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명사.
1. 부드러운 덩어리, 걸쭉한 것.
2. 선정적 내용의 잡지나 책으로, 질이 나쁜 종이에 주로 인쇄.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
- 됐어, 너무 위험해. 안 할래.
- 자기는 맨날 그러더라. 매번 같은 소리야. '이제 다신 안 한다, 너무 위험하다.'
- 그래 놓고 하루나 이틀 후면 잊어버리면서.
- 잊는 시절은 끝났어. 이젠 기억하는 시절이야.
- 이런 소리 할 때 자기 뭐 같아 보이는지 알아?
- 제정신 똑바로 박힌 남자?
- 오리 같아.
- 다시는 안 할 테니까, 오리 소리 더는 안 낼 거야.
- 오늘 밤 이후로?
- 음. 오늘까지만 밤새 내야지.
- 커피 좀 더 드릴까요?
- 네. 고마워요.
- 별말씀을요.
- 있잖아. 지금 바로 하는 건 은행 터는 거나 마찬가지야. 아니지. 오히려 더 위험하지. 은행 터는 게 차라리 쉽겠다. 연방 은행은 강도를 막지 않거든. 보험이 있는데 왜 상관하겠어? 연방 은행 털 때는 권총도 필요없다구.
- 심지어 핸드폰 하나 달랑 들고 은행 턴 사람도 있대. 출납원에게 전화를 건네줬는데, 전화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는 거야. "지금 네가 들고 있는 핸드폰 주인의 딸을 납치했다. 돈 안 주면, 그 딸내미는 죽어. 돈 내놔."
- 어떻게 됐대? 성공했대?
- 당연하지. 내 말은, 어떤 미 하나가 전화 들고 그냥 은행에 들어간 거란 말이야. 권총이나 엽총도 아니고 그냥 망할 놈의 전화기 하나.
- 은행을 털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꿀빨았지.
- 여자애는 어떻게 됐대?
- 여자애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겠지. 이 얘기의 요점은 그 여자애가 아니야. 요점은 전화기 한 대 가지고 은행을 털었다는 거라구.
- 은행을 털고 싶다는 거야?
- 아니, 그 말이 아니고. 차라리 그게 우리가 해 온 것보다는 쉽다는 말이야.
- 주류점은 그만 털게?
- 내 말 듣고 있기는 한 거야? 주류점은 이제 안 털어.
- 예전처럼 쉽지가 않아. 외국인 놈들이 너무 많다구. 베트남인들, 한국인들, ! 영어를 도 못한단 말이야. 금고 열라고 윽박질러도 못 알아들어. 그리고 너무 친한 척을 해. 그럴 때마다 다 쏴서 싶게 돼.
- 흐흥. 난 사람 죽이기 싫어.
- 나도 죽이기 싫어. 근데 그놈들이 아니면 우리가 죽는 상황이 곧 올 걸. 아시아인들, 아니면 대대로 주류점 운영해온 유대인 들.
- 어빙 할아범 같은 것들이 앉아있어. 권총도 손에 들고. 그런 데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 가서 턴다고? 얼마나 버틸까. 됐어. 주류점은 이제 됐어.
- 그럼 이제 직장 구하려는 거야?
- 아니. 절대.
- 그럼?
- ....여기를 털 거야. 가르송, 커피 좀 더 줘!
- 가르송은 남자라는 뜻인데요.
- 여기? 커피숍을 턴다고?
- 그게 어때서? 식당을 터는 사람은 없잖아. 왜 안해?
- 술집, 주류점, 주유소... 그런 데 털다가는 머리통 날아가. 근데 식당은? 안전하지. 강도가 들 거란 예상을 못해.
- 그렇네. 이런 데서는 영웅처럼 나설 사람도 없을 거야.
- 맞아. 은행처럼 여기도 보험이 있거든. 매니저? 도 신경 안 쓸걸? 손님들 쏘기 전에 나가기만 바라겠지.
- 또 누구 있을까. 종업원? 식당 금고 지킨다고 대신 총 맞아줄 머저리 직원이 있겠어? 당연히 없지! 테이블 치우는 것들? 시급 1달러 50센트 받고 일하는 그놈들이 사장님 돈 좀 훔친다고 눈 하나 깜짝할까?
- 손님들은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도 모를 거야. 덴버 오믈렛 는 놈들한테 갑자기 총구멍 들이밀면 끝. 자기야, 나한테 생각이 다 있어. 저번에 턴 주류점 기억나?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잖아.
- 응, 기억나.
- 네가 그 놈들 지갑 털자고 했었잖아.
- 맞아.
- 그거 좋은 생각이었어.
- 고마워.
- 금고 터는 것보다 더 짭짤하지.
- 식당엔 손님도 많고.
- 지갑도 많고.
- 머리 좋지?
- 머리 좋네.
- 준비됐어. 당장 하자. 지금 당장.
- 좋아. 지난번과 같은 방법이야.
- 넌 손님들 맡아. 난 직원들 맡을 테니까.
- 사랑해, 자기.
- 나도 사랑해, 우리 꿀단지.
- 모두 움직이지 마, 이 씨들아!
- 움직이는 놈들은 다 벌집으로 만들어주마!
*참고로 영화 첫 부분이자 마지막 부분입니다. 뭔 말인지 궁금하시면 영화를 한번 보세요. 개꿀잼
한국 애니업계 사망선고 ;){kind=link}