을 내렸다. 지난 9월에도 고려대 총학생회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장애 인권’ 강연자로 초청했다 공지 사흘 만에 취소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 인권연대국 소속으로 활동했던 ㄱ씨는 “에브리타임이나 (고려대 내 커뮤니티) 고파스 등 커뮤니티 여론을 총학에서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퀴어퍼레이드 불참 결정이나 박 대표 강연 취소 과정에서도 커뮤니티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나오자 ‘학우들이 싫어할 것이다’, ‘에브리타임 여론이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학생들 의견을 보여준다’ 등 커뮤니티 글들을 이유로 갑자기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70291.html?_ns=r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